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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도 권리가 있어요
    글/기고문 2010. 10. 25. 05:04



    알을 낳고 싶어하지 않는 암탉을 위한 항변

    “동물도 권리가 있어요.”

     

    글쓴이: 박하재홍

    몹시 춥던 겨울날, 난 허기진 배를 주리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찜을 향해 재빠르게 숟가락을 치켜 들었지. 그 때였어,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의 앙상한 날개와 부리가 눈앞을 스쳤던 것이. 좁디 좁은 철망 안에 갇혀, 자신의 소중한 알을 품어볼 수도 없는 현실에 진저리 치며 ‘절대로 알을 낳지 않겠어! 절대로!’ 라고 부리를 앙다물던 ‘잎싹’ 말이야.

     

    다행히도 내가 먹을 계란찜의 달걀은 ‘동물복지인증’ 허가를 받은 식품이었어. ‘동물복지인증’은 농장동물이 너무 가혹한 환경에서 사육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제도야. 이 제도는 동물을 좋아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식품회사와 동물주인들을 설득해서 만들었지. 나쁜 환경에서 고통받는 동물일 수록 감춰진 곳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고기나 우유, 계란을 사먹는 사람들은 잘 알 수 없거든. 다행히도, 세계에는 동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에게는 ‘동물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동물권리’라는 말은 철학자 ‘피터싱어’ 할아버지가 1975년에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어. 피터싱어 할아버지는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똑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 또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사람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해치는 것을 반대했는데, 그 의견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 십년간 노력한 결과로 지금은 다양한 동물권리 단체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단다. 덕분에, 하버드 법대에서는 지난 2000년 동물권리 과목을 새로 만들어 학생들이 공부하도록 했고, 독일은 헌법에 동물권리 내용을 넣어서 유럽 최초로 동물권을 인정한 나라가 되기도 했지! 하지만, 사람들이 동물을 괴롭힌 역사는 너무나 오래되고 굳건해서 아직도 많은 친구들과 이웃들은 동물권리에 관심이 없을꺼야. 우선 우리 주변에 어떤 동물들이 갇혀있고 힘들어 하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농장동물>
    식탁 위 먹거리로 등장하는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 동물들이야. ‘잎싹’처럼 달걀을 낳는 양계장 닭이나 우유를 얻기위해 사육하는 젖소, 또 모피를 위해 길러지는 밍크나 여우도 농장동물에 속하지. 그나마 옛날 옛적에는 널직한 곳에 동물을 풀어놓고 기르는 인정은 있었는데, 지금은 동물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빨리 살만 찌우거나, 알이나 우유를 받아 내려는 농장이 많아. 이런 곳은 마치 동물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공장 같아서 ‘공장식 농장’ 이라고 불리기도 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찬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본 적 있지?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하겠니. 주로 패스트 푸드점에서 파는 고기들은 그 중에서도 악명높은 농장에서 길러진 동물들인데, 이런 고기들은 건강에도 좋지 않아.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병을 많이 앓게 되거든. 그래서, 유럽 쪽 나라에서는 농장동물이 너무 가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 특히, 놀거리가 없으면 괴로워하는 똑똑한 돼지들에게는 축구공 같은 장난감을 꼭 주도록 권장하고 있단다.


    <실험동물>

    텔레비전에서도 여러번 봤을꺼야. 투명한 용기에 갇힌 흰쥐에게 담배연기를 쏘이기도 하고 병균을 주사하기도 하잖아. 흰쥐가 가장 흔한 실험동물인데, 주로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위해 실험당하고 있어. 실험실에는 쥐뿐만 아니라 토끼, 원숭이, 개 등 많은 동물이 있지. 이 동물들은 언제나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인간에게 유리한 과학실험이라는 이유로 무시되어 왔어. 게다가 화장품이나 염색약의 독성실험처럼 의약품이 아닌 미용품의 개발을 위한 실험도 많아서 한 해에 최소 2억 마리의 동물이 싸늘한 실험대 위에서 죽어간다고 해. 그래서 반대의 목소리도 아주 많아. 동물과 사람은 체질적으로 틀린 부분이 많아서 동물실험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야. 예를 들어 암을 일으키는 ‘비소’라는 물질은 쥐에게전혀 해롭지 않았거든. 또 인간이 걸릴 수 있는 질병 3만여 가지 가운데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단 1.16% 뿐이고. 물론,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과학자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찬성하는 쪽에서는 동물실험이 없으면 더 이상의 의학 발전도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니까. 그래도, 동물실험은 세계적으로 줄여가는 상황인가봐. 동물실험 대신 컴퓨터 모델이나 배양세포실험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고, 미용제품 개발과 같은 동물실험은 금지하는 추세거든.


    <동물원 동물>

    동물원의 동물들은 얼핏 보면 매우 편안해 보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아픈 동물들이 많아. 코끼리를 보렴. 코끼리는 넓은 평원에서 가족, 친구들과 무리지어 살던 동물인데, 동물원은 너무 좁고 친구도 몇 없잖아. 코끼리가 좋아하는 흙과 물도 동물원에는 충분치가 않고. 바닥도 시멘트가 대부분이야. 그래서, 동물원 동물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돼. 자기의 구토물을 먹고 다시 토하는 침팬지, 앞뒤 좌우로 몸을 계속 흔드는 코끼리, 자신의 털을 피부가 드러날 정도로 뽑아내는 타조, 벽을 핥거나 우리 철창을 씹는 기린 등은 세계의 모든 동물원에서 관찰되고 있어. 그나마, 관람객에게 인기있는 동물은 어느정도 보살핌을 받지만, 인기없는 동물은 그렇지도 못할꺼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아픈 동물까지 서커스에 내보내서 돈을 벌려고 하지. 서커스에 나오는 동물들은 대부분 맞아 가면서 훈련을 받은 거야. 지난해에는 그런 환경을 못견딘 코끼리 여섯 마리가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해서 큰 소동을 벌이기도 했어. 그래서, 동물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동물원을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는 곳이 아닌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곳으로 바꾸고 동물 서커스를 금지해야 한다고 얘기해.



