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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스타, 반달곰 ‘막내’의 지리산 이별곡
    글/기고문 2010. 10. 25. 03:33

     

    반짝스타, 반달곰 ‘막내’의 지리산 이별곡

     

    성강한 네 마리의 반달곰, 장군이 반순이 반돌이 그리고 막내. 8개월 간의 야생 적응 훈련을 무던히도 잘 견뎌낸 이들이, 사육장을 벗어나 지리산의 ‘숲 관리자’로서 자라나기 위한 드라마틱한 과정은 대대적인 언론과 방송홍보를 통해 한반도 전역에 알려졌다. 촬영을 위해 설치한 망루를 점거하기도 하고, 울타리 아래로 땅을 파 무단외출을 감행하기도 했던 반달곰들의 좌충우돌 일기(日記)는 사람들에게 ‘미련 곰탱이’이라는 표현의 부당성을 숙고하게 했고, 그들의 대견한 모습에 뜨거운 응원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은 금새 ‘환경부’라는 기획사 소속아래 잘 나가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얼마 후 반순이는 기획사의 과대한 홍보 탓에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에 비통한 죽음을 맞이 했고, 사람의 정을 잊지 못해 야생적응에 실패한 ‘막내’는 기획사에서 버림받아 좁은 철장 우리 안에 감금당하고 말았다. 2년의 세월이 지나 앙증맞은 새끼곰에서 우람한 덩치로 커버린 ‘막내’.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며 철장에 가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동물을 수단의 도구로서만 인정하고 있는 인간사회의 의식이 빚어낸 비극이다. 막내는 사람을 좋아한 탓에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막내’를 존중하고 사랑했던 ‘팬’들의 감정은 야생 적응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반달곰들은 각자에게 붙여진 이름처럼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주체로서가 아니라, 환경부의 수단으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복원사업의 성공으로 지리산이 반달곰의 안정적인 서식처가 된다면, 한국도 러시아처럼 반달곰 수렵을 허용할 것이고 그 때는 장군이가 총에 맞던 반돌이가 올무에 걸리던 환경부는 상관치 않을 것이다. 자칫 ‘공생’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이 사업이 동물과 인간사이에 더 두터운 벽을 쌓게 하고 갈등과 총성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심스럽다. 비록 복원사업이 생태학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다 하더라도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고통에 대한 윤리적 의무에서 바라 보았을 때, 반짝스타로 마감한 ‘막내’의 철장은 너무나 차갑다. 그것은 농장이나 실험실에 갇혀 있는 동물들의 철장과도 같은 재질이며, 그들의 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우리의 폭력성이 형상화된 상징물이다.

    환경부 복원사업 과정에서 버려진 반달곰 ‘막내'


                                  (사진출처: 녹색연합)

     


    글 박하재홍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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