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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퍼도 생태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글/기고문 2010. 10. 25. 04:44
월간 '함께사는길' 2006년 8월호 나는 거리의 랩퍼가 되기로 결심했을 즈음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단백질 신화를 배경으로 거대한 자본의 톱니바퀴로 가동되는 공장식 축산의 현실, 그 감춰진 고통을 암울한 비트 위에 분노로 터뜨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나의 랩에는 서서히 환경운동의 냄새가 배어갔다. 어렵사리 비폭력 저항의 랩그룹을 결성해 서울 한복판에서 새만금 방조제 앞까지 숱한 공연을 다니는 동안, 내 가슴 속에는 숨겨진 돌뿌리 같은 고민이 무디게 돋아나고 있었다. 그 돌뿌리는 내게 물었다. ‘랩퍼도 생태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알다시피 힙합은 미국의 할렘가에서 태어난 문화다. 도시의 구석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의 분노와 열망이 그 중심에 박혀 있는 힙합은, 역시 도시에서 태어나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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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책방 촛불 켜는 날글/기고문 2010. 10. 25. 04:37
ㅣ 2006년 2월호 주제가 있는 수필ㅣ 신촌책방 촛불 켜는 날 글쓴이_책방지기 박하재홍 신촌 구석진 골목길 끝자락에 책 향기가 감도는 한옥이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가 만든 두 번째 헌 책방, 이곳의 이름은 ‘뿌리와 새싹’입니다. 좋은 책을 양분삼아 자연을 닮은 뿌리와 새싹으로 자라나라고 지은 이름입니다. 워낙 숨어있는 곳이라 손님들이 코 앞 에서 헤 메이기 쉽 상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새로운 발걸음이 있어 책방 입구에 거미줄 칠 걱정은 아니 합니다. 어둠이 외롭게도 짙어지는 12월, 그 마지막 금요일 밤에 신촌책방은 전기 불을 끄고 촛불을 켜기로 했습니다. 책방에 촛불을 켠다 하면 “책이 보이나?” “불장난 하지 마라” 등등 여러 말을 듣기 마련이겠지요. 촛불은 책방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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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광선에 쏘인 신촌책방글/기고문 2010. 10. 25. 04:20
2006년 1월호 달광선에 쏘인 신촌책방 신촌 구석진 골목의 아름다운가게 신촌 기차역 근처의 주택가 막골목. 그 앞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가게가 있다. 자칫하다간 꽁꽁 얼어붙는 겨울바람을 맡으며 1시간이나 헤메일 수도 있지만, 손님들은 포기하지 않고 이곳을 찾아 원망과 기대를 한 번에 쏟아낸다. 따뜻한 백열등 아래 가지런히 혹은, 삐뚤빼둘 놓여있는 책들은 어느 책방과도 달라 보인다. 긴 지구여행을 마친 보헤미안의 손길이 닿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 수채화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한 책장들과 그림들, 버려진 것들을 모아 만들어낸 화분이며 의자들은 저마다 살아있는 숨을 내쉰다. 책방지기, 달광선을 만나다 이곳은 아름다운가게의 헌 책방이다. 재단의 기부문화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류무종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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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퍼, 그 먼길을 가다글/기고문 2010. 10. 25. 04:09
랩퍼, 그 먼길을 가다 박하재홍 a.k.a buzz 서른이 되야 진정한 랩을 구사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은 슬며시 나를 긴장시킨다. 내 나이 스물 여덟,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한지 4년 째. 이제 서른도 코 앞이다. 서른 정도의 나이는 되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깊이가 생겨 랩에 생명력이 부여 된다는 말일진데, 랩이란 철부지 시절에나 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의아한 얘기일테다. 랩을 좋아한 건 (대부분이 그렇듯이) 서태지 시절부터다. 정신없이 가사를 따라 외우고 춤을 추다가 20대 초반,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드나들면서 진짜 랩퍼는 춤을 추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때론, 출 수도 있겠지만..) 랩의 묘미는 머릿속 생각들을 즉시 비트로 만들어 내뱉는 프리스타일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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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동막골을 공격하다글/기고문 2010. 10. 25. 04:07
