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순이 베러 블루스
    랩/랩으로 쓴 시 2014. 5. 8. 21:51

    작사와 랩: 박하재홍


    순이는 우리 집에 살고 있는 토종개 누렁이입니다.
    원래 제가 도로시라고 이름지었는데요
    엄마가 안 어울린다고 그냥 순이라고 불러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순이의 특기는 욕심 없이 세상을 사랑하기 입니다.
    자, 우리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어쩌면 아주 먼 옛날부터 누군가 들려주었을지도 모를 story
    이것이 바로 순이 better blues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북한 산 우이동의 어느 민박집 구석
    깜깜한 하늘이 내려앉은 2002년 9월의 어느 밤이었어
    어둠 사이를 느릿하게 헤집는 차가운 쇠사슬 소리,
    함께 있던 친구들을 은근히 겁먹게 했지
    그곳엔 무거운 사슬에 묶여있던 작고 마른 겁먹은 개 한 마리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범벅이 돼 버린
    희망 따윈 알 수 없었던 절망의 감정이 가녀린
    집으로 돌아온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기에

    난 다음 날 다시 한 번 낯선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지
    지갑 속 종이돈 몇 장을 만지작거리면서
    지난 밤 보았던 그 개를 내게 팔라고 했지만,
    집주인은 어딘가 석연찮은 얼굴로 당황스런 두 눈이었어
    그런 개는 없다며 그늘지게 사라져 버렸지
    이상한 일이야 난 집 뒤를 돌아 어둠 속 희미했던 그 존재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는 걸
    쇠사슬을 풀어버려! 그를 품안에 꼭 안고 산길로 내달려
    그리고 내 귓전을 때리는 한 방의 환각
    우리는 세상의 길로 내달려 나간다

     

    달려가자 변화하는 삶과 시간의 길로
    변화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변치 않는 진리 하나
    무쌍한 우주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길은 단지 하나
    그 길은 모든 곳으로 통하고만 있어
    너와 내가 갈라설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어
    지금 이 순간으로 멈춰 서서과거와 미래와 고통과 기쁨을 창조했어

     

    어쩌면, 하찮은 신분으로 세상에 태어나
    고행의 운명을 짊어지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이 박스를 대충 뜯어 집이라 내주었는데도
    조용히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청했죠
     
    인연이라는 것은 언제나
    바람이 불면 흩날리는 머리칼과 같이
    사소한 순간마다 이어지는 필연

    처음 만나는 순간
    만물은 너무나 명확하게 우리 둘 앞에
    하나의 길을 내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을 바라보는 무결한 신뢰의 눈빛 안에서
    나는 매일 아침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것만 같습니다
    나도 언젠가 욕심 없이 거짓 없이 온 마음을 다하여 세상을 사랑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순이 better blues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