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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론의 존재의미와 가치에 대한 가벼운 잡담 (출처 리드머)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1. 3. 1. 01:12
    평론의 존재의미와 가치에 대한 가벼운 잡담
    2003-06-17

     

     

    도대체 평론의 존재이유와 필요성은 무엇인가?

    수많은 종류의 문화와 예술에 수많은 평론가들이 존재합니다. 방송과 미디어의 스케일과 입김이 엄청나게 커져버린 현대에는 덕분에 평론가 또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내에서 꽤나 큰 권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중이 커져감에 따라 함량부족의 겉만 번지르한 평론가 내지 전문가들이 속속 불어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힙합음악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평론가들이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이 상당히 높고 또 음악의 특성상 그들에 의존해야 할때도 많습니다.

    힙합 음악 자체가 미국에서 전해져온 것이고 또한 그 성질이 가사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주된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힙합음악이 국내에 들어온 초기에는 영어라는 언어적 한계로 인해 몇몇 소수의 평론가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정보와 이야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것들은 정말로 값진 것들이었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 힙합음악이 완전한 대중음악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현실을 볼때 우리가 그들에게서 얻은 것은 큽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랩음악에 첫눈에 매료되어 그날부터 갑자기 미친듯 레코드가게를 뒤져가며 음악을 찾는다고해도 결국에는 평론가들에게로 갑니다. 아마 그렇지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른바 '명반'을 찾기 위한 '정보'를 얻기위해 우리는 대부분 그 '정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평론가들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특히나 힙합이란 음악 장르에서는 그 경우가 훨씬 심화되는것 같습니다. '소스'라는 굴지의 전설적인 전문매체가 미국 힙합씬에서 상당한 입김을 행사해왔으며 , 또 그것을 기준이나 하나의 모델로 해서 정보와 지식이 전파되었던 국내의 (리스닝)씬에서는 국내외의 여러 매체들을 둘러보면 그 평론과 평가의 가치가 힙합음악을 즐기는데 있어서 일종의 매력이나 미학으로까지 자리잡은것 같습니다. 힙합클래식이니 명반이니 하는 단어들은 이런 평론이나 평가 우상화에 대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같은 뉘앙스마저 풍길 정도니 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평론과 리뷰의 역할은 랩 음악 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기존 노래들의 듣기좋은 멜로디가 주는 귀간지러움 이상의 어떠한 '매력'을 여태껏 그런 멜로디에 길들여졌던 우리 일반 리스너들이 찾기쉽게 도와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것이 '평론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그런 평론가들에 의해 어느정도 기본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평론가라며 나서기 시작했고, '전문가'라는 말이 예전의 안내자 겸 길잡이의 역할을 벗어나서 국내씬에서 '권력자'라고 그 본연의 의미를 오해해버린 사람들이 하나,둘 표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 기반은 꽤나 혼탁해져 버린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칭 전문가'들이 그런 오해를 하게된 이유에는 '정보'라는 단어와 '평론=리뷰'라는 단어를 동일선상에 놓게된 이유도 있다고 봅니다. 정보, 또는 지식은 아무렇게나 섭취해도 상관없이 받아들일수 있는 일종의 데이터이고 이것은 시간과 간단한 노력의 투자로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가들에게는 오랜 시간 훈련되고 길들여진 안목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그 장르의 특성을 하나하나 해부해볼 수 있는 능력같은, 짧던 길던 일정시간이상 훈련되고 경험을 쌓아야 가능한 그런 기술이 있다고 보며, 그들은 단순히 귀로 듣고 즐기는 이상의-그음악 장르의 심연에 까지 파고들어가 그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그것들이 표현하는 "미학"을 집어낼수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들이고 평론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그분들의 글을 읽어보면 이는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리뷰-평론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 음반은 랩이 좋은데 비트가 구리고 저 음반은 이러이러한 가사가 훌륭했고 비트또한 잘 받쳐주었기 때문에 수작이라 할만하다...이런 것은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도는 우리 일반 리스너들이 들어도 알수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그런 리뷰들에 포함되어있는 간단한 필자의 견해는 대부분 그 필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단순한 감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리뷰를 읽게된 리스너들은 혼란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나도 할수있는 이 정도가 평론이라면 평론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노력하는 뮤지션들 태클거는것이 평론인가?'...물론 저의 사적인 시각에 구애되는 바가 없진 않겠으나 제 눈으로 대강 둘러본 '올바른 평론의 존재이유와 그 가치에 대한 청자들의 혼란'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주장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또 그럴수밖에 없지만 진정한 평론-진정한 리뷰라 함은 그 음악의 '심연'으로 파고들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음악의 미학적 가치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절대적일 수 없는 음악의 기준에서 나름대로의 안목으로 걸러낸 정확한 "본질"을 파악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꼭 글로 남기지 않더라도 진짜 평론은 단순한 길라잡이가 아닌 '이 음악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본질적인 매력'을 최대한 일반대중들이 알아보기 쉽게 꺼내야하고 그것은 그 올바른 리뷰를 통해 우리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리뷰'들을 통해 진정한 힙합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입니다.

    평론가들은 단순한 길잡이가 아닙니다. 폭넓은 지식에 의존해 약간의 감상과 겉만 핥아 내리는 비판적 문장만을 휘갈기며 '이것이 평론이다'라고 말하는 몇몇 엉터리 '평론가'들에 휘둘리고 지친, 혼란스러운 몇몇 과격하고 성급한 청자들은 이제 평론의 의미조차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뷰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지식을 글발 위에 얹어서 '이 음악은 이러이러한 랩과 저러저러한 비트가 있는 수작이다'같은 말을 해놓고 간략한 감상만을 읊어낸 뉴스페이퍼의 기사같은게 아니라 말로는 쉽게 표현할수없는 심연의 매력을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그야말로 미학적 안내자인 것입니다. 전문가는 그들의 능력으로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찾아주어야하며 단순히 겉에 보이는 외모만이 아닌 그 장르에서 볼수있는 성질들을 토대로 비교했을때 나타날 개성 또는 각개 음악의 성격이나 미학적 가치, 본질적인 의미를 우리들이 찾기 쉽게 도와주고 전달해주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매력에 자신이 길러낸 자신만의 안목으로 재조명-여기에서 각 평론가들의 개성과 견해가 들어나겠죠-하는 것이 진정한 "평론"이라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겨우 힙합음악들은지 몇년 되지않은 제가 이런 말을 하는것이 시건방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이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두고 싶은 것입니다. 이미 스스로에게조차 혼란이 오고있는 리뷰의 필요성과 존재 의미를 저 자신에게 나름대로 되새기는 것입니다. 이제는 인터넷 뒤져가며 알아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주고 단순히 길안내식 소개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평론가라는 그토록 중요한 감투'를 씌워줄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평론가는 권력자가 아니라 봉사적인 안내자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그 평론가들과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평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재조명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들 엉터리들을 존경할 수 없습니다. 저는 "평론가"들을 존경합니다. 그들이야말로 내게 그간 보지못했던 힙합 음악의 내면에 숨어있는 그 참을 수 없는 매력을 이렇게 찾아낼 수 있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yeah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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