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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트릭스(Meatrix)의 진실
    글/기고문 2010. 10. 25. 03:52


    미트릭스(Meatrix)의 진실

    가로운 농가, 여물통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는 돼지 '리오'에게 소 얼굴의 '무피우스'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넨다. "리오, 네가 보고 있는 농장은 미트릭스가 만들어낸 환상이야. 우리들의 고기와 축산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여기있는 빨간약을 삼켜." 잠시 망설이는 리오. 그는 빨간약을 꿀꺽 삼킨다. 그러자, 리오가 살고 있던 푸른 초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아비규환의 집단 사육장(공장식 농장)만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최근 외국의 동물권리 단체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해 만든 플래쉬, '미트릭스(Meatrix)'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돼지 리오는 대부분의 육류 소비자들이다. 최소 면적의 최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시작된 잔인한 공장식 축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 암세포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환경이나 동물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않는 한 육류 소비자들이 미트릭스의 진실을 접하게 될 기회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우병 공포와 함께 전국을 휩쓸고 있는 조류 독감, 돼지 콜레라의 사태는 집단 사육에 대한 확연한 경고로서 이제는 우리에게 '빨간약'을 삼킬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지구상에 생태적으로 적합한 인구는 4백만명. 그 천배에 달하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지구와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언론에서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라는 우려의 말들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채식'이다.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하면 으레 "몸이 어디 안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받기 일 수다. 그것은 곧 채식은 '몸에 좋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은 채식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있다. 채식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하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하고, 채식주의자들을 미각의 즐거움을 포기한 금욕주의자로 보기도 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들도 동물 살해를 지금의 살인과 똑같이 여길 날이 올 것이다.”라고 얘기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말발굽을 맨손으로 구부려 트렸던 근력의 소유자였고, 땅과 바다에서 자라나는 수 천 가지의 식용식물들은 풍요롭고 향기로운 영양식 메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채식은 우리에게 ‘조화로운 삶’을 가능케 한다. 현대의 숱한 질병으로부터 육체를 해방하고, 육류 생산을 위해 파괴되는 자연을 막아서는 식생활. 더 이상 동물들을 괴롭힐 필요도 없다.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소고기 1인분을 위해 소모되는 22인분의 곡물의 양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한살림의 창시자 장일순 선생님은 유기농 소비자들이 '나 혼자 건강해 보겠다'라는 이기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육체에만 급급해 하는 마음으로 어찌 다른 생명들을 함께 살려낼 수 있을까. 유전자 조작으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만들어 내려하고, 공포로 가득찬 오리들을 구덩이 속에 매장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아무리 유기 농산물과 더불어 유기 축산물도 각광을 받는 시대라지만, 우리가 차려내야 하는 밥상은 자연과 조화롭고 평화로운 마음에서 비롯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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