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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는 냉장고
    글/기고문 2010. 10. 25. 04:49

    여그 마당에 다들 느긋하게 둘러앉았으니, 한판 신나게 놀아들 볼란가요? 좋지~!
    여그 저그에서 이런 사연 저런 사연을 들고들 왔겄다. 올커니~ 어디 한번 그 사연이나 들어 볼까나. 그렇지~ 여그 널찍한 마당에는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따로 없겄다. 옳치~ 누구나 썩~하니 나서서 가슴 속 묻어둔 이야기를 술술 한번 풀어내 보시오들. 좋~다!
    저그 얌전하게 앉아계신 선상님이 먼저 한판 놀아 보시겄소. 양희창 선상이라고 멀리 제천에 있는 간디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고상이 많으실터인디~ 어디, 그 사연 좀 들어 봅시다. 박수~!
     
     

    요즘도 개천에서 용이 난답니까

    │양희창 (간디학교 교장)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아니야, 이제 그런 소리하면 썰렁개그 하냐고 비웃는걸, 돈이 받쳐주니 일찍이 원정출산에다 영재교육도 모자라 천재교육까지 들이대고 게다가 다들 유학 바람이니 등골 빠지는 기러기아빠들, 가정파탄을 불사하고라도 아내와 자식을 패키지로 보내곤 혼자 쓸쓸히 라면 먹고 지내잖아.

    이젠 사람이 사람을 기르는 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기르는 세상이지,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을 뒷받침하는 게 바로 교육이 되어버렸어. 사회양극화는 교육양극화를 부추기고 교육양극화는 사회양극화를 촉진하는 그야말로 상생의 경제-교육관계가 척척 이루어지는 좋은 세상 아니겠어?

    요즈음 어떤 유학생들은 정말 가관이더군. 돈 많은 부모 만났겠다, 세상까지 잘 만나 외국에 부동산 투자도 허용하니까 유학 가자마자 수억짜리 집 사고 수천만 원짜리 대형차 굴리지, 아예 평생을 학생으로 살면서 결혼도 하고 자식들도 교육시키는 장기계획으로 돌입하고 있다는데, 교육과 복지, 레저와 투기가 어쩜 이렇게 환상으로 맞아떨어질 수가 있냐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데.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는 교포들 기죽이고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이 참 좋은 세상이라고 믿는 아이들을 기르는 게 그 잘난 교육이라면 이놈의 나라가 싸가지없는 인간 양산하는 불량국가밖에 더 되겠어, 욕심덩어리 용 몇 마리 키우는 거보다 건실한 붕어, 잉어 기르는 게 교육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지. 제발 개천에서 용 나길 기대하지 말고 함께 잘 살아가는 아이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어야 하지 않겠어?

    가난하고 정직한 부모들마저 자식문제에 부닥치면 눈이 뒤집혀 고액과외에다 비싼 학원비 대느라 가산을 탕진하고는 제풀에 주저앉고 마는, 도저히 베팅을 해 봐야 상대가 되지 않는 쓰라림을 뒤늦게서야 깨닫는 빈곤의 악순환을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교육은 대안 삶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고 저 나름의 마당을 펼쳐놓고 씨름하는 주제에 누구에게 해법을 요구할 순 없지만 세상 살기 참 갑갑한 건 사실이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찾아가게 만드는 건 바로 살아있는 학교가 제도가 아닌 아이들 자신이기 때문이지. 아이들은 올바른 생각을 갖고 신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어, 조금만 도와주고 격려해주면 어떤 고통도 이겨내고 기어이 나아갈 수 있는 생명력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지.

    다음 세상은 더 나빠질 거라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 바닥을 치면 올라오듯이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면 결국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되고 말거야.

     

    앗다, 구절구절 가슴에 박히는 이야기고마~ 말씀도 잘 하시는 구먼요. 우리 아그들 맴 편히 공부하고,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쓰겄는디 선상님 말 맨코롬,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가 오지 않컸소~ 그렇지~! 그럼 이제 저쪽에 앉아계신 서울 처자가 나오실란가요. 여성들 속사정을 시원하게 풀어내 보시오. 올커니~! 누리방에 똑 소리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서 조이여울 님이 답답한 현실을 이 마당에 꺼내놓으신다니, 귀 쫑긋 세우고 잘 담아 들으시오~ 그렇지~!

     

    여성시대│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여기 내 말 좀 들어보소.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으니, 이 답답한 마음 좀 풀어보리다. 어찌된 일인지 이 땅의 여성들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소? 여기저기서 ‘여성시대, 여성시대’ 하는데, 대체 어디에 그런 시대가 왔다는 거요?

    이런 사정을 아시오들? 어찌된 영문인지, 경력은 늘어나는데 갈수록 임금은 줄어들고 있다면 믿으시겠소? 10년 전에 큰 회사에 들어가서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일들을 해오고 있는데, 아이엠에프를 거치니까 갑자기 ‘비정규직’이라는 명찰을 떡하니 달아주는 것 아니겠소? 게다가 하청업체로 소속을 바꾸어 버립디다. 그사이 임금은 오르기는커녕 90퍼센트, 80퍼센트, 70퍼센트로 계속 뚝뚝 떨어지더란 말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기업과 계약이 끝난 하청업체가 이런 여성들을 그나마 집단해고 합디다. 하도 억울해서 기업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지금껏 들은 체 만 체입디다.

