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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ip-Hop (출처 리드머)
    힙합 아카이브/힙합 2010. 11. 4. 20:52

    Trip-Hop

    2002-04-15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각광받는 장르가 있다면 Techno를 위시한 Trip-Hop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나 Massive Attack, Potishead, Tricky 등의 삼총사로 구성된 브리스톨 사운드에 현혹되어 포로가 되어가는 국내 팬들도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마 이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한 번 집대성을 해보았다. 여러 번에 나누어서 올려야 할 분량이지만 필요한 사람들은 어짜피 읽으리라는 생각에 조금 길더라도 한꺼번에 올려본다. 덕분에 내 손가락은 톡톡히 고생은 했지만 역시 백수가 아니면 이 짓도 못할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펑크가 1970년대 대중음악의 기존 가치들을 모두 파괴한 가운데 영국의 음악 씬은 미국의 음악 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대중음악과 언더그라운드가 확연히 갈렸던 미국과는 달리 영국에서의 메인스트림과 인디, 팝과 록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더욱 어려워졌으며, 그 결과로 통상적으로 '장르'라고 부르던 것들 간에 새로운 교잡 및 변종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80년대 이후에 생겨난 새로운 대중음악 조류들이 대부분영국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흐름이 생겨나는 가운데 사조간의 '경계'란 것이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으며, 또 그 유행의 생명력이 단축되어 가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영국의 대중음악 씬이 우리에게 새로이 제공한 조어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트립합(Triphop)'이라고 불리는 일단의 음악일 것이다. 흔히 트립합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로 손꼽히는 트리키(Tricky)나 디제이 크러쉬(DJ Krush), 디제이 쉐도우(DJ Shadow) 등이 연말의 최우수 앨범 선정에서 평론가들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으며, 트립합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라도 최근에 나온 '트립합 컴필레이션'이라는 것들만 사 모아도 한쪽 벽이 가득 찰 지경에 이르렀다.하지만 정작 트립합으로 분류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상당수의 음악인들은 '트립합' 이라는 장르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 트립합'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상업적인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문제의 트립합이라는 것은 실재하는가. 실재한다면 그것은 대체 어떤 음악인가. 아니면 얄팍한 장삿속이 만들어낸또다른 신조어인가.

    1.어원/기원

    '트립합'이란 단어의 뜻을 굳이 생각해보자면, 이것은 '트립'이라는 단어와 '합'이라는 단어의 조합이다. '트립'은 본래 '여행'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20세기 중반 일단의 진보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이러한 단어를 사용한 이래로 약물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체험을 하거나 감흥을 얻음으로써 작곡 혹은 연주를 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이 '트립'이라는 단어는 그 이후로널리 퍼져서 특히 테크노/일렉트로닉 음악 계열의 아티스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영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레이브(Rave) 씬이 형성된 이후로는 상당수의 DJ들이 엑스타시(MDMA)나 LSD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여 유사한 음악적 감흥을 얻게되었다.

    이렇게 약물을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전자음악들이 주는 느낌은 씬이 커지면서, 이에 따라 서서히 정형화되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느낌을 오늘날엔' 트리피(Trippy)하다'라고 한다(대개 트리피하다는 것은 몽환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트립합'의 경우에는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나 사이키델리아(Psy-chedelia)와 같이 약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약물을 사용한 '트립'의 효과로 나타나는 테크노 음악과 유사한 느낌, 소위 '트리피(Trippy)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트립'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트립합'이라는 명칭을 거부하는 많은 이들은 이를 비꼬아 '트립-리스(trip-less)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합'이라는 것은 널리 쓰이고 있는 '힙-합(Hip-hop)'에서의 '합'과 마찬가지로 DJ에게 의존하는 비트 중심의 음악으로 이해하면 될것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트립합'이 '합' 이라는 것에 동의하는것 또한 아니다.사실 트립합과 유사한 음악을 부르는 명칭이 이전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90년대 초부터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류의 음악을 하나의 조류로 분류하던 평론가 들은 이러한 부류를 '앱스트랙트 힙-합(Abstract Hip-Hop)'또는 '앰비언트 힙-합(Ambient Hip-Hop)'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트립합이라는 말이 가장 처음 쓰인 것은 영국의 앰비언트/테크노/덥을 중심으로 다루는 진(Zine)인 믹스맥(MixMag)이라는 잡지에서이다.

