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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차르트 호모사피엔스글/리뷰 2020. 10. 1. 13:01
2017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 (김진호 지음 / 갈무리 / 2017) 히틀러가 오페라를 좋아했다니! 그는 12살 때 오페라 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오페라를 만든 음악가 바그너를 찬양했다. 바그너는 독일의 과거를 영웅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암울한 기운 속에서 자란 히틀러는 자신 또한 오페라의 영웅처럼 되기를 원했다. 히틀러의 오페라 애착은 책 에서 나의 머릿속에 가장 큰 물음표와 느낌표를 남긴 내용이다. 10대들과 한 달에 10번 이상 대중음악 감상수업을 하고 있는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음악을 감상해야 예술적 정서와 인문적 생각이 풍부해질까’이다.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를 똑같이 감상해도 어떤 이는 전체적인 곡의 특성과 시각예술에 집중하고,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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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턴의 시계글/리뷰 2020. 10. 1. 12:59
2016 뉴턴의 시계 (에드워드 돌닉 지음 / 노태복 옮김 / 책과함께 / 2016) 1670년, 노와 돛으로 동력을 얻어 ‘하늘을 나는 마차’가 발명되었다는 소문에 영국왕립학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허풍과 무모함, 신에 대한 환상으로 범벅이 된 근대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얼굴이 찡그려지기도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또 당시의 최고 지식인들은 ‘마이너스’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도대체 조약돌이 마이너스 10개가 있다는 건 뭐란 말인가!” 마이너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나는 절로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갈릴레이가 무거운 구슬과 가벼운 구슬을 동시에 떨어뜨릴 때 ‘당연히 무거운 구슬이 먼저 땅에 닿겠지.’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시험지에서는 분명 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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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의 '디스배틀'은 힙합문화에서 가능한 용어인가?글/칼럼 2020. 10. 1. 12:57
2019.9.29 힙합이라 불리는 큰 문화에서 '배틀'과 '디스'는 별개의 용어다. 힙합에서 배틀battle과 디스diss둘 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둘의 용어가 쓰이게 된 사연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배틀은 1970년대 뉴욕 브롱크스에서 10대 갱들의 물리적 패싸움이 춤싸움으로 변환된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초기의 배틀은 실제로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춤을 췄고 이긴 쪽에서 상대방의 음향시스템을 빼앗을 정도로 거칠었다. 하지만, 브롱크스에서 힙합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동네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동네에서 브레이킹을 추는 아이들은 이제 싸우는 '적'이 아니라, 함께 배틀을 즐길 수 있는 '동료'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이제 배틀은 서로의 발전을 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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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글/기고문 2020. 9. 30. 23:13
※보리출판사 '개똥이네 집' 175호 기고문 무엇을 ‘동물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글 박하재홍 코로나 때문에 두 달여 문을 닫은 ‘전주동물원’의 동물들이 예전보다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곳의 동물들은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사 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관람객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것이란다. 반면, 대구에서는 배를 쫄쫄 굶어 갈비뼈가 드러난 사자 두 마리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자를 책임지는 사람은 뉴스 화면에 나와서, 코로나 사태로 입장료가 끊긴 암울한 상황을 하소연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사자가 굶어 죽을 지경이라니! 며칠 새 전국 각지에서 생닭 4백여 마리가 도착했고, 사자는 기력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혼자 50마리의 생닭을 보내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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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글/기고문 2020. 9. 30. 23:12
[교육칼럼] 동물복지 수업의 3가지 원칙 글. 박하재홍 (래퍼,작가) 서귀포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 안에서 버릇처럼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검색 키워드는 2개다. ‘동물복지’와 ‘동물보호’. 최신 뉴스를 짧게 요약해 트위터 ‘동물복지 봇’을 업데이트한다. 매일 빼놓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이 트위터를 발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내가 선별하고 정리해서 올리는 내용을 기다리는 구독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들은 건 정확히 2001년 12월이었다. 당시 나는 운이 좋게도 RSPCA(영국 왕립 동물 학대 방지협회)에서 주최한 서울 워크숍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영국에서 온 RSPCA 활동가는 우리에게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동물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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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 자라난 어른'글/기고문 2020. 9. 30. 23:10
대정골아동센터 소식지 (2018년 신년호) '뿔이 자라난 어른' 글 박하재홍 성탄절을 알리는 가장 유명한 팝송, 머라이어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카페를 가득 채우자 같이 얘기를 나누던 중학생 한 명이 갑자기 투덜거린다. “저 이 노래 싫어요. 작년 영어시간에 이 노래 못 외워서 벌 받았어요.” 5년 전, 어느 중년 남성은 내 앞에서 무심코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미술전시 같은 건 보기가 힘들어. 학창시절에 미술 시간이 싫었거든.”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하다며 도처에서 호들갑을 떨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소위 문화예술교육자로 분류되는 내 자신에게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나는 대정골 센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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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글/기고문 2020. 9. 30. 23:08
2018년 1·2월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글. 박하재홍 “이 노래 꼭 들어보세요. 정말 좋아요.” 수업 마감 종이 울리고 서둘러 교실을 벗어나려는데 6학년 남학생 1명이 내 코앞에 나타나 말을 건넨다. 노래 제목은 록밴드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버즈의 ‘가시’나 ‘겁쟁이’는 10대들에게 종종 추천을 받았지만 이 노래는 또 처음이다. “물론이지, 꼭 들어볼게요.” 진지한 소년의 표정에 압도되어 살짝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갑작스런 부탁으로 우선 1시간만 특강을 한 것이라 이 학생과 다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노래만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푸른 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소금 같은 별이 떠있고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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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글/기고문 2020. 9. 30. 23:05
더불어숲어린이 ‘대중음악감상수업’을 마치며 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 글. 박하재홍 더불어숲 학생들이 각자의 글씨체로 종이에 또박또박 적어준 음악 목록을 다시 꺼내봅니다. ‘봄날’, ‘로스트데이즈’, ‘불타오르네’ 등 방탄소년단 노래가 제일 많네요. 믿기 힘들 정도로 미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뛰어난 점은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표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음악이나 사람이나 매력이 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보통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음악에 심취하는 시간이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1989년, 열두 살의 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음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였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