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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뿌리와 새싹, 대정골에서 시작했수다
    글/기고문 2014. 7. 25. 23:16


    제주 뿌리와 새싹,

    대정골에서 시작했수다


     

    박하재홍

     

      “제주도에는 동물원이 없는 것이 자랑입니다. 백여 마리의 돌고래 떼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제주 바당이 진짜 자랑거리고요.” 동물원이 없는 것이 왜 좋은 걸까? 처음에는 의아해 하는 어린이가 많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한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 했는지를 설명해 주면, 비로소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세계적으로 동물원 설립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동물원이란 곳이 오히려 동물을 괴롭게 하고, 그런 동물원은 자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동물원을 늘리지 말고, 있는 것만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는 동물복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 동물원은 문을 닫게 하는 동물원 법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동물원인 서울대공원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동물복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돌고래, 물개 등의 모든 동물 쇼를 폐지했다. 어린이 동물위원회도 만들었다. 동물을 존중하는 어린이들이 동물들의 생활을 모니터링하며 동물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718일 다섯 명의 어린이 동물위원회가 제주도 김녕 바다를 찾아왔다. 제돌이 귀향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참석한 나는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제주출신 제돌이가 꼭 제주도로 이주한 서울 출신 같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야생 돌고래 무리와 그들이 살아갈 바다를 자랑하고 깨끗이 보존해야 할 이들은 제주사람들인데, 제돌이 행사에서 제주사람의 비중은 높지가 않은 편이라 더욱 그랬다. ‘여기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내 머릿속엔 제주 뿌리와 새싹 친구들이 떠올랐다.

      뿌리와 새싹은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구달 선생님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어린이, 청소년 환경모임이다. 뿌리와 새싹은 동물 환경 이웃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 제주에서는 지난 4, 대정골과 더불어숲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제주 뿌리와 새싹모임이 시작되었다. 서울에도 모임이 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제주에서의 시작은 더욱 특별했다. 제인구달 선생님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제주 뿌리와 새싹을 응원하는 영상을 보내 주셨다. “제주에 꼭 가보고 싶군요. 여러분이 이 세상을 인간에게 동물에게 환경에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어요.”

      제주 뿌리와 새싹은 한 달에 한 번 모인다. 많지 않은 횟수지만,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이 지구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들이 몰려 있는 것일까? 인간은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걸까? 싸움을 멈추게 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과학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평범한 생활 속에서 우리들은 철학자가 된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성장할 때, 우리는 경쟁 없이도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21세기를 위해 태어난 새로운 인류다. 그들은 20세기의 인간과 다르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풍부하고, 작품성 있는 음악을 흡수하는 감각 또한 훌륭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면 나는 두 가지를 즐겨 물어본다. “무슨 동물을 좋아하나요?” “좋은 음악 한곡만 추천해 줄래요?” 이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감은 내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든다.

      얼핏 보기에 제주 뿌리와 새싹 모임에서 나와 센터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선한 의지,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동등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이번 달, 우리들은 댐 건설로 위기에 당면한 메콩강 돌고래와 캄보디아 주민들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전해 들었다. 그리고, 응원의 그림편지를 그렸다. 이 편지는 조만간 비행기를 타고, 캄보디아로 건너가 제주 뿌리와 새싹의 마음을 조용히 퍼뜨릴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제인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 중에서)



    20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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