    믹스맥의 1994년 6월호에서 앤디 팸버튼(Andy Pember ton)은 디제이 쉐도우, 더스트 브라더스(Dust Brothers), 그리고 일련의 Mo'W-ax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힙-합의 한 변형을 설명하기 위하여 '트립합'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이후 영국의 대중음악 잡지인 셀렉트(Select)지를 필두로, 다수의 평론가들 및 레이블들이 이러한 명칭을 자주 거론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트립합을 묘사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 닥터 드레(Dr.Dre)" 혹은 "집(Jeep) 비트를 사용하는 Sven Vath"와 같은 표현을 썼는데, 이것은 트립합이 테크노 (특히 애시드 류의)와 힙-합의 만남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트립합은 힙-합 비트와 그루브를, 테크노/전자음악의 실험적인 측면과 결합시킨 것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만약 트립합이란 것이 있다면) 트립 합의 근원은 그렇다면 어디인가. 트립합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빠르게는 디스코의 초기형 중 중요한 흐름으로 필라델피아 소울의 댄스 음악적인 변형인 1970년대 중반의 "필리(Philly)디스코", 심지어는 1971년 발표되었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There's Riot Goin' On」 이나「S-pace Cowboy」를 드는 수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평론가는 심지어 '64년 작품인 리틀 앤소니 앤 더 임페리얼즈(Little Anthony And The Imperials)의「Out Of My Head」를 들기도 한다.

    트립합 또한 그루브를 중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므로, 분위기가 비슷한 일부의 펑크(Funk) 및 댄서블한 소울 음악이 그 기원으로 언급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직접적인 기원은 브리티쉬 네오 소울(British Neo Soul) 및 애시드 재즈, 프리스타일(Freestyle) 랩, 덥(Dub)/앰비언트 덥 등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먼저 브리티쉬 네오 소울의 경우에는, 트립합의 일반적으로 몽환적이고 느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루브라는 공통된 특징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샘플러 중심의' 소울(혹은 레어 그루브적)이라는 점에서 이미 펑크/소울 음악과 테크노 음악의 결합 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즉 브리티쉬 네오 소울은 '트립합의 원시형태'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브리티쉬 네오 소울로 분류되고 있는 매시브어택과 같은 경우에는 동시에 트립합으로 인정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이 계열에서는「Keep On Movin'」등으로 80년대 말 및 90년대 초반 댄스 씬을 풍미했던 소울 투 소울(Soul Ⅱ Soul)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하겠다.다음으로 애시드 재즈(이것도 과연 존재하는 장르인가에 관하여도 말이 매우 많기는 하다)의 경우에는, 트립합 아티스트 중에 애시드 재즈로 오늘날 분류되기도 하는 아티스트가 매우 많다는 점(애시드 재즈 모음집을 하나만 사도 이건 알 수 있을 것이다)을 제외하고는, 애시드 재즈로 분류되는 부류들 중 상당히 헤비-그루브의 성향을 띠는 일부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오늘날 트립합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다.

    트립합의 발상지로 흔히 불려지는 Mo'Wax 레이블 자체가 본래는 '실험적인 애시드 재즈' 아티스트들의 집합지였다는 점에서도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겠다. 한편 드 라 소울(De La Soul), 정글 브라더스(Jungle Brothers), 피엠 던(P.M. Dawn), 어레스티드 디벨럽먼트(Arrested Development) 등으로 대표되는 프리스타일 랩(아트 랩 혹은 컬리지 랩이라고 부르기도한다) 은 샘플링 및 작곡의 방식(보컬이 삽입되는 경우에는), 보컬의 삽입 등에서 영향을 끼쳤다. 이외에도 스페이스(atmospheric) 뮤직의 성향이 일부 나타나는 네오-사이키델리아(Neo-psychedelia : 실험적인 테크노의 일군이다), 그 외 레게 및 덥, 앰비언트 덥도 부분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덥/앰비언트 덥의 경우에는 덥이 레게 리듬을 바 탕으로 하고, 트립합이 힙-합/집 비트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 여러가지 악기를 부분 부분마다 배합하는 방식이나 음악외적인 요소들의 샘플링을 끼워넣는 방식이 거의 유사하다. 특히 Mo'Wax 레이블의 아티스트들 중에는 덥과 트립합 성향 모두로 분류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들이 많다.

