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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의 진화’대중문화 장악하다 (출처 경향신문)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0. 11. 30. 22:46



     
    ‘힙합의 진화’대중문화 장악하다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4-10-24
     
    1979년 미국 빌보드 차트 40위권에 노래 하나가 올랐다. ‘슈가 힐 갱’이란 그룹의 ‘래퍼스 딜라이트’란 곡이었다. 대중의 열화같은 반응에 노래를 부른 가수들도 깜짝 놀랐다. 클럽에서 틀다 말 것으로 예상했던 노래가 전세계적으로 8백만장이 판매되며 힙합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힙합이 주류문화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린 이 사건이 일어난지 올해로 25주년. 대중문화는 이제 힙합의 리듬에 맞춰 맥동하고 있다. 차트 상위권은 물론 걸음걸이, 헐렁한 바지 등 옷 모양새,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힙합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힙합의 진화=알려진 대로 힙합은 디스코의 전성기이던 1970년대 초반 뉴욕 브롱크스에서 흑인에 의해 시작됐다. 한 DJ가 간주부분을 반복해 틀며 흥을 돋우려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독특한 춤을 췄다. 여기서 디제잉과 랩, 브레이크 댄스가 각각 유래됐다. 낙서로 메시지를 전하는 ‘거리예술’ 그래피티도 등장했다. 이 네가지를 아울러 힙합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머레이 포먼 노스이스턴대 문화학 교수는 “힙합은 여러 지역에서 발전, 확산되는 과정에서 기존 정의를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진화가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힙합이 가진 ‘진화의 힘’을 몇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기존 작품들을 적극 끌어들여 ‘재활용’한다. 다른 이들의 가사나 솔, 펑크, 디스코, 록 등 기존 곡들의 모티브를 ‘샘플링’이란 이름으로 빌려와 독자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올해 데인저마우스라는 DJ가 낸 ‘그레이 앨범’이 그 예다. 비틀스의 ‘화이트 앨범’에서 꿔온 음에 제이-Z라는 래퍼가 발표했던 ‘블랙 앨범’의 가사를 섞었다.

    저작권자들은 비난했지만 힙합을 연구하는 마크 엘러벨드는 “이것이야말로 힙합의 저력”이라고 변호한다. “예술의 최상의 형태는 다원적인 것이며, 모든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둘째, 힙합의 리듬과 비트다. 이는 아시아에서 남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파급력의 근거로 풀이된다. 팬들은 “힙합 리듬이 심장 박동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현주소와 논쟁=여러 점에 있어서 힙합의 성장은 로큰롤을 닮았다. 흑인들이 처음 시작해 소규모 독립 레이블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뒤, 백인 뮤지션들에 의해 유명해지자 메이저 음반사가 뛰어들었다. 수백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백인층에도 힙합문화를 일반화시킨 백인 래퍼 에미넴이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견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힙합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대 젊은이들의 시’격인 가사는 간혹 폭력과 여성비하를 부추기는 내용으로 사회적 논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힙합의 하부 장르 중 ‘갱스터 랩’의 특징이며, 힙합 전체의 특징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힙합이 주류문화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상업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포먼 교수는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새로운 풍습은 어느 시점에서는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힙합이 사회의식의 부분이 되기에 앞서 그 의미와 정체를 명확히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학문적 탐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전역의 고교와 대학에서는 힙합 가사를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과목을 개설중이다. 하버드대는 힙합 전문 자료실까지 갖춰놓고 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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