    이런 일도 있습디다. 오로지 남편이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어느 은행에서 여직원들을 집단해고 하지 않았겠소. 그런데 우스운 것은 똑같은 회사에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여 똑 같은 일을 시키더란 말입니다. 보소 보소, 이건 눈 가리고 아옹 아닌가 말이요? 당연히 전보다 훨씬 낮은 임금과 대우를 받게 되었잖소. 몇 명은 법적인 싸움을 벌였지만, 법원조차 부당해고가 아니라며 기업의 손을 들어주더라 말입니다. ‘비정규직’의 다른 이름은 바로 ‘차별’이고 ‘가난’이 아니겠소?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 대체 앞뒤가 안 맞고 여간 엉터리가 아니더라, 이런 말씀입니다. 이럽디다. 저출산 현상이 ‘국가 위기’라며, 양성평등정책을 만들어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도록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을 쓰겠다고 말이오. 진짜 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성차별이 없는 일자리, 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이 아니겠소? 되레 정부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잔뜩 마련해 놓고서, 그것이 여성들을 위한 일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된답디까? 양육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함께 담당해야 할 몫이련만, 여성들이 일과 양육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만 쓰겠다는 뒤죽박죽인 정책을 어찌 믿겠소?

    이 마당에서 이 내 답답한 마음 좀 헤아려 주소. 정부는 입만 열면 ‘양성평등’을 이야기하고, 어느 때보다 언론은 ‘여성시대’를 많이 외치는데, 여성들은 더욱 힘든 여건에서 점점 뒷걸음치고 있는 형편이니, 참으로 딱하디 딱한 일이 아니겠소?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닌가 싶소~ 조이여울 처자의 절절한 이야기도 들었으니, 여성 남성 차별없는 세상, 누구나 사람으로 사람답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만들도록 힘써 보십다요~! 올커니~!
    요 앞에 앉았던 총각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란가요~ 서울 신촌에서 책방을 하신다고 하는디, 앗다 고 양반 걸음걸이도 신명나는 구먼~ 아름다운책방에서 일하는 박하재홍 도령 나오시오~ 올커니~!

     

    그대는 냉장고

    │박하재홍 (아름다운책방 활동가)

     

    “그대는 냉장고, 차거차거차거차거~멀리서 나만 바라봐 주세요~”
    ‘눈뜨고코베인 밴드’의 ‘그대는 냉장고’, 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차가운 냉장고를 다시 곰곰히 생각해 봤어. 어린 시절 냉동실에 얼려놓은 100원짜리 야구르트 빼먹던 추억도 있고… 그런데 말이야, 냉장고, 그게 꼭 필요한 건가? 요새는 한술 더 떠서 아파트마냥 넓고 쾌적한 냉장고가 부의 상징인 것 같아. (광고에는 꼭 하늘거리는 드레스 입은 여배우가 냉장고에 찰싹 달라붙잖아) 서울 우리집에도 흙마당에 김장독을 정성껏 묻어 놓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김장독 대신에 온 국민의 혼수품, 김치냉장고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지. 귀에 박히도록 들었겠지만, 냉장고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 갉아먹잖아. 신기하게도 프레온이라는 녀석은 당최 둔해서 물을 만나나 햇빛을 만나나 뭘 만나도 변하지를 않는대. (화학용어로는 활성이 없다고 한다네) 그래서, 생태계에 문제가 없어 보였던 거지. 과학자들이 사람들 앞에서 프레온 가스를 잔뜩 들이마시기도 했다는구만. 그랬던 프레온이! 성격 느긋하게 15년 동안 하늘로 올라가더니만 오존층을 야금야금 뚫기 시작한 거야. 완전 배신이지. 1984년도에 오존층 40퍼센트 깨졌다던데 지금은 어떨까나? 둘리가 빙하 타고 내려온 때도 그쯤 아닌가? 뭐~ 환경규제도 있고 하니 대체 냉매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는 있다는데, 그 녀석도 온실효과를 일으켜서 골치인가봐. 거참,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 별로 크지도 않은 냉장고가 하나 있거든. 그 안에서 음식들이 마구잡이로 ‘냉장부패’하고 있지. 먹다 남은 음식들을 잔뜩 넣어두다간 잊어먹기 일쑤거든. 한 달에 한 번은 무더기로 버린다니깐. 난 특히 냉동실이 싫어. 동물사체들이 득실거리지. 한여름 공포물도 아니고 말이야. 고기는 쉽게 부패하니까 냉장고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무지막지하게 도살할 수 없었을 텐데! 냉동실은 냉동묘지가 되고 말았어. 냉장고 성능이 좀 덜떨어지기만 했어도, 제철에 가까운 곳에서 자란 채소가 훨씬 대접 받았을 거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냉장고의 공헌을 이렇게 말하더라. ‘식중독 암 같은 질병 발생율을 대폭 낮추어 현대인의 건강과 식생활을 향상시킴.’ 먹을 게 넘쳐나서 사람도 지구도 병들어 가고 있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만은 없더라고. 일단, 내가 일하고 있는 신촌책방에서 냉장고 코드를 뽑아 버렸어. 그리고, 노래했어. “그대는 냉장고, 차거차거차거차거~ 전원 끄고 멀리서 바라봐만 주세요~” 책방 와도 시원한 얼음 냉수 대접할 수 없다는 거 부디 이해해 줘.