    2. 역사

    오늘날 '트립합'이라고 부르는 부류의 음악은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하나는 영국남서부의 항구 도시인 브리스톨을 배경으로 성장한 "브리스톨 사운드"이고 다른 하나는 런던의 DJ 제임스 라벨(James Labelle)이 설립한 Mo'Wax 레이블을 통하여 생겨난 "Mo'Wax 사운드(흔히 Motown 사운 드에 견주어진다)"가 그것이다. 여기서는 양재 조류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 보겠다.

    (1) 브리스톨 사운드

    트립합의 발상지는 역시 널리 알려진 바 대로 영국의 브리스톨(Bristol)이다. 그래서 흔히 트립합 대신에 '브리스톨 사운드'라는 말을 널리 사용한다. 브리스톨은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브리스톨 해협과 에이번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하여 해외로부터의 문화가 유입되는 관문이 되어왔다.

    특히 대영제국 시절 이래로 식민지로부터 유입되는 노예 혹은 이민자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 정착하였는데, 덕분에 이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영국에서는 가장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하는 서인도 제도의 이민 집단은, 브리스톨을 영국 내의레게/덥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어떤 평론가가 트리키(Tricky)의 음악을 일컬어 '돌연변이 세대를 위한돌연변이 음악'이라고 하였듯이, 트립합은 본래 다양한 사조의 변형 내지는 접합물인데, 그러기 위해 서는 브리스톨과 같은 다문화적인 배경이 필수적이다.

    또한 영국의 여타 대도시들과는 달리 이렇다 할댄스 클럽 씬이 발달하지 않고, 대신에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 : 비영어권에서는 흔히 '디스코 모빌'이라고도 부르며 본래 레게/덥 음악을 주로 하는 여러명의 DJ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파티를 열거 나 음반을 제작하는 것을 일컬었던 말이다. 매시브 어택의 음반마다 붙어다니는 'Wild Bunch'라는 것도 이들이 속했던 사운드 시스템의 이름이다. 여기서 소속된 DJ들은 클럽 DJ들에 비해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씬이 발달한 것 역시 실험적인 성향이 강한 트립합의 발생에 좋은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브리스톨에서 가장 처음으로 '트립합'이라고 불릴 만한 음반이 나온 것은 1991년으로, 매시브 어택이 발표한「Blue Lin-es」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1983년 경부터 브리스톨 사운드 시스템 씬에서같이 활약한 와일드 번치 (Wild Bunch)의 3-D, Daddy-G, 그리고 Mushro-om(본래 여기에 넬 후퍼 - Nell e Hooper - 가 끼여 있었으나 1987년 소울 투 소울로 빠져나갔다)을 핵으로 1987년 결성된 매시브 어택은 영국적인 소울을 완전히 소화한 후, 당시에 유행하던 최첨단의 테크노 음악의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여 재구성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재즈 드러머 빌리 코햄(Billy Cobham)의 작업을 사용한「Safe From Harm」 등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이 다수 만들어졌다. 이들이 이러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특히 80년대 말에 정점을 이룬 레어 그루브(80년대 중반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사조로 70년대를 전후한 소울, 펑크-Funk-, 재즈 음반을 샘플링하여 이를 전자 비트에 얹는 형태의 음악이다) 의 영향이 컸다.

    이렇게 보면 매시브 어택은 80년대의 레어 그루브 문화와 90년대초의 사운드 시스템 문화의 가교 역할을 했던셈인데, 이 외에도 오늘날 어느 정도 '노래'의 형태를 띄고 있는 브리스톨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아티스트들, 예를 들면 포티쉐드(Potishead)와 같은 경우에는 레어 그루브의 영향을 상당히 강하게 받았다.「Blue Line」는 평론가들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성공하여 스핀(Spin), 멜로디 메이커(Melody Maker)의 연말 결산에서 당당히 우수한 앨범으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NME에서는 본 앨범을 역대 가장 훌륭한 앨범 100선에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이후 매시즈 어택은 1992년에 미국의 이라 크 공격을 지지한다는 뉘앙스를 줄 것을 염려하여 그룹 이름을 매시브(Massive)로 바꾸고, 스튜디오에서의 작업보다는 클럽 씬에서의 활동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3년의 공백 기간 동안 브리스톨에서는 매시브 어택과 관련을 맺은 두 걸출한 아티스트가 출현하여 '브리스톨 사운드'의 명맥을 이어갔는데, 바로 포티쉐드와 트리키가 그들이다.

