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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가소성 (나이 들어도 뇌세포는 계속 발달한다?)
    음악과 과학 2023. 1. 19. 20:26

    *원문보기: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82%98%EC%9D%B4-%EB%93%A4%EC%96%B4%EB%8F%84-%EB%87%8C%EC%84%B8%ED%8F%AC%EB%8A%94-%EA%B3%84%EC%86%8D-%EB%B0%9C%EB%8B%AC%ED%95%9C%EB%8B%A4/

    나이 들어도 뇌세포는 계속 발달한다? 

    과학서평 / 신경가소성

    2019.12.12  심재율 객원기자

    사람의 두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발달하는가? 이 핵심적이고 복잡한 질문에 답하는 단어가 가소성(plasticity)이다. 이 단어에는 이미 나이가 들어도 발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연하게 적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신경세포의 가소성을 밝힌 책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어릴 때 두뇌가 다 자라면 나이 들어서는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명성을 누렸던 스페인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y Ramón Cajal)의 영향이 컸다.

    카할은 1913년 펴낸 교과서인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 및 재생’에서 ‘일단 발달을 마치고 나면 축삭돌기와 가지돌기의 생장원이 돌이킬 수 없이 말라버린다’고 썼다. 성인의 뇌에서 신경 경로는 완전히 고정되어 더는 변경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고 모든 것은 언젠가 죽고 아무것도 재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20세기 중반까지 계속됐다.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이 두꺼운 편견의 벽을 깨는데 세월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은 신경학자들 중 어느 누구도 나이 들어도 신경세포가 발달한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동물실험에서 이 사실이 여러 번 증명됐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만큼 강력한 증거도 없을 것이다.

    런던 택시 기사의 뇌는 다르다

    런던 택시 운전사가 되려면 복잡한 지리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차링크로스 역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안에 있는 2만 6000개 미로 같은 거리를 익히고, 수천 개의 랜드마크를 외우며, 두 지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거리를 수년에 걸쳐 암기해야 한다. 3~4년에 걸쳐 시험을 준비하지만, 준비생의 절반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탈락할 정도이다.

    2000년에 영국 UCL 과학자들은 런던 택시 운전사의 해마 뒷부분 회색질 밀도가 대조군 보다 훨씬 높다고 발표했다. 이 부분은 공간탐색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부분이다. 택시 운전 경력이 높을수록 더 높았다. 그런데 원래 그런 사람들이 주로 택시 기사로 발탁됐다면?

    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두 번째 연구가 진행됐다. 장기적인 훈련에 의해 해마 뒷부분 회색질 밀도가 늘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택시 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79명의 훈련생들의 뇌를 수시로 찍어서 대조군과 비교했다. 39명이 최종 합격하고 20명은 중도 탈락했다. 역시 자격증을 딴 사람은 회색질이 늘었지만, 떨어진 사람들은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특정 지식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기억 훈련이 뇌의 해부구조에 특정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990년대 후반 성인의 뇌에서 신경줄기세포가 발견되면서 신경가소송의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났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가소성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감각 치환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두뇌 기능은 영역별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뇌 기능의 영역 분할은 19세기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만큼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 또한 밝혀졌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 입력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럴 경우 시각겉질은 원래 맡은 임무를 바꿔 다른 유형의 감각정보를 처리한다. 심지어는 언어같이 감각과 상관없는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적응한다.

    청각장애인의 뇌 또한 중요한 가소성 변화를 겪는다. 보통 사람은 귀에서 입력되는 소리 정보는 관자엽의 청각겉질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날 때부터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똑같은 뇌영역이 시각자극에 반응하여 활성화된다.

    2015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브레인포트 V100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치이다. 선글라스 위에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하고 전극을 배열한 플라스틱 조각을 혀에 올려놓았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시각 이미지를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번역하여 전극으로 전송하면 혀에서 따끔거리는 감각 패턴으로 인지된다. 1년 동안 훈련받은 시각장애인의 70%는 이 장치의 사용법을 배워 물체를 인식할 수 있게 됐다.

    공감각과 유사한 두뇌의 감각 치환

    이러한 감각 치환은 공감각(synesthesia)이라는 신경학적 증상과 공통점이 있다. 공감각을 가진 사람은 특정한 감각정보를 접했을 때 추가로 다른 감각영역을 체험한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글자에서 색을 보는 공감각을 가졌고,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색깔을 보면 소리가 들리는 공감각을 가졌다. 저자는 ‘공감각을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훈련을 통해 글자를 색깔이나 소리와 연관 짓도록 학습하면 공감각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로 신경가소성은 매우 유연하다. 분자 활동과 개별 세포 기능이라는 낮은 수준에서부터, 신경세포 집단과 넓게 확산된 신경망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 뇌 차원의 시스템과 행동이라는 고차원적인 수준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휘된다.

    신경가소성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특정 시기에만 일어나기도 하며 여러 유형이 동시에 또는 별개로 유도될 수 있다. 결국 신경가소성은 제멋대로 발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마다 뇌가 가진 가소성 변화는 변화의 용량이 다르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수준의 신경 가소성을 유도하고 다른 종류의 가소성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의 개성과 특징은 신경가소성의 결과이기도 한 셈이다.

    신경가소성이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가진 만큼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독과 만성통증이다. 중독은 뇌의 보상 및 동기회로 안에서 일어나는 시냅스의 변형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통증 경로의 시냅스 변형은 만성 통증을 일으킨다.

    신경가소성은 청소년기에 더 활발하게 발휘된다고 과학자들은 본다. 이것이 이마겉질 발달에 필수적이지만, 가소성이 높다보니 10대가 중독과 정신질환에 더 취약하다.

    • 저작권자 2019.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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