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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아리랑’ 트레일러 ‘화이트워싱’ 논란
    인종주의 2026. 3. 27.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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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대학’ 장면에 온통 백인들···BTS ‘아리랑’ 트레일러 ‘화이트워싱’ 논란

    BTS가 오래된 축음기를 틀자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순간 7명의 멤버는 1896년 미국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으로 타임슬립을 한다. 이 애니메이션 영상은 1896년 5월 8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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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대학’ 장면에 온통 백인들···BTS ‘아리랑’ 트레일러 ‘화이트워싱’ 논란

    2026.03.24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BTS가 오래된 축음기를 틀자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순간 7명의 멤버는 1896년 미국 워싱턴의 하워드 대학으로 타임슬립을 한다.

    이 애니메이션 영상은 1896년 5월 8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기사 ‘하워드 대학의 일곱 한국인’에서 영감을 받은 BTS의 ‘아리랑’ 앨범 트레일러이다. 하워드대로 유학 간 7명의 조선 청년이 한국인의 목소리로 아리랑을 최초 녹음한 역사적 순간을 BTS와 연결 지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문제는 하워드 대학 교정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BTS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대부분이 백인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얼굴이 보이는 8명 중 흑인은 2명뿐이고, 그나마도 뒷줄에 배경처럼 서 있다.

    자신을 ‘아미’라고 소개한 흑인 여성 베벌리 라일스는 22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트레일러 영상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북전쟁 직후 세워진 하워드 대학은 미국 인종분리 시대에 대학 입학을 거부 당했던 흑인들을 위해 설립된 역사적 교육기관(HBCU)이기 때문이다.

    라일스는 BTS에 대한 서브스택(https://btsmorethanaboyband.substack.com)을 따로 운영할 만큼 열성적인 팬이다. 그는 “BTS는 코로나19로 어머니와 아들을 잃은 내게 버틸 힘을 준 존재였다”면서 “멤버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은 큰 위로가 됐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유튜브로 지켜보는 것은 큰 선물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권 운동에 참여했던 가족을 둔 흑인 여성으로서, 노예 조상의 역사를 가진 사람으로서, 또한 하워드 대학 동문으로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하워드대의 모습은 단순한 창작적 재해석이 아니라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라일스는 서브스택에 쓴 글을 통해 애초 조선 시대 청년들이 하워드대에서 공부하게 된 것도 “이 대학이 엄격한 인종분리 시대에 유색인종에게 허용된 몇 안 되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워드대는 여성·원주민·소수인종을 포용한 흑인 교육기관이었다. 그는 그럼에도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트레일러를 제작하면서 하워드대 공연 장면의 군중 대다수를 백인으로 묘사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너무 정치적이지 않게, 너무 흑인적이지 않게’ 만들려 한 의도 때문일 것”이라면서 “마케팅 이미지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흑인성을 제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논리는 역사 전반에서 반복돼 온 ‘흑인의 소리, 백인의 얼굴’이라는 구조와 동일하다”면서 “한국의 문화 보존을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흑인 문화유산을 지워버렸다는 점에서 많은 흑인 공동체 구성원들은 아이러니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3대에 걸쳐 하워드대학 동문인 심리학자 앨피 브리랜드 노블 박사는 “다른 동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이 영상을 처음 접했다”면서 “처음엔 배경에 보이는 시계탑과 도서관 건물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모습이 너무 적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워드대는 노예로 살다가 해방된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면서 “(영상 속 배경이) 노예제가 폐지된지 50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브가 해당 영상 부분을 수정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흑인 공동체를 향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바란다”면서 “실수를 인정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진정성 있는 행동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케이블 방송 유아 프로그램인 <보시 베어>를 총괄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인 니키 윌리엄스도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제 아버지도 하워드대 졸업생”이라면서 “하워드대는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흑인 대학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 대학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BTS에 대한 단순한 팬심을 넘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한국 커뮤니티의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두 집단은 식민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나는 한국의 판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할머니가 부르던 노동요가 떠올랐다. 어떤 면에서 서로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분리 시기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흑인 커뮤니티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과정에서 대출 등에서 흑인보다 유리한 위치를 부여받아 상점 상당수가 아시아계 소유가 되면서 서로 간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두 집단 모두 구조적 억압 속에서 놓여져 있었고, 연대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미국의 많은 사람은 이번 트레일러를 무지의 사례로 비판하겠지만, 두 집단의 문화 교류 자체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K팝 산업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흑인 문화가 다뤄지는 것을 볼 때마다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로서 보면, 근본적인 책임은 하이브에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는 “예를 들어 <보시 베어>를 제작할 때 우리는 한국 및 한국계 미국인 문화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문화적인 자문을 구하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면서 “하이브도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K팝 내 흑인 팬층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아시아계 커뮤니티 내 반흑인 정서를 해체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힌 사회심리학자인 아파라지타 지디군타 박사는 “애니메이션의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했지만, 흑인 및 한인 미국사의 일부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흑인 역사는 지속적으로 축소·왜곡·삭제돼 왔다”며 “전 세계적으로 백인 중심적인 사고 구조가 내면화돼 있는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는 반흑인적 표현을 재생산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디군타 박사는 “BTS는 흑인 음악인 힙합에 뿌리를 뒀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기여했던 그룹이라는 점에서 흑인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계는 ‘모범 소수자 신화’ 속에서 흑인과 비교·경쟁하는 구조에 놓여왔다. 이번 트레일러도 팬덤 내 인종적 긴장을 드러냈다”면서 “BTS가 이번 일로 글로벌 대중, 특히 소외된 공동체 사람들로부터 오해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서 블랙 아미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상처와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나는 최소한 하이브가 흑인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이라도 발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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