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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마다 최소한 5,000개의 사건이 일어나는 음악계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아카이브/분석과 비평 2025. 4. 15. 22:43

    원본: https://www.facebook.com/mingaph.seojeong/posts/pfbid027jKFwu3qrrsaJyiDtrk7aYo2zEPCG8e1tZpgGViUyDBvEwGTSSG8ktdrk4b4GZjHl

     

    서정민갑

    날마다 최소한 5,000개의 사건이 일어나는 음악계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세상에 음악이 많다. 음악인도 정말 많다. 하루에 나오는 신곡이 국내에서만 평균 5,000곡인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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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최소한 5,000개의 사건이 일어나는 음악계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세상에 음악이 많다. 음악인도 정말 많다. 하루에 나오는 신곡이 국내에서만 평균 5,000곡인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날마다 100,000곡이 나온다 한다. 실로 엄청나지 않나.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다 해도 어떤 음악 마니아도 다 들을 수 없을 만큼 음악이 쏟아지는 세상이다.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국내에서는 실용음악과가 늘어나 매년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이들을 수 백 명씩 배출한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일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음악을 만드는 일 역시 쉬워졌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어렵지 않게 홈 레코딩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디를 비롯한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드는 일도 보편화되었다. 소셜미디어 또한 늘어났다. 발표하는 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에는 음악인들이 AI와 경쟁해야 할 듯한 분위기까지 엄습했다.이런 세상에서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음악가가 얼마나 될까. TV에서 흔히 보는 음악가들은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겠지만, 날마다 쏟아지는 5,000곡의 주인공들 가운데 창작과 공연 같은 본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매년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이들 중에 10년 뒤에도 음악을 하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그러니까 곡을 쓰고 연주하고 공연해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어들이는 이가 전체 음악가들 중에 얼마나 될까. 결코 많을 리 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음악을 못해서가 아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음악 듣는 시간은 길어야 1~2시간이 고작인데 어떻게 그 정도의 소비만으로 다수의 음악가들이 생계를 유지하겠나. 음악을 듣는 이들은 새로운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는 게 아니라 대부분 차트 순위 상위권의 음악을 기계적으로 듣거나 매체에서 한 번이라도 본 음악가의 음악만 듣는다. 아니면 젊은날 좋아했던 음악을 반복해 듣는다. 그러다보니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음악이 대부분이다. 틈이 나면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쇼츠나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는 세상에서는 음악이 뒤로 밀린다. 이런 세상에서 음악을 해서 먹고 사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음악가라고 하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노래하는 모습만 연상하는 사람에게 음악가의 다양한 실제 삶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얘기해본다. 세상에는 케이팝 월드스타만 있는 게 아니다. 음악을 해서 번듯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보다 번듯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음악가, 오히려 번듯한 일을 해서 번 돈을 음악에 쏟아 붓는 음악가가 더 많다. 그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음악을 하고, 강습을 해가면서 음악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을 하는 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한다. 여러 지원 사업에 반드시 신청하고 각종 경연대회에 계속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언젠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 실력으로 국내 최고 밴드라고 할 수 있을 밴드의 멤버에게 어떻게 해서 먹고 사느냐고 물어봤다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용달 트럭을 몰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생계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지만 이렇게 뛰어난 밴드조차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에 욕지기가 일었다. 케이팝이 세계에서 사랑받고,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히트하면 뭘 하나. 실력 있는 음악가,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채워주는 음악가, 오래도록 활동하는 음악가가 음악에 전념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물론 세상의 어떤 일도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펼쳐지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그럼에도 뛰어난 음악가들조차 음악으로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대로 계속되어도 좋을 상황은 아니다. 각종 문화재단의 지원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음악창작소가 활동을 돕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진 않다. 모든 음악인이 전업 음악인이 되는 건 불가능한 미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 아니겠나.다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날마다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돈이 안 되고 계속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 일을 최선을 다해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밥 딜런이 일렉트릭 기타를 치기 시작한 것처럼 현대 음악사에 중대한 사건이 되지 못하고, 엄청난 역사적 의미가 있진 않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들을 벌이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존중할 만한 일이다. 소중한 일이다. 누군가 계속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는 신기한 사건으로 음악생태계는 채워진다. 그들이 없다면, 그 사건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우리의 출퇴근길은 훨씬 심심해질 것이다. 우리의 추억은 BGM 없이 밋밋해졌을 것이다.그렇다고 그들을 신비화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는 예술가를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다. 배곯으며 영감을 좇아 자유롭게 작업하는 예술가라는 신화 말이다. 예술가는 자유로움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 작업하진 않는다. 창작 역시 지난한 실패와 도전이라는 노력을 반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대자본이 문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 예술가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저항과 시대를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이 회사와 방송의 눈치를 보는 일은 흔하다. 이제는 낭만과 자유라는 프레임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존재로 음악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타와 음악 비즈니스의 기록과 사건만으로 음악계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으로, 사회의 일부분으로 음악계를 이해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더 깊게 만나는 비결이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국악이를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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