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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도 없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하여 (글 오지은)
    대중음악아카이브/에세이 2026. 8. 16. 17:3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252

     

    이유도 없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하여 [어제 들은 음악]

    새로운 문물과 기술의 발전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솔직히 대체로 좋을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좋다는 ‘예전 것’도 한때는 손가락질받는 새로운 것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음악을 듣는

    www.sisain.co.kr

    • 2026.08.16

     

    새로운 문물과 기술의 발전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솔직히 대체로 좋을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좋다는 ‘예전 것’도 한때는 손가락질받는 새로운 것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해서는 옛 시절이 좋았다는 얘기가 우세하지 않나 싶다. 테이프에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씩 녹음해서 주던 얘기나, CD를 사서 모든 곡을 좋아하게 될 때까지 듣고 또 듣던 시간의 귀함이나···. 그 시대를 살았기에 뭐가 어떻게 좋은지는 나도 알지만 편한 건 편한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노래 추천도 기가 막히게 해주는 것 같다. 나를 잘 아는 음악 동아리 사람보다 고작 프로그램일 뿐인 애플 뮤직이 추천을 더 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덧 그런 세상이 됐다.

    음악 추천을 잘 받지 않는다. 잘 하지도 않는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이 책 재미있는데? 아, 너는 별로야? 그 영화 나는 그냥 그랬어, 아 그렇구나, 이렇게 흐르지 않는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는 말해도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곡을 말하기 전에 앞에 엄청나게 많은 장치를 놓는 사람도 있다. 그 음악이 저평가받는 것도 싫고, 오해받는 것도 싫고, 그 음악과 나의 관계를 말하는 것도 사실 싫다. 그렇다, 음악은 예술 중에 가장 은밀하고 동물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노래는 사람의 근육을, 성대를 울려서 소리를 낸다. 귀라는 기관으로 들어간다. 동물적이지 않은가. 시각의 힘도, 서사도, 캐릭터도 없이 마음을 얻는다. 그래서 앞의 얘기로 돌아가면, 추천을 받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다. 사랑을 추천하거나 받지 않는 것처럼.

    그런 나에게 애플 뮤직이 새로운 음악을 슬그머니 들이밀 때가 있다. 스테이션이라는 기능인데(다른 음악 앱에도 있는 기능이겠지), 이미 내가 사랑해서 듣고 또 듣는 노래 사이에 새로운 걸 살짝 넣는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어 그만 당해버렸다. 앞 소절을 잠깐 들었을 뿐인데 그 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레이베이(Laufey)의 ‘뷰티풀 스트레인저’라는 노래다.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낯선 이에게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음악의 치사한 점은 듣는 사람에게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서사도 캐릭터도. 나는 이미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낯선 이를 떠올렸다. 그 순간 음악 듣기는 아주 개인적인 행위가 된다. 남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나쁜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그 음악은 이미 나이기 때문이다.

    그 노래를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순간은 ‘어두운 곱슬머리’라는 가사가 나왔을 때다. 정말 논리가 없지 않은가. ‘그게 뭐?’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러게’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것이 그렇다.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유도 없이 좋아하게 된다. 안녕, 새로운 낯선 음악아. 넌 참 아름답구나. 하지만 그걸 애플 뮤직이 맺어줬다고? 역시 저항감이 들지만···. 이렇게 글의 맨 앞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반복 재생 기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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