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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야의 유적 위에 세워진 오늘의 역사
    글/기고문 2010. 11. 3. 18:24

    희망의 배낭_중미의 보물 상자, 멕시코
    마야의 유적 위에 세워진 오늘의 역사
    글 사진 ㅣ 박하재홍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중남미 대륙에 불가사의한 건축물과 유물들을 잔뜩 남기고 사라진 마야 혹은 잉카 문명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나요? 으레 배낭 여행자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중남미의 유적지를 꼽아 보라 한다면 ‘페루’에 남아있는 고대 잉카제국의 공중도시 ‘마추피추’를 으뜸으로 뽑는 답니다. 그리고, 마야를 비롯한 수수께끼 같은 고대 문명의 보물 창고로 통하는 멕시코의 유적지들 또한 빼놓을 수 없지요! 멕시코 하면 선인장 옆에 커다란 밀짚모자를 뒤집어 쓴 아저씨와 넓적한 옥수수 과자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멕시코에 입이 딱 벌어질 만한 유적지와 유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두꺼운 책 한권도 모자랄 정도인데....... 한 달이 넘도록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체 멕시코를 방랑하는 여행자들이 도시마다 수두룩하다니까요.


    살아 있는 고대 문명의 나라, 멕시코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현재의 멕시코 서쪽과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모여든 이후 밖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깊은 밀림 속에 정교하고 거대한 피라미드 신전을 쌓아올리며 52년마다 새로운 피라미드를 만들어 오던 마야인들. 약 1천 년 전, 뚜렷한 이유 없이 그들의 도시에서 묘연히 사라져 버린 이들의 수학과 천문학 수준은 현재의 학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에 총망라되어 있는 마야와 그 이후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아스텍 문명의 놀라운 유물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외계인의 문명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에도 솔깃해질 정도랍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8백 년 동안 지속됐던 또 다른 고대문명 ‘테오티우아칸’의 건축물, ‘해와 달의 피라미드’ 또한 얼마나 거대하고 독특한 모양새인지! 마치, 우주영화에 나오는 우주선 도시 같지 않나요?


    끝나지 않은 인디오들의 춤과 노래

    고대 문명은 오래전 끝이 났지만 그 후손들마저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현재 멕시코의 인구는 1억 명, 그중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나머지 십분의 일 정도가 토착 원주민이었던 인디오들의 혈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바로 고대문명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후손들이죠. 하지만, 인디오들을 큰 도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1519년 스페인이 멕시코를 점령한 후 3백 년의 식민지 시대가 흐르는 동안 스페인 사람들이 도시를 가득 채웠던 반면 토착민들은 도시를 벗어난 다른 지역으로 밀려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수도 ‘멕시코시티’ 에서 가장 붐비기로 소문난 ‘소깔로 광장’에서는 온 종일 소란스럽게 고대의 의식을 행하고 있는 마야와 아스텍의 후예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요. 큰 북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연기를 피워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건너온 마야 인 들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에요.


    격동의 시대를 버티며 발전한 문화 예술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멕시코에는 정치 경제적으로 숱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한국의 일제 치하 시대보다 무려 10배나 길었던 시간이니, 독립한 이후에도 사회의 혼란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죠. 멕시코 사람들은 그 힘든 역사의 전개 속에서 복잡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한 예로, 치아파스 지역에 살고 있는 선량한 인디오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다 결국 정부에 반대하는 무장대를 조직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멕시코 국민들도 그들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부의 잘못을 따져 비극적인 충돌 없이 합리적인 정부의 협상을 이끌어 냈다고 하네요. 또한, 이러한 격동기 속에서 멕시코의 문화 예술이 쉼 없이 발전해 온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뛰어난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 같은 훌륭한 화가들의 그림은 온 세계 사람들이 멕시코에서 직접 보고 싶어 하죠. 또한, 멕시코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수준도 높을뿐더러 그 수도 어마어마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일요일에는 무료인 곳이 흔하다는 점도 매력이구요. ‘멕시코시티’의 박물관 미술관만 몽땅 구경하려 해도 꼬박 한 달은 걸릴 걸요.


    그리고, 천혜의 자연 환경


    멕시코 하면 수려한 자연 경관도 놓칠 수 없죠. ‘캐러비안’ 또는 ‘카리브’ 라고 불리는 동쪽의 푸른 빛 바다와 백사장은 해변을 좋아하는 미국인들로 늘 만원입니다. 높은 건물과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배낭 여행자들에겐 오히려 인기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카리브 해의 낭만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의 우거진 밀림 지대는 풍부한 야생 경관으로도 유명할 뿐더러 ‘팔렝케’라는 거대한 마야 도시의 건축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더욱 신비롭고요. 멕시코 사람들은 지금 바다 거북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해요. 거북이들은 밤새 해변으로 올라와 튼튼한 뒷지느러미로 깊게 땅을 파고 알을 낳은 다음 다시 흙으로 덮어두는데요, 자원 활동가들이 그 알들을 안전한 곳으로 다시 옮겨 부화를 시키는 거지요. 바다 거북이들도 사람들의 등살에 밀려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까지도 매해 멕시코를 방문하고 있는 중이니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북이들도 이 사실을 알면 부쩍 힘이 날 텐데 !


    제가 멕시코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라며 손사래를 치곤했어요. 저도 멕시코의 흉흉한 소식들을 방송에서 종종 접하다 보니 걱정이 앞서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멕시코를 여행하다보니 몇 개의 나쁜 뉴스 때문에 이곳의 좋은 점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반성하고 멕시코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게 됐어요. 사람들은 어떤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면 국민들이 게으르다 여기고 문화 수준마저 보잘 것 없다고 쉽게 판단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편견을 가지고 멕시코에 방문한 여행자들은 고대의 수려한 유적지뿐만 아니라 수준 높고 다양한 현대의 멕시코 문화예술에 깜짝 놀라고 맙니다. 또, 멕시코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받기도 하고요. 여행자는 하루하루 늘 조심해야 하지만, 어디를 가든 나쁜 뉴스처럼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그래도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 다시 멕시코에 방문한다면 다 구경하지 못한 미술관과 유적지에 달려가고 싶네요. 아디오스 ADIOS 멕시코!


    월간 '리딩프렌즈'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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