     

    올커니~ 어깨가 들썩거리는 구먼~ 박도령, 어쩜 그리도 노래도 잘하시는가요~ 우리가 묵고 싸는 것, 물건 하나하나 함부로 허투루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담복담복 가슴팍에 썩~하니 들어오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이때, 갑자기 늙은 멧돼지 한 마리 씩씩거리며 마당으로 달려든다) 어어~ 아니 이게 뭐여, 멧돼지 아닌가. 대체 이게 뭔 일이란가~. 산속에서 자식들이랑 오순도순 잘 살 것이지 시방 여기가 어디라고 씩씩거리며 왔단 말이여~. 오늘 마당극 재미지게 놀았는디, 니가 시방 시샘하느라 훼방을 하는거여 뭐여~

     

    늙은 홀아비 멧돼지 신세타령

    │백승온 (보리 출판사)

     

    아니 보시오, 사람들만 할 말이 있는 줄 아시오. 나가 오죽하믄 여기 왔겄는가.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주소. 나 같은 늙은 멧돼지가 산이 무서버졌다면 이해되시겄소~. 오래오래 조상 때부터 살아왔던 산에서 살 수가 없소. 어쩌자고 여기저기에 올무를 만들어 놨단 말요. 올무가 지천에 널려서 어디 맴대로 댕길 수가 있냐고. 올라 가믄 올무에 걸려 뒈져, 내려오믄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천덕꾸러기 되갔고 총 맞아. 산 깎아불고, 터널 뚫어불고, 길 닦아불고. 인자 나 같은 넘들은 어딜 가난 말여….

    근데 말여, 사실 따지고 들면 요로코롬 물어 불지도 않코, 그쪽이 일방으로다가 우리집에 삽 들고 불도저 대고 쳐들어 온 거 아녀? 누가 우리집이고 누가 나으 땅이냔 말여? 여거 산 깎아 맹근 옥수수밭, 원래 우리 댕기던 곳이고, 쩌어그 아래 하동 구례 19번 국도, 버러지 개구락지 개구리 고라니 족제비 멧돼지 엄니 새끼들까지 다덜 묵고 자고 하던 곳인디! 둑 무너뿐다고 시멘트 쳐 발라놓은 배수로 좀 보랑께! 볼상사납제~ 온갖 새끼들 빠져서 시멘트 벽만 벅벅 긁다 발이 닳아서 뒈져불지! 그 어린 핏뎅이가 어케 올라 오겄어. 에그, 짠해. 아래도 족제비 엄니가 새끼 줄라고 쥐 잡아 오는딩 차에 치여서 죽었다든디! 아짐 새끼들 우물에 빠지면 기분이 어턱컸소. 오장육부가 다 트러가 불지. 새끼는 배수로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오매~ 짠한 거.아니, 사람들이 어찌 그리 거무줄을 잘 친다냐. 쪼바터져분 땅 덩어리에 어찌그리 사방팔방 길을 잘 맹그냐고. 3·8선만 새끼 애미 갈라놓은 것이 아녀. 우리 짐승들은 아주 씨가 말러, 씨가. 관광 특군가 탁군가 해서 신두리 해안사구에 펜션 짓고 라브호텔 짓는다고 표범장지뱀이고 온갖 것들 씨 말리고. 우리 땅으 자궁 새만금은 썩어 문드러져도 눈 하나 깜빡 않코. 서산지구 장다리물떼새 죄다 뒈져불게 해도 모자라 농약 쳐대고, 그나마 힘겹게 낳은 알은 맛 좋다고 까먹는다고 육갑을 떨잖여. 진짜 한 치 앞도 못 보는 것 아닝가.

    그것도 일쫑으 장으(장애)여, 장으. 요그는 아예 못 듣는 귀머거리, 조그는 알아도 말 못하는 벙어리, 쩌그는 땅값 땜에, 딸 팔아먹는 눈 먼 심봉사. 고속도로 땅바닥을 한번 보랑께. 그라길래 뭣터러 나왔냐고~? 산에 콰악 쳐 박혀 있으라고? 감히 인간시상을 넘 보냐고~!! 어, 그려. 말 한번 잘혔다. 사람, 짐승, 다 같이 쉬뻘건 심장이 요로케 펄떡펄떡 뛰는데, 무신 고약한 맴으로 우리는 길바닥에서 죽어야 쓰겄냐고 말이여~. 내가 왜 여거까정 왔냐고… 왜 여거까정 왔냐고?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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