    포티쉐드는 프로그래머인 제프 바로우 (Geoff Barrow)와 보컬/작사자인 베스 기븐스(Beth Gibbons)가 1991년 브리스톨의 한 클럽에서 만나 탄생한 그룹이다. 본래 바로우는 록 밴드에서 드럼을 담당했는데, 이후 DJ로 변신하여 18세부터 코치 하우스 (Coach House) 스튜디오에서 테입 조작자로 일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는 운 좋게도 매시브 어택의 멤버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들과 교류하면서 나름의 음악관이 형성되었다.

    이후 그는 디페쉬 모드 (Depeche Mode),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등의 리믹스 작업, 칼린 앤더슨(Carleen Anderson)의 앨범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기븐스를 만나 밴드를 조직하고,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브리스톨 해협의 소항구 도시인 포티쉐드를 밴드명으로 하여 작품 구상을 시작하였다.

    이들의 데뷔 앨범「Dummy」에서 이질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여, 우울한 느낌의 펑크(Funk) 앨범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또 앨범과 함께 발표된 단편영화「To Kill a Dead Man」 , 그리고 앨범 발매일에 파랗게 색칠한 마네킹을영국 곳곳에 세워놓는 등의 해프닝으로 이들의 지명도는 더욱 높아졌다.「Dummy」역시 평론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1995년에는 영국의 Mercury시상식에서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진출에도 나름대로 성공하였다.

    그런데 바로우가 코치 하우스에서 일할 무렵, 그가 작업을 도와주었던 인물 중에는 훗날 트리키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질 인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바로우는 자선 앨범인「The Hard Sell」에 수록된 트리키의〈Nothing's Clear〉 라는 곡을 프로듀서 해 주었다). 트리키(본명 Adrian Thawes)는 1968년 브리스톨에서 뮬라토 아버지와 자메이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적부터 지역 갱단에 몸담았으며, 각종 범죄로 자주 감옥을 드나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18세때 당시 브리스톨 사운드 시스템 씬의 주요 인물이었던 마일즈 존슨(Miles Johnson)을 만나 음악계와 접촉을 시작한 이후로는 음악 활동에 주력하였는데, 트리키 키드(Tricky Kid)라는 애칭을 사용하며, 특히 와일드 번치에 속했던 뮤지션들과 매우 활발히 교류하였다.트리키는 이후 매시브 어택이 결성되자. 이들의 앨범「Blue Lines」의제작을 도우며 세 개의 트랙을 제작하고 보컬을 맡는 등 '제 4의 멤버'로 활약하였다.

    하지만 그는 매시브 어택의 정규 멤버도 아니었고, 이들의 음악 진로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1993년경, 매시브 어택과의 교류 당시부터 쓰던 애칭 트리키키드에서 '키드'를 떼 버리고 '트리키'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개시 하였는데, 문제의〈Aftermath〉를 필두로, 〈Ponderosa〉를 연달아 히트시켰으며 포티쉐드나 매스브 어택이 다루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룬 데뷔 앨범 Maxinquaye」를 1995년에 발매하였다.

    트리키가 데뷔작에서 선보인 음악의 일부분은 분명히 매스브 어택과 같이 레어 그루브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지만, 다른 넘버들은 매우 다양한 장르와의 교잡을 보여주었다. 영화 "Blade Runner" 의 스코어나 스매슁 펌킨스(Smashing Pumpkins) 곡의 샘플링을 사용한 점이나, 샘플링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랩 그룹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곡퀯lack Steel In The Hours of Chaos〉의 리메이크에서 트리키는 포티쉐드나 매시브 어택이 넘지않았던 '선'을 과감히 넘었다.

    트리키의 데뷔작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인정을 받아, 연말에 스핀과 롤링 스톤 지의 앨범 순위에서 2위와 3위에 각각 올랐으며, 영국의 멜로디 메이커와 MNE에서는 당당히그 해 최고의 앨범으로 꼽혔다.