멧돼지, 동막골을 공격하다 개봉 한 주만에 관객 2백만을 가뿐히 뛰어 넘으며 최고의 흥행가를 질주하고 있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아이들처럼 ‘막’살라고 붙여진 이름의 ‘동막골’에는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 인민군과 한국군의 총부리와 수류탄 마져 호미자루와 감자더미로 바꾸어 놓는 놀라운 마법이 있다. 결국, 동막골을 빨갱이 소굴로 대충 짐작해서 대량 폭탄투하를 계획하는 한국군의 작전과 이에 대항하는 동막골 ‘연합군’의 최후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던 전쟁 영웅주의를 뿌리채 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하다 이름 붙여진 전쟁의 허구성을 한 꺼풀 벗겨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전쟁의 광기란 사상, 민족, 조국이라는 전체주의의 폭력성에 함몰된 인간성의 상실과 억지로라도 적을 만들어 내야 직성이 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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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나눔문화글/기고문 2010. 10. 25. 04:04
“짐승의 앞발은 할퀴고 때리고 찢고 내달립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화해를 말할 줄 압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 할 때 이런식으로 동물을 깔보곤 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리마리오의 말처럼 동물은 항상 “본능에 충실해~”라고 말이죠. 국민프로 ‘퀴즈탐험...’에서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냉혹함을 강조하며, 인간 사회도 똑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야~ 라는 무한경쟁의 논리를 두뇌 속에 각인시키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동물과 자연에 대한 몰이해가 우리의 ‘나눔본능’을 봉쇄한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강자만이 살아남는 다는 살벌한 진화이론은 ‘사화다윈이즘‘으로 진화해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유력한 사상이 됐다고 합니다. 한편, 이러한 '폭력이론‘들은 남성의 가부장적 선입견이 반영된 잘못된 이론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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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릭스(Meatrix)의 진실글/기고문 2010. 10. 25. 03:52
미트릭스(Meatrix)의 진실 한가로운 농가, 여물통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는 돼지 '리오'에게 소 얼굴의 '무피우스'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넨다. "리오, 네가 보고 있는 농장은 미트릭스가 만들어낸 환상이야. 우리들의 고기와 축산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여기있는 빨간약을 삼켜." 잠시 망설이는 리오. 그는 빨간약을 꿀꺽 삼킨다. 그러자, 리오가 살고 있던 푸른 초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아비규환의 집단 사육장(공장식 농장)만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최근 외국의 동물권리 단체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해 만든 플래쉬, '미트릭스(Meatrix)'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돼지 리오는 대부분의 육류 소비자들이다. 최소 면적의 최대 이윤을 창출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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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 실험이야기글/기고문 2010. 10. 25. 03:41
[2003년 미틈달] 작은것이 아름답다 I 녹색은 생활입니다 I 나의 소비 실험이야기 상큼한 주스 한 잔이 간절할 때, 썬키스트와 델몬트를 외면하고 냉장고 앞에 서서 유심히 제주감귤을 찾아보는 버릇은 내게 숨바꼭질 같은 재미를 준다. 때론 뻔뻔한 초국적 브랜드만으로 가득한 진열대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꽝! 다음 기회를' 특정 소비가 불러오는 결과를 예상해 보고, 선택 기준을 세워보는 재미를 나는 에서 배웠다. 채식과 비폭력의 사상을 알고 싶어 군 생활 중 읽기 시작한 이 책이 내게 보여준 간디의 식생활은 금욕이나 수행 방법이 아닌,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간디는 다양한 방식으로 식생활을 시도했다. 학창시절 '영국을 이기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친구의 꾀임에 몰래 고기를 먹기도 하고 한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