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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의 배낭: 아프리카의 작은 심장 르완다
    글/기고문 2010. 10. 28. 20:33

    글 사진 ㅣ 박하재홍





    숲 속에 살고 있는 고릴라를 만나러 가자!


    고릴라는 숲속의 정원사

    고릴라의 집은 어디일까? 동물원에 가게 된다면 그 안에서 지내고 있는 고릴라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세요. 고릴라의 눈과 표정이 어디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 튼튼한 몸과 착한 얼굴이 지구의 어느 곳과 가장 어울리는지.

    고릴라의 원래 집은 아프리카예요. 아프리카에서도 아주 숲이 우거진 깊은 산 속에 살고 있어요. 고릴라는 산 속에서 자라는 풀들을 아주 맛있게 먹어요. 특히, 대나무 숲에서 자라는 ‘죽순’은 최고의 간식이지요. 가끔 성이 난 수컷 고릴라가 두 주먹으로 가슴을 힘껏 두드리면 그 소리는 둥둥거리는 북소리처럼 숲속에 울릴 정도로 고릴라는 덩치도 크고 힘도 무척 세지만, 싸운 다음에는 미안하다고 표현도 잘 할 줄 아는 친구예요.

    사실, 고릴라는 무척 온순하답니다. 다른 동물을 사냥하지도 않고 숲 속의 나무들을 쑥쑥 키우는 역할도 합니다. 고릴라의 배설물에는 다양한 식물들의 씨앗이 담겨 있고, 또 그 안에서 씨앗들이 잘 자라나거든요. 그래서 고릴라는 ‘숲 속의 정원사’라는 멋진 별명을 갖게 되었어요.


    르완다, 고릴라가 살고 있는 작은 나라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착한 고릴라를 가만두지 않았어요. 새끼 고릴라를 동물원에 팔기 위해 저항하는 고릴라 일가족을 죽이기도 하고, 고릴라로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계속된 사냥 때문에 고릴라의 수는 해가 다르게 줄어 갔어요.

    보다 못한 고릴라 보호 운동가들은 밀렵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고릴라의 어머니로 불리는 ‘다이앤포시’는 밀렵꾼들에게 목숨마저 잃고 말았어요. 그래서, 다이앤포시는 그가 살아있는 동안 산 속의 고릴라를 연구하며 지냈던 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에 영원히 잠들어 있답니다. 다행히 르완다에서는 고릴라 사냥이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에 ‘고릴라 트레킹’ 이라고 하는 멋진 여행이 생겨났어요.

    고릴라 트레킹은 볼케이노 국립공원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고릴라 가족을 조심조심 방문하는 환경 여행인데요, 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한 시간 정도 올라가서는 딱 한 시간 동안 고릴라 가족을 만나보고 다시 내려오는 등산이에요. 산 속에는 밀렵꾼을 감시하는 순찰대가 늘 대기하고 있으면서, 고릴라를 보러 온 여행객들의 길을 안내해 주고 있지요.

    아,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선 주의사항이 있답니다.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할 것, 그리고 고릴라와 7미터 거리를 유지할 것. 열 마리 정도 되는 고릴라 가족 중에는 아기 고릴라도 있고, 가족을 지키는 덩치 큰 엄마 아빠 고릴라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그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거든요.

    하지만 순찰대 아저씨의 말만 잘 따르면 무서워 할 필요는 없어요. 고릴라들은 매일 사람들을 이끌고 자신들을 찾아오는 순찰대 아저씨의 얼굴을 잘 알고 있고, 순찰대 아저씨는 고릴라들이 기분 좋을 때 내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르......,” 인사도 할 줄 아니까요.

    처음에 여행객들이 찾아오면 고릴라들은 몇 분 동안 손이 닿을 만큼 가깝게 다가와 주위를 휙휙 지나가면서 오늘은 또 누가 왔나 살펴보는데, 키는 작아도 힘이 넘쳐 보여서 사람들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요. 그도 그럴 것이 고릴라들 표정이 손님들을 썩 반기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냥 좀 귀찮아하는 표정이에요. 하루도 안 빼놓고 사람들이 자기들을 찾아오니 그럴 만도 하죠.

    그러다가는 금세 손님들에게 시큰둥해져 각자 할 일을 해요. 어린 고릴라들은 타잔처럼 나무에 매달려 장난을 치느라 바쁘고요, 어른 고릴라들은 느긋하게 풀들을 씹고 있어요. 여행객들은 발뒤꿈치를 들고 고릴라 주변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열심히 사진을 찍죠.

    르완다의 고릴라들은 몸집이 둥글둥글하고 윤기 흐르는 검은 털이 아주 보송보송해서 사진을 찍어 놓으면 마냥 귀엽게 보여요. 아주 매력덩어리에요. 그렇게 고릴라들의 모습에 푹 빠져 있으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답니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시간이 짧다고 아쉬워하지 않아요. 고릴라 가족의 평화롭고 건강한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으니까요.

    아마도 여러분은 동물원 고릴라에게서 그런 감동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고릴라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만큼 머리가 똑똑해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없는 동물원 우리에 갖혀 있는 게 싫을 테고, 사람들 시선도 부담스러워 풀이 죽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해지기 쉽거든요. 혹시, 동물원에서 우울한 표정의 아픈 고릴라를 보게 된다면 동물원 측에 부탁해 주세요. 고릴라는 원래 깊은 숲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영장류기 때문에 지금 보다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요.


    아프리카 르완다에 가는 방법

    르완다는 아프리카 대륙의 정 가운데에서 살짝 왼쪽 아래에 있는 작은 나라예요. 그래서 작은 지도로는 잘 보이지가 않고 큰 지도로 찾아봐야 해요. 르완다 주변에는 수단, 콩고, 탄자니아, 케냐 네 나라가 접해 있어요. 한국에서 르완다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케냐까지 비행기로 가서, 다시 케냐에서 르완다로 버스나 비행기를 타는 것이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어서,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끝 이집트에서부터 르완다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하기도 해요.

    르완다는 ‘천개의 언덕’이라는 뜻인데 그 만큼 산이 많고 물이 풍부한 나라지요. 16년 전에 일어난 큰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상처를 이겨내고 아프리카의 작은 심장으로 힘차게 박동하기 위해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르완다에서 고릴라들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어요.

    고릴라 트레킹을 위해 찾아오는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이 르완다 경제에 큰 활력을 주고 있거든요. 또, 고릴라 트레킹은 숲을 보호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구 환경에도 득이 될 뿐더러 여기에서 벌어들인 돈으로는 어려운 형편의 마을도 돕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고릴라와 르완다는 정말 사이좋은 친구네요! 둘 다 전쟁과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나무와 숲을 지키고 씩씩하게 회복하고 있으니까요.


    월간 '리딩프렌즈'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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