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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 문화'는 무엇인가 (글 박하재홍)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9. 2. 25. 05:18

    * 2019년 2월 25일 최초 작성을 시작으로 꾸준히 보완하고 수정할 내용입니다.

    Hip-Hop Culture

    '게토의 청소년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은 예술 놀이 방식'

    '게토에서 탄생한 예술적인 무술'

    힙합문화연구자 박하재홍

    힙합(Hip-Hop)이란 이름은 본래 문화적 의미로 언급되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에서 힙합이 다양한 각도로 발전하고 확장되면서 힙합은 차츰 문화가 아닌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힙합을 검색하면 힙합을 문화가 아닌 '힙합 음악' 또는 '힙합 댄스'로 해설한 내용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래퍼만을 부각시키는 힙합 음악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며, 일반 대중에게 힙합은 '래퍼의 모습'과 거의 동일화 되었다. '장르로서의 힙합'과 '문화로서의 힙합'을 구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힙합 문화는 미국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 중의 하나였던 브롱크스(Bronx)에서 1970년대에 창조되었다. 게토라 불렸던 곳에서 왜 힙합이 탄생했으며 그 곳에서 어떤 작용을 했는지가 힙합 문화의 본질이자 정체성이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러블킹즈> (Rubble Kings)의 기록에 의하면 1971년 1월 13일, 브롱크스 지역 40여 개 청소년 갱들이 평화 협정을 맺고 갱 단원들로 구성된 록밴드 '게토브라더스'가 로큰롤 음악을 연주하며 블록파티를 연다. 영화에서는 그 현장을 힙합 문화의 시초라 규정한다. 하지만, 게토브라더스의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고 1973년부터 'DJ 쿨헉'이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하는 디제잉 파티를 열정적으로 주도하며, '디제잉(DJing), 엠씽(MCing), 브레이킹(Breaking), 라이팅(Writing)'의 행위가 브롱크스 지역 청소년들에게 급속도로 번진다.

    당시 '유니버셜 줄루 네이션'을 창단한 '아프리카 밤바타'는 이러한 현상을 새로운 문화의 탄생이라 정의하고 그 목적을 '평화(Peace), 화합(Unity,) 사랑(Love), 즐거움(Having Fun)'이라 선포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밤바타가 이 문화를 비로소 '힙합'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은 뒤늦은 1980년대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1978~9년 무렵부터 일부 래퍼가 힙합이란 단어를 랩 추임새로 썼던 것이 그 계기다.

    힙합이란 단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즐겨 사용한 표현의 결합인데, 그 의미를 정확히 따져보면 힙은 '아는 것(To know)' 합은 '움직임(Movement)'라는 뜻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래퍼이자 힙합스콜라인 '케이알에스원'(KRS-One)은 문화로서의 힙합은 알파벳 에이치(H) 2개를 모두 대문자로 쓰고, 상품화 된 힙합의 에이치(h)는 모두 소문자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힙합 문화의 요소는 모두 1970년 대에 새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던 표현 방식들이 역동적으로 변환된 것이다. 그 역동성은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세즈윅 거리 1520번지 아파트에 거주한 DJ 쿨헉의 브레이크 리듬의 구간 반복에서 비롯되었다. 쿨헉은 가족들과 자메이카에서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로 이주한 아프리칸 이었고 아버지의 음향 장비를 빌려 자메이카 클럽 방식의 디제잉을 연구하다, 1973년에 음악의 타악기 연주 구간인 브레이크 부분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회전 목마' 기술을 선보였다.

    브레이크 구간의 반복은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창조적 활기를 불어넣었다. 10대들은 이전부터 있었던 랩, 보이요잉, 그라피티 등을 브레이크 리듬에 어울리는 강렬한 형식으로 변형하고 즐긴 것이다. 즉, 힙합의 4대 요소에 해당하는 표현 방식은 1970년대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지만 1970년대를 통해 브롱크스 지역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게 되고 그 단어의 의미도 새롭게 부여된다.

    여기서 힙합을 장르화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그라피티를 하는 모든 사람이 힙합은 아니다. 그라피티를 하는 사람 중에 일부가 힙합 문화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21세기 대중음악계에서 힙합 장르로 구분되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힙합 문화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비보이, 비걸(B-boy, B-Girl)도 마찬가지다. 대중매체에서 힙합 문화의 4대 요소를 표현하는 단어도 제각각인데, 다음과 같이 쓰는 게 정확하다.

    1. 디제잉(DJing) : DJ는 사전적 단어로 Disc Jockey 의 줄임말이지만, 케이알에스원에 따르면 힙합 문화에서는 디제잉을 Deejayin' 이라고 쓴다.

    2. 엠씽(MCing) : MC는 사전적 단어로 사회자를 뜻하는 Master of Ceremonies 의 줄임말이지만, 힙합 문화에서 엠씽은 랩(Rap)으로 얘기하는 행위를 뜻하며 Move the Crowd, Microphone Controller 등의 의미까지 확장된다.

    3. 브레이킹(Breaking) : 힙합 문화에서는 브레이크댄스가 아니라, 브레이킹이라고 쓴다. 비보잉(B-boyig)이라는 단어는 성차별적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배제하는 분위기다.  '브레이크댄서'에 대해서는 힙합 문화 정체성을 지닌 댄서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브레이킹을 추는 남성을 지칭하는 비보이(B-boy)는 1970년 대 이전 '보이요잉'(Boi-Yoing)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지만, 힙합 문화에서는 브레이크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남성으로 재규정되었다. 그래서, 브레이킹을 추는 여성을 지금은 비걸(B-girl)이라 부른다.

    4. 라이팅(Writing) : 메시지를 전파하는 스프레이 글자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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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힙합 문화를 정의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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