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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영나영 제주힙합글/기고문 2012. 12. 28. 14:45
세 번째 겨울을 나기 위해 분주합니다. 제주에서 처음 맞은 겨울은 당황스러웠죠. 펑펑 몰아치는 눈보라에 온통 새하얀 마을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불 속에 파묻히기 바빴으니까요. 집 안에서 당장 온기가 있는 곳은 전기장판뿐. 오래도록 싱겁게 들어온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라는 말을 제주에서 절감할 줄이야....... 갑작스럽게 이주를 감행하느라 집 안은 휑했습니다. 한푼 두푼 모아 놓은 쌈지 돈으로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1년 동안의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석 달 만에 서울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서울 너는 참 매력적인데,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상가들이 이젠 보기 괴롭구나. 너와는 다른 데서 살아볼게.’ 마침, 만화 속 인물 같은 지인 한 분이 제주의 시골마을로 함께 이주하자는 솔깃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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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동부의 청소년들과 어울리다.글 2012. 12. 28. 14:32
래퍼, 동부의 청소년들과 어울리다. 동부청소년센터 1기 수업을 돌아보며. 글 박하재홍 올해 초여름, 우리 마을 ‘송당리’에서 시동을 걸면 느긋하게 운전해도 15분이면 도달할 거리에 청소년센터가 탄생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 동안은 주로 제주시내에서 수업을 진행해 왔다. 먼 거리도 그렇지만, 시내를 중심으로만 활동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못마땅하던 차였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집중된 문화와 소비에 질려 제주까지 이주를 했건만, 여기에서도 도시에 매달려야 하다니....... 시내를 벗어난 제주의 지역에도 충분한 인구와 다양한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나와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수업을 제안할 때도 지역 도서관에 우선 문을 두드렸고 마을에서 만난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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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제비글/일기장 2011. 5. 19. 17:45
아래층 사무실 처마의 제비집 두 채는 완공된지 한 참 되었는데, 이 제비는 때가 늦었나 보다. 오늘 따라 윗층 베란다에 제비들이 노닌다 싶더니 이층 처마에 새로 짓기 시작한 진흙 둥지가 빼곰히 모습을 드러내고, 제비 한 쌍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입에 작은 조각을 물고 전깃 줄에 앉아 골몰하듯 보이는 녀석, 내가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위협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제비를 본 건 난생 처음이다. 둥지에 들어 앉은 암컷과 둥지에서 세 뼘 즈음 떨어진 벽면에 수직으로 붙어 머리를 요리조리 돌리는 파수꾼 수컷, 이 작은 몸집으로 큰 바다를 건너 동남아 호주까지 비행하다니... 도로 위에서 날렵하게 바람을 타는 이들의 맵시가 늘,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