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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 META 의 랩에 대한 생각 (출처 리드머)
    힙합 아카이브/랩 2010. 11. 5. 20:53


    RAP에 대한 생각 _ META(가리온)

    [1]. 먼저 들어가기전에

    작년 언젠가 클럽에서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었다. 아마 고등학생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랩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서 방법을 가르쳐 달랜다. 무작정 랩을 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데, 난감했었다. 솔직히 본인도 그런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 클럽에서 랩을 하는 사람이나 혼자서 해본 사람들은 잘 알리라. `랩을 배운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물론 그 친구에게 당시 어찌어찌 하면 도움이 되리라 하는 몇 가지를 얘기해 주었었다. 물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들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간절히 얘기를 해 달라기에 생각나는 데로 얘기를 해주었는데, 이번 글에서 그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여전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2]. 나의 자세는!


    우선 랩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자세부터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슨 자세냐? 자신이 랩을 하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뭐, 시작부터 왜 이렇게 거창하냐? 라고 반문할지는 모르지만 단순히 좋아서 시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난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랩을 한다는 태도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주절주절 랩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랩이란 것은 자신의 얘기와 생각을 들려주는 것인데, `난 아무 생각없이 주절거려' 라는 모습이라면 얼마나 멍청해 보이겠는가? MC는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철학가의 자세를 가진다고 본다. 단순히 지껄이는 것이 랩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3]. 자신의 톤을 믿어라!

    본인도 그랬고 처음 랩을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왔던 공통 현상(?) 중에 하나는 바로 좋아하는 MC의 랩 톤이나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것이다. 투팍이나 우탱클랜의 메써드맨과 같이 매력적인 톤을 따라하고픈 욕망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계속 랩을 하다보면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톤으로 튜닝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톤을 믿어야 한다. 어찌보면 사람들에게 웅변을 하듯 자신있게 얘기를 하는 것이 랩인데, 가장 힘있는 톤은 바로 자신의 원래 목소리인 것이다. 억지로 남의 톤을 따라서 랩을 한다면 숨겨진 자신의 멋진 톤을 잃어버릴 것이다. 랩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움에서 배어져 나오는 것이다.

    [4]. 자신의 이야기 가사

    최근 통신상에서도 몇몇 오버그라운드 가수들의 래핑에 대한 비평의 글들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데 그것을 가사로 썼다'는 것에 대한 비난의 글을 보고 내심 참 고무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MC가 쓰는 가사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영향받은 직, 간접의 경험과 자기 철학을 피력하는 것이다. 가사는 바로 자신을 낱낱히 그려내는 것이다. 그만큼 가사를 쓰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가사를 쓸 때, 라임과 플로우를 같이 고려해야되기 때문에 단순히 작문하듯 쓴다면, 자신의 처음 의도와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결과물을 보게된다. 가사를 잘 쓰려면 결국 자주 쓰고, 자주 읽어보아야 한다. 어떤 소설가가 말했듯이 `다독, 다색, 다작' 에는 이길 방법이 없다고 한다. 많이 읽고(경험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왕도라 여겨진다. 가사도 쓰다보면 자신의 스타일이 나오는데, 그런 레벨에 다다르면 훨씬 유려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5]. 자신의 호흡과 막힘없는 대사(FLOW)

    100 미터 달리기를 막 끝낸 선수에게 말을 걸면 바로 대답을 듣기가 무지 힘들다. 거친 호흡이 여기 저기 끼어 들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좀 억지로 비유한 것이긴 하지만, 랩을 할 때도 자연스러운 호흡이 받침이 되어야 단어를 정확히 발음해 낼 수 있다. 문장의 어디에서 어떻게 호흡을 끊어주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여기서 어떻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랩을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자신의 호흡 패턴을 은연중에 알 수 있게된다. 그것이 확실해지면 자신의 플로우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호흡이 자유로워지면 랩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더 분명해진다. 다시 말해서, 강약의 조절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랩의 바운스(bounce)감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펑키한 랩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6]. 라임과 메시지

    래핑을 라이밍(Rhyming)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만큼 라임의 중요성은 큰데, 한글로 랩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라이밍인 것 같다. 영어와는 달리 여러 면에서 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라임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두운, 각운의 매치뿐만 아니라 문단의 전체적인 뉘앙스라든가, 문장의 운율적 진행 방식까지도 모두 라이밍의 범주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한글 라이밍의 가능성은 크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흑인 슬랭 하나지만 한국에는 다양한 사투리들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본인의 고향은 대구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가사를 쓴 적이 있는데 상당한 라이밍의 자유도가 느껴졌다. 전라도나 강원도 지역 사투리를 이용한 라이밍을 구사한다면 그것도 상당히 들을만한 수준이라 여겨진다. 물론 표준말이 아니기에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사투리와 표준어를 섞어 사용한다면 한글 랩의 다양성은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7] 끝내면서

    지금껏 본인이 생각하는 랩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시작을 함과 동시에 이해가 될 것이다. 하나하나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공식에 자신을 넣지 말기 바란다. 틀에 자신을 끼워 넣는다면 자신의 본 모습은 사라진다. 자연스러움을 가장 기본으로 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랩을 해보라. 그런 다음은 자신의 속에서 들리는 소리들에 따라가면 된다. 다만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랩을 하는 자신의 태도이다. 난 그냥 `좋아서 한다'는 것, 말은 된다. 하지만 난 `진정한 MC'가 되고 싶다거나, 랩을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면 자세를 잡아라.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짝퉁들 속에서 진정한 마이크를 잡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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