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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과 락, 변화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출처 리드머)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0. 11. 9. 16:10


    힙합과 락, 변화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2003-02-11

    예전 필자가 운영하던 사이트의 방향성을 힙합과 락으로 정한 것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는 해당 장르들이 극도로 양분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제부터 써내려 가려하는 글이 그분들의 의아심을 약간은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특이한 잡식성을 지닌 청취자로써의 이점을 살려 건방지게도 힙합-락 두 장르의 접합점을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아 피력해 보고자한다.
     
    현재 미국의 음반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 장르 힙합과 락은 서로간의 활발한 교류가 진행 중이며, 그 와중에 두 장르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중간적 위치를 취하는 뮤지션들도 생겨났다. 본인은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특유의 잡식성 취향도 포함해서) 이러한 두 장르간의 연관성과 차별성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이 문제는 단순한 장르의 굴레를 떠나 힙합과 락, 각각이 처한 상황 속에서의 대안적인 해법에도 연관이 있다고 보여지며, 근래 이루어지고 있는 두 장르간의 활발한 교류와도 연관이 있다. 또한 현재 규정지어지고 있는 힙합과 락이라는 장르가 인종적, 사운드적 측면에서 규정지어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겠다. 또한 우리네가 무의식 중에 주입받는 매체의 규정에서 문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러한 심오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두 장르의 현재 고착상태를 벗어나기위한 대안으로의 장르 융합 노력들과 이에 따른 결과들, 그리고 최근 등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앨범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이러한 융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다. 70년대 클럽 DJ들로부터 파생된 힙합 뮤직은 당시 형성되어있던 흑인 음악을 뿌리로 삼고,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대중 음악의 코드로 자리잡았다. 여타 팝 뮤직과의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 힙합 음악은 수많은 매니아들을 형성해 나갔으며, 90년대부터 메이져 음악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힙합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백인 그룹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등장이다. 인종적 한계를 떠날 수 없었던지 이 백인 친구들은 당시 백인 음악이라 일컬어지는(음악의 뿌리를 떠나) 락 뮤직의 요소와 힙합을 결합하여 보수적인 흑인 뮤지션들과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당시 인종 대립적 상황과 지지층이 대다수 백인이었다는 점을 볼 때 이들이 힙합에 락을 재치있게 섞어 놓았다고해서 이들을 선구자적 위치에 올려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들이 힙합 역사 속에서 큰 역할을 했음에는 틀림이 사실이다. 여하튼 비스티 보이스로부터 시작된 융합의 시도는 꾸준히 힙합 속에 파고들어 현재 두 장르간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진 상태이다.
      
    90년대 후반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생겨나면서 힙합 씬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당시 동.서부 진영으로 나뉘어 흘러가던 힙합 씬은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라는 두 거목의 사망을 시작으로 전국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힙합 리스너들은 동일한 비트와 샘플링을 듣는 것에 서서히 질려가고 있었으며, 무언가 차별적인 요소를 가진 힙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뮤지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샘플을 쓰기로 작정을 했는지, 기존의 Funk, Soul, Blues 등의 장르에서 벗어나 Rock을 포함하여, 재즈, 유럽 댄스 플로어 등의 장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본디 힙합 음악의 특징이 규정적이라기보다는 개방적인 음악임을 고려할때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Trip-Hop, Jazz-Rap, Alternative Rap 등의 파생장르가 무수히 등장하게 된다. 특히나, 이들 중에는 꾸준히 락의 기승전결식의 감수성(?)에 관심을 보이고있는 뮤지션들도 있다. 런 디엠씨(Run DMC)는 물론이고, 루츠(the Roots)와 프린스 폴(Prince Paul) 이외에도, 블랙 스타(Black Star : 특히 Mos Def),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등의 힙합 뮤지션들은 지속적으로 락적인 요소를 자신들의 음악에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힙합을 듣고 자란 백인 아이들이 자라 음악을 하면서 락에도 힙합의 요소가 스며든다. 그루브(Groove)라는 강력한 매력을 지닌 힙합요소에 푹 빠져버린 백인들은 비스티 보이즈의 성공에서 확인했듯이, 락도 그루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기존의 고딕메탈, 헤비메탈, 스레쉬메탈의 팔 부서지도록 두드리는 드럼에서 벗어나 반복적이고 흥겨운 드럼 비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비트에 맞추어 락의 매력요소인 공격성을 배가시키기위한 샤우팅에 가까운 래핑, 그루브함을 중시하는 플로우가 있는 래핑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이런 점은 Punk 뮤지션에게 두드러졌는데, 이들은 폭발적인 사운드에 래핑을 얻고 DJing 파트까지 포함하여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도의 사운드를 창조하려 했으며 이 후 이들은 Hardcore/Pimp Rock 뮤지션으로 규정지어지게 된다. 또한 메탈 뮤지션들도 장르의 융합을 통해서 New-Metal이라는 파생장르를 만들어냈고, 더욱 나아가 락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악기 음 대신에 기계를 사용하는 밴드들도 등장했다.

