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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사전검열 법안 철회하고, 혐오표현 대응의 사회적 합의 나서야 (서정민갑)대중음악아카이브/분석과 비평 2026. 7. 15. 18:09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김현 의원에게 요청한다 - 민중의소리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김현 의원에게 요청한다
음악 사전검열 법안 철회하고, 혐오표현 대응의 사회적 합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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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김현 의원에게 요청한다
음악 사전검열 법안 철회하고, 혐오표현 대응의 사회적 합의 나서야
-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발행 2026-07-15
지난 7월 7일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음악산업진흥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문화예술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음반등유통업자가 음반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사하도록 의무화하고, 유해한 음반 등의 제작자가 청소년인 경우 해당 음반 등의 유통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함께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청소년에게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유해 음원의 확산을 인지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긴급히 유통 정지 및 제한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정식 심의 전이라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플랫폼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유해 음원의 처리를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했다는 소식이다.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음악 검열은 시대를 거스르는 해법이다
이번 법률 개정안이 알려지면서 음악계와 문화예술계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연대·블랙리스트이후·오리집·프로젝트통·한국작가회의·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마을예술네트워크는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한 '대중문화 사전 검열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공동 논평을 발표했다. 게임개발자연대, 공연예술인노동조합, 뮤지션유니온, 웹툰작가노동조합, 작가노동조합,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출판노조협의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예술강사분과, 한국영화배우조합이 연대한 문화예술노동연대 역시 “검열로는 혐오를 결코 막을 수 없다.”는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음악가와 대중음악평론가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 의원이 보도자료에서 밝혔듯 최근 혐오 표현이 범람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과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위기 상황인 만큼 김현 의원 등의 문제의식에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 해도 이번 법률 개정안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음악에 대한 사전 검열일 뿐만 아니라, 음악만을 대상으로 한 검열이다. 그 검열의 책임을 유통업자에게 맡겼다는 점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어떤 표현이 유해한지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블랙리스트 사태나 윤석열 정부의 검열을 연상시키는 방식인데, 자칫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유해 표현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청소년으로 한정했다는 사실은 청소년만 유해 표현물에 쉽게 휩싸일 수 있는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현실적으로는 국내에서만 하루 5,000곡의 신곡이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는 100,000곡이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유통업자가 이 많은 곡의 가사를 제대로 검토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만든 음원이 쏟아지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91년 정태춘 박은옥이 주도한 '가요에 대한 사전 검열 제도' 철폐 운동 기자회견 모습 ⓒ정태춘박은옥 홈페이지
한국에서는 정태춘·박은옥 등의 투쟁에 힘입어 1996년 헌법재판소에서 음반 사전 심의 제도가 위헌 판정을 받으면서 음반 사전 심의가 폐지됐다. 지금은 여성가족부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 판정과 TV 방송사의 심의 정도만 남아 있다. 김현 의원 등의 시도는 음악에 대한 사전 검열이 존재하던 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인지 반문하고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표현의 자유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번 법률 개정안을 향해 표현의 자유만 외치고 끝날 일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일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일은 자칫하면 혐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번 법률 개정안은 유해·혐오 표현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예술 장르 가운데 유독 음악만을 대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확인하라는 요구를 유통업자에게 하고 있는 등 문제가 분명하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놓고 사전 공청회조차 개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무성의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유해·혐오 표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예술계는 대체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는 유해·혐오 표현이 일상화된 상황 아닌가. 사실 대중음악계에서 혐오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나왔을 때 음악계와 예술계 내부의 비판과 자정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 사람의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책임을 느끼면서, 김현 의원 등의 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음악계 내부의 문제의식과 문화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라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문화예술계에서도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유해·혐오 표현이 범람하는 지금, 문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헤이트스피치 금지법 역시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유해·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처벌하기에 앞서 어떤 표현이 유해·혐오 표현인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문제다. 사실을 왜곡하면 모두 유해 표현인가. 혐오 표현은 단지 욕설이나 비속어가 아니라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무조건 혐오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차이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술에서는 반어적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유해·혐오 표현이라고 정확하게 단정할 수 있을까. 유해·혐오 표현을 누가, 어떻게 판정할 것인지도 난제다.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응
다행히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혐오 표현을 규정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어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한 뒤 법제화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법률만 개정해서 대응하려는 방식은 성급하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차별금지법과 헤이트스피치 금지법 제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규정부터 논의하고 합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당연히 문화예술계나 청소년 대상 정부기구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문화연대 등의 공동 논평에서 “혐오 표현 대응을 위한 통합적·구조적 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한 이유다. 혐오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를 개선하고, 문화적 권리와 인권을 확대하며, 사회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물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만들어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자정작용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며, 완벽하지 않아 지극히 순진한 발상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옹호하는 일은 무책임한 상황이다. 지금 유해·혐오 표현은 선을 넘었다. 그렇다 해도 온라인 기반의 대중매체가 다양해지고 유해·혐오 표현이 교묘해진 상황을 법안 몇 개만으로 모두 막기는 불가능하다.
유해·혐오 표현 규제 법안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법안에 앞서거나 법안과 동시에 진행해야 할 일이 있다. 유해·혐오 표현을 알아보고 거부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나와 다른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이들을 조롱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유해·혐오 표현이 힘을 얻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유해·혐오 표현은 관점이 다르거나 재미있는 표현이 아니라 틀렸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이 없는 사회, 그래서 성소수자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는 사회, 전라도 사람을 마음껏 혐오하는 표현이 난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널린 사회에서 음악만 검열한다고 세상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김현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이번 개정안을 철회하고 헤이트스피치 금지법과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일을 차근차근 밟아가기를 요청한다. 무엇보다 아직 이 같은 법을 만들지 않았던 국회 역시 유해·혐오 표현이 난무하게 된 사회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유해·혐오 표현과 차별을 만드는 구조와 싸워야 한다.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