    <야생동물>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 있는 야생동물은 위에서 말한 동물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자유롭지. 하지만,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며 고달프게 살고 있기는 마찬가지야. 해마다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산과 들을 깎고 파헤쳐 도시와 도로를 만들고,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산 위를 점령하잖아. 등산객들이 산에서 동물들이 먹을 약초까지 캐서 집으로 가져 오니까, 굶주린 멧돼지들은 종종 농가를 습격하기고 해. 특히,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동물이 너무 많아. 사람들은 빨리 다니려고 여기저기 자동차 도로를 만들 줄만 알지, 야생동물이 그 위험한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할 줄 모르거든. 야생동물 교통사고를 영어로 ‘로드킬(road kill)’이라고 하는데, 한국도로공사 조사에 따르면 한해에 최소 1천 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고 있어. ‘로드킬’을 방지하려면 도로를 만들 때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꼭 따로 만들어 줘야해. 그리고,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되도록 천천히 운전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지.

        


    <반려동물>

    ‘반려’란 말은 '함께 생활 한다'는 뜻이야. 그래서, 결혼하는 상대방을 인생의 ‘반려자’라고 부르기도 하잖아. 그렇다면 반려동물은 어떤 동물일까? 바로 우리가 흔히 애완동물이라 부르는 동물들이야. 가장 우리 가까이에서 사랑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지만, 주인에게 버려지는 순간 갈 곳 없이 비참해지는 동물들이지. 동물을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 사람들은 쉽게 동물을 샀다가 버리곤 해. 그러다 보니 버려진 개들과 고양이가 넘쳐나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단다. 그래서 정부는 동물에게 장난감을 뜻하는 ‘애완’이라는 말을 버리고 ‘반려’라는 말을 쓰기로 했어. 평생을 같이 해야 한다는 뜻이야. 만약 동물을 기르고 싶다면 끝까지 그 동물을 책임질 수 있을지 각오해야 해. 그리고, 반려동물을 새로 사는 것 보다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사람 때문에 힘들고 아픈 동물들을 얘기하자니 마음이 참 무겁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어 있지만, 이 법안의 내용이 아직은 미흡해서 계속 보충하고 고쳐나가야 해. 농장동물, 실험동물과 같은 ‘산업동물’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동물복지 5가지 조건’과 ‘3R 원칙’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는 못하거든. 그래서, 우리나라의 동물권리 운동가들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어. 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과 태도가 우선일꺼야. 지난호 시사통에서 만난 동물학자 제인구달 선생님의 말씀 기억하니?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동물들에게 배우자고 말씀하셨잖아. 흔히 어른들은 동물들이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동물들에게는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 많아. 동물과 동물, 동물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아름다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두꺼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니까.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대니얼 폴리 교수님은 동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장치가 50년 안에 개발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어. 아마 그렇게 되면 ‘동물권리’라는 말은 보편적인 가치가 될꺼야. 아니, 어쩌면 그런 장치는 필요 없을지도 몰라. 우리는 이미 눈빛으로 몸짓으로 동물의 감정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걸!

     

    자료1_독일 기본헌법 20조

    독일 기본헌법 20조는 다음과 같다. “국가는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 독일 의회는 이 법안을 2002년 6월 21일에 통과시켰다. 이로인해 연구나 종교적 관습에 따른 동물권 침해 사례에서 동물권 쪽에 비중을 두는 판결이 가능해지고,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제조·연구 실험용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일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자료2_동물복지의 다섯가지 조건

    ①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②육체적인 불편함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③상처와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④공포와 걱정으로부터의 자유 ⑤필수적인 행동을 행할 수 있는 자유.


    자료3_자동차에 야생동물이 사고를 당했다면
    동물이 바로 죽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죽지 않은 경우 침착하게 대처해서 동물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 동물을 차로 친 경우 무엇보다 운전자의 안전에 유의하며 동물을 갓길로 끌어내고 동물구조단체나, 119구조대, 가까운 파출소, 각 시·군의 환경보호과나 산림과 등에 위치를 알린다. 고라니나 노루와 같은 대형동물들은 다가서는 사람을 발로 차거나 공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친 동물을 접촉할 때는 반드시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 동물의 발톱 이빨 부리 등에 다치지 않도록 하고, 기생충이나 질병 감염에도 주의한다. (출처: 한국야생동물구조센터)

    자료4_동물복지 3R 원칙
    Replacement: 실험 동물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 Reduction: 실험 동물 숫자의 감축 Refinement: 실험 동물의 고통 경감. 이 원칙을 따르면 사치성 물품을 위한 실험, 무기 개발 및 테스트를 위한 실험, 담배나 합성 세제 안전성을 위한 실험 등에서는 동물을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동물 실험에 대한 규제·감독· 정책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2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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