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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트루멘틀 힙합 (글 한동윤)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7. 2. 11. 15:27

    원문: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8782


    • 인스트루멘틀 힙합


    2008/05

    by 한동윤


    힙합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인스트루멘틀 힙합은 보컬 없이 프로듀서 또는 디제이가 만들어내는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다. 팝 대부분 장르와 마찬가지로 힙합 역시 곡을 완성하는 두 요소인 반주와 가수의 음성이 존재하는 음악이기에, 반주가 되는 비트를 만들고 그것을 다듬는 작곡가, 편곡자인 디제이, 비트메이커 혹은 프로듀서와 노래(랩)를 연행(演行)하는 이가 서로 협력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것이 힙합 음악 제작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인스트루멘틀 힙합은 기본 구성의 절반을 차지하는 래퍼를 제외시켰기에 반주를 제작하는 이의 새로운 시도나 역량이 집중 발휘된다.


    노래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니 형식면에서 더욱 자유로워진다. 뒤틀고 싶으면 뒤틀고 느려졌다가 빨라졌다가 아니면 그 반대로 템포를 조절하는 것 등, 모든 일이 제조하는 이의 자유 영역이 되니, 보통의 힙합 곡보다 실험성을 보장 받는 폭이 더 넓다.


    특히, 인스트루멘틀 힙합을 만들고 감독하는 이는 보컬의 부재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신경을 쓴다. 아직은 많은 사람이 가수나 래퍼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음악에 익숙하기에 드럼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프로그래밍만으로는 청취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상시보다 더욱 다양한 악기를 편성한다든가 영화, 드라마 등 비(非) 음악 작품에서 소리를 추출해 보컬이 없어 생기는 빈 공간을 채우기도 하며, 곡을 번잡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줄 만한 요소와 방법을 모색한다.


    과거, 힙합이 태동하던 시기에 음악의 중심은 랩이 아닌 비트에 있었다. 흑인들의 블록 파티(bloc party)를 주도한 자메이카 출신의 쿨 디제이 허크(Kool DJ Herc)는 두 개 이상의 레코드 데크를 사용하여 디스코, 펑크(funk), 때로는 빠른 비트의 소울 넘버에서 끌어온 부분-동일한 노래의 똑같은 단락-을 계속해서 혼합, 반복함으로써 전혀 색다른 곡을 창조하였으며 일련의 작법을 대중적인 스타일로 구축해갔다. 이러한 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빨라짐에 따라 디제이들은 커팅과 믹싱을 하는 작업만을 담당하고 래핑과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MC를 따로 둠에 따라 디제잉(DJing)과 엠시잉(MCing)이 분업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 이르는 힙합의 기본 양식이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중반 기타리스트 데니스 코피(Dennis Coffey)가 발표한 연주곡들('Scorpio', 'Black Belt Jones (Theme)')이나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가 브레이크비트로 사용되기만 했을 뿐, 사실 1980년대까지 순수 인스트루멘틀 힙합은 마니아와 대중에게 그다지 큰 호감을 사지 못했다. 힙합 프로듀서 디제이 마크 더 포티파이브 킹(DJ Mark The 45 King)이 1987년에 (디제이 쿨(DJ Kool)의 'Let me clear my throat'의 샘플링으로 더욱 유명한) '900 number'를 발표하면서 비트 자체로서의 힙합은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섰다.


    이후 디제이 섀도우(DJ Shadow)가 1996년 발표한 데뷔 앨범 < Endtroducing... >이 전 세계적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음으로써 인스트루멘틀 힙합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게 된다. 올드 스쿨 힙합과 재즈, 펑크(funk)에서 추출한 음원과 TV 프로그램, 인터뷰 등 음악 외적인 것에서 뽑아낸 소리의 표본들을 이용한 결합, 창작의 작업은 그만의 독특한 영역을 조성하였으며 인스트루멘틀 힙합이 단순한 베이스라인의 반복에만 그치지 않고 극적 요소를 갖추어 한편의 예술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또한, 기존의 비트메이커/프로듀서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소리를 지향하는 데 구심점이 되었고 샘플링의 활용 구역을 확장하는 데에 조언을 한 작품이 되었다.


    1990년대 말부터 인스트루멘틀 힙합은 다양한 갈래로 나누어져갔다. 인비저블 스크래치 피클즈(Invisibl Skratch Piklz)나 엑시큐셔너스(The X-Ecutioners)같은 디제이 집단에 의한 실험적 턴테이블리즘,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피트 록(Pete Rock), 故 제이 딜라(J Dilla) 등의 엠시잉과 연결되는 힙합,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서정적인 비트 연출, 블록헤드(Blockhead), RJD2 등의 레프트필드, 트립 합 계열 등 형식의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인스트루멘틀 힙합이 완벽히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는 편은 아니다. 오늘날의 주류 힙합은 랩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며, 곡의 분위기상 종종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인 트립 합이나 다운템포에 묶여 취급되곤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새천년 들어 인스트루멘틀 힙합 음반이 속속 제작되는 추세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콰이엇(The Quiett), 타블로(Tablo)와 페니(Pe2ny)의 프로젝트 그룹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 라운지 계열의 음악을 선보인 에스트래직 비츠(Estraziq Beats)나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생소한 앱스트랙트 힙합으로 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끈 디제이 손(DJ Son) 등이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추천 앨범


    DJ Shadow < Endtroducing >

    J Dilla < Donuts >

    Nujabes < Metaphorical Music >

    DJ Q-Bert < Wave Twisters, Episode 7 Million : Sonic Wars Within the Protons >

    Pete Rock < Petestrumentales >

    Various Artists < Return Of The DJ, Vol. 1 >

    DJ Krush < Code 4109 >

    RJD2 < Deadri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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