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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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소(e_so) 『나는 어디』글/리뷰 2020. 10. 1. 13:34
2020.3 "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는 세상에 무수하지만, ‘나는 어디’는 어디에도 물결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바다를 그려냈다." ‘나는 어디’를 어디에서 처음 들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제주도 일정이 있을 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렸고, 육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제주시청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파란 버스에 올라탔다. 검은 모래 해변을 정면으로 마주한 카페 창가에서 음원을 재생했을 때, 띄엄띄엄 울리는 기타 줄의 소리가 촘촘해지면서 들리는 첫 목소리 “바다가 날 부르는 줄 알았지.” 내 눈앞에는 늦은 오후의 짙푸른 파도가 음악에 밀려오고 있었다. 누가 왜, 바다가 부르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는 걸까? 누군가의 여한이 주술처럼 창밖 풍경에 번졌고, ‘그래도 다행이었다’는 위로가 리듬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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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야광바다』글/리뷰 2020. 10. 1. 13:03
2017.10 이 곡을 듣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면? 수소, 헬륨, 먼지 등으로 이루어진 ‘성운’이 떠올랐어요. 대단한 특수 망원경으로 찍은 외계 성운 사진 말이에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기괴하고 무섭지만 무척 신비로워서 ‘가까이에서 한 번 봤으면!’ 하거든요. 우주공간을 유영하며 진짜 성운을 볼 가능성은 희박하니, 우선 끝잔향의 공연을 보러 가겠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요? 3분 25초부터 마지막까지요. 그 전까지는 미지의 어둠 속을 더듬거리는 불안, 애써 후회하지 않으려는 다짐 같았는데 3분 25초부터 저의 마음이 서서히 환희로 물들더라고요. ‘이래서 불안한 과정이 필요한 거였구나.’라는 안도감이 기분 좋았어요. 소개 글 야광바다는 저에게 ‘끝잔향’의 소리와 향기를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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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차르트 호모사피엔스글/리뷰 2020. 10. 1. 13:01
2017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김진호 지음 / 갈무리 / 2017) 히틀러가 오페라를 좋아했다니! 그는 12살 때 오페라 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오페라를 만든 음악가 바그너를 찬양했다. 바그너는 독일의 과거를 영웅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암울한 기운 속에서 자란 히틀러는 자신 또한 오페라의 영웅처럼 되기를 원했다. 히틀러의 오페라 애착은 책 에서 나의 머릿속에 가장 큰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긴 내용이다. 10대들과 한 달에 10번 이상 대중음악 감상수업을 하고 있는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음악을 감상해야 예술적 정서와 인문적 생각이 풍부해질까’이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를 똑같이 감상해도 어떤 이는 전체적인 곡의 특성과 시각예술에 집중하고,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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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턴의 시계글/리뷰 2020. 10. 1. 12:59
2016 뉴턴의 시계 (에드워드 돌닉 지음 / 노태복 옮김 / 책과함께 / 2016) 1670년, 노와 돛으로 동력을 얻어 ‘하늘을 나는 마차’가 발명되었다는 소문에 영국왕립학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허풍과 무모함, 신에 대한 환상으로 범벅이 된 근대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얼굴이 찡그려지기도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또 당시의 최고 지식인들은 ‘마이너스’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도대체 조약돌이 마이너스 10개가 있다는 건 뭐란 말인가!” 마이너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나는 절로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갈릴레이가 무거운 구슬과 가벼운 구슬을 동시에 떨어뜨릴 때 ‘당연히 무거운 구슬이 먼저 땅에 닿겠지.’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시험지에서는 분명 틀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