    이 시절 랩 + 락 뮤직은 음악적 포화상태에 이른 힙합과 락의 진정한 대안이 될 것이라 사람들은 믿었다. 그 믿음에 부흥하듯이 너바나(Nirvana), 펄 잼(Perl Jam) 등으로 대표되던 그런지 락의 붕괴로 침체되어있던 락 씬은 알에이티엠(R.A.T.M), 키드락(Kidrock),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의 인기 밴드를 양산해내며, 다시금 부활의 몸짓을 보인다.

    하지만, 백인들이 기타를 매고 랩을 하고, 흑인들이 기타 사운드가 담겨진 샘플을 사용하여 랩을 하는 간단한 조합은 그 결함을 여지없이 나타내게 된다. 그것은 바로 '모방의 용이함'이다. 본래 장르의 융합을 통해 포화상태를 벗어나려했던 이들은 원치않게 좁디 좁은 자신들 음악의 카테고리에 묶인 꼴이 되었으며 유행을 타듯이 하루에 수백명씩 생겨나는 유사 뮤지션들과 함께 오히려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든다. 차별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건만, 오히려 모방이 쉬운 개성없는 음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청자들조차도 처음엔 새로운 음악에 열광하다가 본질이 빠져버린 수많은 유사품에 질력이 났는지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가고 있다. 결국, 단순히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한 채 서로 간의 일부만을 뽑아 썪어보았던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되고, 힙합은 "백투 더 올드스쿨"을 , 락은 "포스트-그런지"를 외치게 된다. 
     
    그렇다면, 진정한 접합점은 어디에 있을까. 이 접합점이 발매된, 혹은 발매할 블랙 락을 표방하고 있는 몇 개의 앨범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부터는 "블랙 락"이 성장 추세의 힙합 씬과 몰락해가고 있는 얼터너티브 락 씬에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아래 앨범들을 토대로 써내려 가려한다. 이러한 추측은 단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심각히 생각치는 말고, 이럴 수도 있겠다라는 측면에서 글을 읽어 주길 바랄 뿐이다.

    -락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안타깝게도 현재 음악 시장의 변화 추세와 주류 시장을 이끌어가는 음악적 트랜드를 볼 때 변화를 주도하는 음반들은 모두 "힙합계열 뮤지션의 음반" 뿐이었다(개인적인 생각에는 포화상태에 이른 락씬의 주도세력들은 그들의 탈출구를 '복고'로 잡고 있는 듯 하다).
     
    - 아래 작품들은 예전 80년대의 백인들에게 사랑받았던 블랙 락과는 다른 본질적인 "블랙 락으로의 변화"를 꾀한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앨범들이다.

    필자가 블랙 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기존의 힙합-락 사이의 인종주의적 관념들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백인의 변화(랩메탈 등의)'가 실패한 이유를 흑인 고유의 느낌을 이해못한 따라하기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아래 '흑인의 변화(블랙 락)'는 코드화되어있는 락 뮤직에 흑인의 감성을 실은, 보다 가능성있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전 배드 브레인스(Bad Brains)를 필두로 피쉬본(Fishbone), 리빙 컬러(Living Colour) 등의 블랙 락 밴드가 백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N.E.R.D - In Search Of...(2002) : 블랙 락의 부활을 외치는 사람들!

    80년대부터 아프로 어메리칸 락 뮤지션들은 존재했었다. 하지만, 기타를 든 검은 피부의 사람을 사랑해 준 사람은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었다. 결국 그들은 많은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버지니아 출신의 흑인 2인조 프로듀서 듀오(물론 또 다른 멤버 Shay가 있긴 하지만 이 친구가 음악적으로 팀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는 자신감있게 자신들을 락 스타라고 선포하고 있다(이 앨범 수록곡 중에 "Rock Star"라는 곡에서).
    이들은 기존의 락 밴드의 강력한 연주와는 다르게 흑인 음악 특유의 그루브(groove)와 락의 강렬함을 뒤섞어 놓은 곡을 바탕으로 랩과 소울 창법을 버무려, 자신들만의 블랙 락을 창조했으며 평단과 매니아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물론 힙합, 알엔비, 그리고 팝 시장에서까지 많은 뮤지션들의 앨범에 참여하여 수많은 히트 싱글을 창조한 그들이 가진 유명세의 힘을 안 입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자존심 강한 흑인 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어정쩡한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블랙 락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임에는 틀림이 없다.


