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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의 '디스배틀'은 힙합문화에서 가능한 용어인가?글/칼럼 2020. 10. 1. 12:57
2019.9.29 힙합이라 불리는 큰 문화에서 '배틀'과 '디스'는 별개의 용어다. 힙합에서 배틀battle과 디스diss둘 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둘의 용어가 쓰이게 된 사연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배틀은 1970년대 뉴욕 브롱크스에서 10대 갱들의 물리적 패싸움이 춤싸움으로 변환된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초기의 배틀은 실제로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춤을 췄고 이긴 쪽에서 상대방의 음향시스템을 빼앗을 정도로 거칠었다. 하지만, 브롱크스에서 힙합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동네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동네에서 브레이킹을 추는 아이들은 이제 싸우는 '적'이 아니라, 함께 배틀을 즐길 수 있는 '동료'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이제 배틀은 서로의 발전을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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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글/기고문 2020. 9. 30. 23:13
※보리출판사 '개똥이네 집' 175호 기고문 무엇을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글 박하재홍 코로나 때문에 두 달여 문을 닫은 ‘전주동물원’의 동물들이 예전보다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곳의 동물들은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사 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관람객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것이란다. 반면, 대구에서는 배를 쫄쫄 굶어 갈비뼈가 드러난 사자 두 마리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자를 책임지는 사람은 뉴스 화면에 나와서, 코로나 사태로 입장료가 끊긴 암울한 상황을 하소연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사자가 굶어 죽을 지경이라니! 며칠 새 전국 각지에서 생닭 4백여 마리가 도착했고, 사자는 기력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혼자 50마리의 생닭을 보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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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글/기고문 2020. 9. 30. 23:12
[교육칼럼] 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 글. 박하재홍 (래퍼,작가) 서귀포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 안에서 버릇처럼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검색 키워드는 2개다. ‘동물복지’와 ‘동물보호’. 최신 뉴스를 짧게 요약해 트위터 ‘동물복지 봇’을 업데이트한다. 매일 빼놓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이 트위터를 발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내가 선별하고 정리해서 올리는 내용을 기다리는 구독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들은 건 정확히 2001년 12월이었다. 당시 나는 운이 좋게도 RSPCA(영국 왕립 동물 학대 방지협회)에서 주최한 서울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영국에서 온 RSPCA 활동가는 우리에게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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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 자라난 어른'글/기고문 2020. 9. 30. 23:10
대정골아동센터 소식지 (2018년 신년호) '뿔이 자라난 어른' 글 박하재홍 성탄절을 알리는 가장 유명한 팝송, 머라이어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카페를 가득 채우자 같이 얘기를 나누던 중학생 한 명이 갑자기 투덜거린다. “저 이 노래 싫어요. 작년 영어시간에 이 노래 못 외워서 벌 받았어요.” 5년 전, 어느 중년 남성은 내 앞에서 무심코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미술전시 같은 건 보기가 힘들어. 학창시절에 미술 시간이 싫었거든.”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다며 도처에서 호들갑을 떨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소위 문화예술교육자로 분류되는 내 자신에게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나는 대정골 센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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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글/기고문 2020. 9. 30. 23:08
2018년 1·2월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글. 박하재홍 “이 노래 꼭 들어보세요. 정말 좋아요.” 수업 마감 종이 울리고 서둘러 교실을 벗어나려는데 6학년 남학생 1명이 내 코앞에 나타나 말을 건넨다. 노래 제목은 록밴드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버즈의 ‘가시’나 ‘겁쟁이’는 10대들에게 종종 추천을 받았지만 이 노래는 또 처음이다. “물론이지, 꼭 들어볼게요.” 진지한 소년의 표정에 압도되어 살짝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갑작스런 부탁으로 우선 1시간만 특강을 한 것이라 이 학생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노래만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푸른 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소금 같은 별이 떠있고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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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글/기고문 2020. 9. 30. 23:05
더불어숲어린이 ‘대중음악감상수업’을 마치며 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 글. 박하재홍 더불어숲 학생들이 각자의 글씨체로 종이에 또박또박 적어준 음악 목록을 다시 꺼내봅니다. ‘봄날’, ‘로스트데이즈’, ‘불타오르네’ 등 방탄소년단 노래가 제일 많네요. 믿기 힘들 정도로 미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뛰어난 점은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표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음악이나 사람이나 매력이 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보통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음악에 심취하는 시간이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1989년, 열두 살의 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음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였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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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과 대중음악으로 소통하기글/기고문 2016. 9. 6. 23:11
격월간 민들레 ㅣ Vol.106 10대들과 대중음악으로 소통하기 글. 박하재홍거리에서 랩 공연을 해오다 2010년 제주도로 이주해 지금은 제주힙합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랩과 힙합, 대중음악과 인문학을 버무려 다양한 교양수업을 만들고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는 『랩으로 인문학 하기』,『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10대처럼 들어라』가 있다. 십대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십대들의 열린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연달아 3번의 행사를 마쳤다. 제주시에 있는 청소년카페 에서 매회 다섯 명의 십대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소중한 노래를 소개하고 정성들여 부르는 노래 공연이다. 프로젝터 빔으로 인터넷에 있는 노래방 반주 영상을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간소한 무대지만, 분위기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못지않다. 요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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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게 낫다글/시 또는 긁적 2015. 7. 10. 01:47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을 때에는차라리 손목을 풀어 시를 쓰는 게 낫다.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울고 싶었던십 대와 스무 살까지 틈만 나면 나는, 시를 끄적거리지 않았던가.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자만했던 이십 대에는 가시 돋친 랩이 나의 시를 대신했건만,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는,랩에서 독한 가시가 떨어져 나가고다시금 시가 돋아난다.다만, 눈물을 주르르 떨구는 신파는 쓰지 않으리.재즈와 블루스처럼 부르르 내 감정을 춤추게 하는언어를 연주하리라. 201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