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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여기 있어”…음악의 뿌리, 5천만년 전 ‘노래 생활’
    음악과 과학 2021. 1. 15. 16:29

     *원문: 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78726.html#csidxfea24629cf49c8f937f16d41b8c7606

     

    “나 여기 있어”…음악의 뿌리, 5천만년 전 ‘노래 생활’

    나무 사이 건너다니는 ‘곡예’ 능력 뽐내며짝·경쟁자에게 존재 알리는 수단 가능성성대 근육 쓸 줄 안다는 걸 보여주는 행위“활발히 움직일수록 더 복합적인 소리 내”

    www.hani.co.kr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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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사이 건너다니는 ‘곡예’ 능력 뽐내며
    짝·경쟁자에게 존재 알리는 수단 가능성
    성대 근육 쓸 줄 안다는 걸 보여주는 행위
    “활발히 움직일수록 더 복합적인 소리 내”

    음악은 만국 공통어(존 윌슨), 음악은 천사의 언어(토머스 카알라일), 음악만이 순수한 종교(스탈 부인), 음악을 만드는 건 일종의 아이를 만드는 것(프리드리히 니체).
    살면서 마주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는 음악의 역할에 대해 세계의 명사들이 바친 찬사들 가운데 일부다. 이런 놀라운 음악을 갖고 있다는 것도 인간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즐기게 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자장가 기원설에서부터 집단소통 도구설에 이르기까지 가설만 무성할 뿐이다.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은 음악의 기원에 대해 `음표와 리듬은 구애 행위의 일부'라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음악의 기원과 관련한 새 가설을 내놨다. 영장류 조상들이 추락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 사이를 건너다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인간 음악의 뿌리는 최초의 영장류가 출현한 5천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비드 쉬럿(David Schruth) 교수 등 연구진은 최근 생물학 분야 사전출판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연환경과 생명체 행동 사이의 자연선택 과정에 초점을 두는 행동생태학에 기반해 음악의 기원을 추론했다.

    활발하게 이동할수록 복합적 발성 능력 발휘

    연구진은 화석 증거로 볼 때 초기 영장류는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건너뛰는 식으로 숲 속을 돌아다닌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가설을 정립해 나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위험한 여행을 하려면 마치 곡예사처럼 튼튼한 근육과 정확한 동작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른 영장류의 곡예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즉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짝을 구하거나 자신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영장류와의 대면을 피하는 데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노래가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하게 음악적인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는 건 자신이 성대 근육을 잘 쓸 줄 안다는 걸 과시하는 행위다. 연구진은 “이는 다른 영장류에게 자신이 몸을 잘 쓸 줄 안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수단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대를 울려 나오는 우렁찬 노래소리는 “나 이렇게 멋져” “나 이렇게 강해”라고 말하는 홍보 방송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정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인터넷에서 현존 영장류 54종이 내는 830개 소리를 수집하고 이 소리들의 음악적 특성, 즉 음정과 리듬을 평가했다. 또 이들이 얼마나 자주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활발하게 옮겨 다니는 동물일수록 더 복합적인 소리를 내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내는 소리를 `원시음악'(protomusical)으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다른 사회생태학적 변수를 논외로 하면, 나무타기 이동과 짝 찾기가 복합적인 발성 능력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런 공진화는 수천만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나의 가설로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워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워싱턴대 연구진처럼 인간의 음악과 영장류의 발성을 연속선상에 놓고 바라보겠지만, 어떤 이는 영장류와 새가 내는 소리의 음악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뿌리를 찾아가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대 에드워드 하겐 교수(인류학)는 인간의 조상은 원래 두 가지 방식으로 음악과 같은 발성을 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하나는 외부에 겁을 주기 위해 힘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집단 음성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어머니가 내는 소리다. 지난해 발표된 다른 논문에선 사회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한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하겐 박사는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이런 가설들은 모두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원시음악(Protomusic)은 영장류에서 구애, 영역 표시 신호 모두를 위해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초기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집단을 형성하면서 원시음악의 목적은 내부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다지는 동시에, 외부집단을 위협하기보다 제 편으로 끌어들이는 쪽으로 발전해갔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인간의 음악이 어떻게 지금처럼 다양한 감정을 휘저을 수 있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른 종의 노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겐 교수는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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