    잡종 중의 잡종, 트리키의 출현으로 '트립합'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졌지만, '브리스톨 사운드'를 둘러싼 화제는 식을 줄을 몰랐다. 특히 '브리스톨 사운드의 본가'임을 자처하면서, 스스로를 '최초의 브리스톨 트립합 전문 레이블로 칭한 덥/레게/힙합 레이블 컵 오브 티'(Cup of Tea)가 브리스톨의 신인들을 소개하기 시작한 1994년 말 이후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게 대중음악계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브리스톨을 새로운 조류의 근원지로 만들었던 매시브 어택도 '94년 말에 3년간의공백기를 깨고 제 2집 「Protection」을 발표한다.

    (2) 모웩스(Mo'Wax) 레이블

    한편 이와는 전혀 별도로, 유사한 음악적 움직임이 런던에서 시작되었다(사실 브리스톨 사운드와 모웩스 사운드는 모두 '트립합'으로 불리지만, 놀랍게도 브리스톨출신으로 모웩스에 소속된 아티스트로는 페더레이션(Federation)이 유일할 정도로 양대 흐름 간의 교류가 없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애시드 하우스 씬에 매스컴 및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웨어하우스(Warehouse)/ 레어 그루브 씬과 재즈 댄스씬, 그리고 덥/레게 씬은 그 세력이 미약하여 더 이상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힘들어졌다. 많은 경우에 '애시드 하우스'를 제외한 다른 언더 그라운드 댄스 음악 씬은 한정된 수의 레이블 및 클럽을 통해 공존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한 지붕 밑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상호 교잡이 생기면서 초기에는 구분 가능하던 각 장르들의 경계면이 희미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브랜 뉴 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나 영디사이플즈 (The Young Disciples) 등 소위 애시드 재즈의 범위에 들어가는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탄생하여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두었다.스트레이트 노 체이서(Straight No Chaser)같은 잡지 - Mo'Wax 레이블의 설립자인 라벨 또한 17세부터 이 잡지의 기자로 활동하였다 - 들은 이러한 살사, 재즈, 펑크(Funk), 힙합, 레게, 아프리카 토속음악 등의 상호 교잡(a.k.a. 애시드 재즈)을 다루었을 "Outernationalism"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 의 장르로 규정하기에는 그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했다. '하우스'가 아닌 댄스 음악들은 모조리 이 부류에 던져 넣어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친 정글의 열풍과 D*Note, 질스 피터슨(Gilles Peterson : Acid Jazz, Talk-ing Loud Records 레이블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닌자 튠 (Ninja Tune) 레이블등의 출현을 계기로 다시금 그러한 부류 내부에서의 상호교잡과 재조합이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나이트맥어즈 온 웩스(Nightmares On Wax)의 경우에는 브리스톨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트립합의 다양한 요소를 보여준 선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1991년 이들이 발표한「A Word of Science」는 오늘날까지도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Blue Lines」와 견주어지곤 한다.

    1992년 19세의 나이로 모웩스를 설립한 DJ 제임스 라벨(James "the hollygoof" Labelle) 또한 그러한 정글의 실험적인 성격(당시에는 매우 실험적인 음악이었다)의 영향을 받아, 보다 실험적인 애시드 재즈, 테크노, 덥 그리고 힙합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본래 라벨은 비트 중심의 힙합, 테크노 와 재즈의 결합에 주로 관심을 가진 DJ였는데 그가 설립한 레이블에서 나온 음악들은 테크노, 레어 그루브, 애시드 재즈 그 어느 통상적인 부류에 해당될 수 있었다.

    특히 라벨의 나이가 시사하듯, 그는 본격적으로 장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80년대 중반 이후로 음악에 입문하였기 때문에, 기존레이블의 운영자들이 가진 장르상의 편견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늘날 모웩스가 힙합과 테크노를 가장 훌륭하게 결합시킨 레이블로 평가받는것은 이처럼 라벨이 속했던 세대가 음악에 대하여 가졌던 관점 덕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재즈나 힙합, 레게, 혹은 테크노와같이 장르를 확연히 구분짓는 데에 연연하지 않았고, 오히려 '잡종이면 잡종일수록' 좋아했던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스트레이트 노 체이서 지에서 라벨이 기자로 활동하면서 기고했던 글들에도 잘 나 타나있다.

