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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들의 나눔문화
    글/기고문 2010. 10. 25. 04:04


     

    “짐승의 앞발은 할퀴고 때리고 찢고 내달립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화해를 말할 줄 압니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 할 때 이런식으로 동물을 깔보곤 합니다. 요새 유행하는 리마리오의 말처럼 동물은 항상 “본능에 충실해~”라고 말이죠. 국민프로 ‘퀴즈탐험...’에서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냉혹함을 강조하며, 인간 사회도 똑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야~ 라는 무한경쟁의 논리를 두뇌 속에 각인시키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동물과 자연에 대한 몰이해가 우리의 ‘나눔본능’을 봉쇄한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강자만이 살아남는 다는 살벌한 진화이론은 ‘사화다윈이즘‘으로 진화해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유력한 사상이 됐다고 합니다.

     

    한편, 이러한 '폭력이론‘들은 남성의 가부장적 선입견이 반영된 잘못된 이론이라며 동물사회의 보편적 생존전략은 ‘평화주의’와 ‘이타주의’에 기초한 연대와 협력임을 입증해 보이는 여성학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40여년간 침팬지만을 연구해온 제인구달 박사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한명 한명에게 이쁜 이름을 붙여주어 과학계의  ‘왕따’가 되었다지만, 그로 인해 침팬지들과 감동적인 나눔을 경험해 왔습니다. 제인구달 박사 이전의 저명한 동물학자들은 ‘동물에게 감정은 없다.’라고 못박아 왔다는군요. 역시 삶의 지혜는 지식이 아닌 마음과 마음사이에 생겨나는 듯 합니다.

     

    동물들의 삶을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우리들은 넘치는 감동을 발견합니다. 숱하게 전해오는 사람을 구한 개 이야기는 둘째치더라도, 천적 관계의 동물사이에도 피어나는 우정이 있고, 10년 동안 자신을 실험실에서 학대한 인간들에게도 온정을 베푸는 성자같은 침팬지도 있습니다. 어릴 적 같은 서커스 장에 있었던 두 마리의 코끼리가 22년만에 서로를 알아보고 재회하는 장면은 어떤 드라마 못지 않지요. 암컷들이 수컷의 폭력적인 행동을 가만두지 않고 훈련시켜 바로잡는 다는 여성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동물적’이라는 편견의 언어를 단숨에 되돌리게 합니다. 그 뿐인가요. 소외받고 상처받은 이들은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그 우정으로 치유될 수 있고, 대자연의 야생동물들은 지구의 건강척도입니다.

     

    광고에서 성공하는 대표 캐릭터 중에도 동물이 포함되는 걸 보면 사람들은 참 ‘동물적’인 듯 하네요. 그러나, 한 편으론 야만의 문화를 지탱하기 위해 동물의 살아있는 감정과 고통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인간사회만의 유별난 특성인 것 같아 괴롭습니다. 동물의 따뜻한 온기와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나눔의 본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눔의 대상에 동물들의 아픔까지 충분히 껴안을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평화의 그림과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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