    The Roots - Phrenology (2002), Common - Electric Circus(2002)
    : 락으로의 급진적 변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이들의 신보는 결과야 어쨌든 진보적 성격의 단체 "Okayplayer"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기타리스트 "Ben Kinney"의 가세로 어느정도 예상되었건만 루츠의 신보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과격함(?)을 선보였다. 힙합밴드에서 블랙 락 밴드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과정에 락에 흥미를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들이 가진 "힙합 밴드"라는 차별적인 요소는 가장 변화에 용이한 그룹이며,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여하튼 그들이 "골상학"이라는 타이틀 아래 들려준 사운드가 락에 가까움에는 부정할 수 없으며, 이 결과물은 중간적인 형태의 조합물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형태를 창조했다고 평가받고있다. 훗날 이 앨범이 앞으로의 "블랙 락 부활"의 또 다른 방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의 또 다른 주인공 '커먼(Common)'은 위의 루츠보다 더욱 놀라운 변화의 결과물을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또한 그가 기존에 추구했던 음악에 비추어 볼 때 더욱 빛나는(?) 과감한 변화이다. 그루브하며 감성적인 Soul, Funk 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던 그가 (그래서 혹자에게는 재즈 힙합 뮤지션으로도 인식되기도 하는) 이번 신보에서 들려준 사운드는 경악 그 자체였다. 그는 랩메탈 밴드의 'P.O.D'의 보컬 'Sonny'까지 참여시키며 자신의 변화에 힘을 주었다. 그의 변화는 위 루츠의 변화보다 더욱 급진적이며, 진보적인 형태의 변화라고 여겨진다. 그는 곡 구성에서부터, 사운드의 내용까지 락 요소를 중심으로 갖가지 재료들을 모아다 전혀 색다른 사운드를 창출해냈다. 아직 명확히 규정되어지지 않는(다행스럽게도) "New 블랙 락"의 한 형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 위 두 "Okayplayer"의 앨범은 기존의 한자리 꿰차고있는 힙합 뮤지션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이들의 변화는 "블랙 락"의 새로운 창조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앨범을 두고 너무 확대해석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가진 영향력을 볼 때 이번 변화가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Black Jack Johnson (include Mos Def)

    언더그라운드의 거물 MC 모스뎁 또한 락에 관심이 많은 뮤지션이다.
    그의 락에 대한 애정은 이미 알려진 바, 다음 앨범을 자신의 솔로 앨범이 아닌 프로젝트 락 밴드의 모습으로 선보인다고 한다.(비록, 모스뎁의 움직임에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블랙 잭 존슨(Black Jack Johnson)이라고 명명되어진 이 밴드는 강렬한 락 사운드를 배경으로 흑인의 필이 살아있는 블랙 락을 보여준다고 하니, 결과물이야 어쨌든 그 위에 펼쳐질 모스뎁의 랩, 송과 어울려 블랙 락에 또 다른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진다.

     

    위 앨범들이 진보적이며, 독창적인 앨범들임은 틀림이 없으나, 진정한 힙합-락씬의 완전한 접합점이라고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위 앨범들 이외에도 기존의 블랙 락을 선도하는 뮤지션들을 빠뜨려선 안될 터이지만, 기존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위치에서 벗어난 변화를 보이는 뮤지션들이라는 점과, 이들이 힙합씬에서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힙합과 락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갈 수 있으며, 장르 분화로 인해 나뉘어진 청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개인적인 판단 하에 소수의 뮤지션만 소개한 점 양해바란다. 또한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장르를 인종적으로 구분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에미넴같은 예외적인 뮤지션도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양분적인 구도를 말한 것이니 그러려니 해주길...

    마지막으로 뮤지션의 노력과는 별개로 장르라는 굴레에 의해 분해되고 분해된 청자들의 마음 속에서 관념이 사라지는 날, 힙합과 락 씬의 진정한 융화가 가능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염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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