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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모차르트 호모사피엔스
    글/리뷰 2020. 10. 1. 13:01

    2017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김진호 지음 / 갈무리 / 2017)

     

     히틀러가 오페라를 좋아했다니! 그는 12살 때 오페라 <로엔그린>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오페라를 만든 음악가 바그너를 찬양했다. 바그너는 독일의 과거를 영웅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암울한 기운 속에서 자란 히틀러는 자신 또한 오페라의 영웅처럼 되기를 원했다. 히틀러의 오페라 애착은 책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에서 나의 머릿속에 가장 큰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긴 내용이다.

     10대들과 한 달에 10번 이상 대중음악 감상수업을 하고 있는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음악을 감상해야 예술적 정서와 인문적 생각이 풍부해질까’이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를 똑같이 감상해도 어떤 이는 전체적인 곡의 특성과 시각예술에 집중하고, 어떤 이는 몸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자극적 장면에 덧붙여 요란스러운 사운드만 기억한다. 음악이란 장르를 ‘그냥 듣고 봐서 좋으면 되지’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히틀러가 그랬듯 음악에서 받아 들이는 것이 우리의 정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가 자신의 노래 ‘절룩거리네’를 부르며 다리를 끌었을 때, 비로소 이 노래가 장애인 비하 판정을 받게 된 이유를 납득했다는 씁쓸한 일화가 있다. 감상자에 따라 무엇을 받아 들이느냐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상의 중요점은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같은 음악이라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다. 가령 가사내용이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는 뛰어난 래퍼의 곡을 감상할 때 어떤 기준으로 즐겨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감상하고 대화하는 수업을 5년 이상 즐겁게 해 왔지만, 혹시나 나의 주관이 편협한 건 아닐지 늘 조심스럽다. 하지만, 음악을 매개로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우리에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음악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탐구해야만 한다. 이 책의 362쪽 내용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50여 년 동안 학교수업에서 합창을 금지시켰다.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음악의 위험성 때문이다. 음악 또한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와 마찬가지로 방식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이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마음, 특히 리듬은 본능에 가깝다. 침팬지도 비가 오면 비춤을 춘다. 특히 인간은 태어나서 20년 동안 뇌가 발육하는데 풍부한 청각적 자극이 지각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음악과 같은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능력개발’에 맞추어선 곤란하다. 음악을 즐기는 마음이 진짜 필요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다. 답은 없을지라도 그 이유를 찾아 무한한 음악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 또한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책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는 마치 미지의 음악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온 저자가 보고 들은 것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밤샘 수다와 같았다. 지구 생명체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경위부터 최신 DNA 연구사례에 이르기까지!

     

     책 여기저기 밑줄을 쳐 놓았지만 음악관련 지식이 방대한 탓에 어안이 벙벙하고 여전히 머릿속에서 정리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가끔씩 이 두툼한 책을 다시 펼쳐들고 미지의 음악세계를 탐험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저자가 말하는 ‘음악적 마음’의 정체가 몹시 궁금한 호모 사피엔스니까.

     

    박하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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