    라벨의 레이블은 아티카 블루스(Attica Blues), 안드레아 파커(Andrea Parker), U.N.K.L.E., 팜 스킨 프로덕션즈(Palm Skin Productions) 등의 영국 아티스트들 뿐 만아니라 해외의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는 데에도 성공하여, 일본의 DJ 크러쉬(DJ Krush), DJ 다케무라(DJ Takemura), 토시 앤 쿠도(Tosh & Kudo), 미국의 디제이 쉐도우(DJ Shadow)와 머니 마크 'Mark' : 바로 비스티 보이즈의 '제4의 멤버'), 대프트 펑크(Daft Punk), 라 펑크 몹(La Funk Mob : 그 유명한 프랑스 래퍼 MC Solaars의프로듀서이다), RPM(프랑스), 9Lazy9(이탈리아), Rob D.(Clubbed to Death의 실세이다 : 호주) 등 실로 범세계적인 진용을 구축하게 되었다.

    라벨은 자신의 레이블에 속한 아티스트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두는 전형적인 예이다. 또한 그는 형식적인 절차를 싫어하기로도 유명하다. 모웩스가 비교적 최근까지도 메이저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고 있었던 것도 모두 라벨의 배려에 의해서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트리키나 포티쉐드 같은 거물과의 계약에 실패한 이후 부득이하 게 A&M과 계약을 맺고 말았다). 라벨은 최근 인터뷰에서 "앨범이 않팔리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사실 자체에 만족한다."는 자신의 레이블 경영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1992년 처음으로 모웩스 레이블의 이름으로 나온 음반은 리퍼커션즈(Reperc ussions)의〈Promise〉라는싱글이었다. 물론 이 싱글이 곧바로 레이블의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했지만 모웩스가 사람들의 입에오느내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모웩스가 가장 처음으로 대중 음악계에 주목 을 받게 된 것은 1992년 레이블의 '간판스타'인 디제이 쉐도우(& The Groove Robbers)가〈In Flux〉라는 12분짜리 대곡을 발표하면서였다.〈In Flux〉는 계속적으로 변박되는 힙합 비트에 각종 샘플링을 혼합시킨 연주곡으로, 당시로는 획기적인 '힙합'으로 인정받았다. 라벨이 레이블을 설립하는 과정에서가장 먼저 계약을 맺은 아티스트 중 하나이기도 한 디제이 쉐도우(DJ Shadow)는, 본래 미국 캘리포니아주 Sacramento 근교 출신으로, 어느날 라디오에서 그랜드 마스터 플래쉬(Grandmaster lash)의〈TheMessage〉 를 들은 이후로는 힙합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87년 정작 힙합 DJ가 된 이후로는 힙합이란 것 자체가 가진 여러가지 '불문율'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힙합의 소위 '고전파(Old school)'가 지녔던 실험성과 진보성은 없어진 대신에, 모두들 '팔리는 힙합' 레코드를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있다고 지적하고, 그 일례로 가사와 비트가 천편일률적임을 들고 있다. 지난 해 말에 약관 23세의 나이로 데뷔 앨범인「Endtroducing …」을 발표하여 비평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디제이 쉐도우는, 공언했던대로 여러 가지 실험들을 감행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모웩스의 간판스타는 디제이 쉐도우와〈Duality〉라는 트랙에서 실력을 겨룬 도쿄 출신의 디제이 크러쉬이다.

    트리키가 브리스톨 지역의 갱단에 몸담았듯이, 디제이 크러쉬 또한 본래 야쿠자(일본판 마피아라 할 수 있는 폭력조직)에 몸담았는데, 이후 미국의 대중음악에 귀화되어 80년대 초반 턴테이블을 잡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은 어두운 편이다). 디제이 쉐도우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의 음악 또한 철저히 DJ 중심으로 보컬의 역할은 극히 미미할 따름이다.

    이미 미국에서도「Krush」('94),의 음반을 발매한 디제이 크러쉬는 기존의 힙합이 철저히 래핑에 가려 음악적인 면이 경시되었던 것과는 달리, 음악 자체에 치중하며 특히 그의 곡들은 보컬 없이도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영상을 제시할 수있는 힘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1992년 설립 이후, 모웩스 레이블에서 지금까지 나온 음반은 대략 70장 정도 (싱글포함)인데, 아직까지는 디제이 쉐도우와 디제이 크러쉬 정도만이 '성공'을 거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모웩스 사운드라는 것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많은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티카 블루스는 지난해 피닉스 페스티벌에 초대된 바 있고, 비스티 보이스와의 인연(?) 덕택에 유명해진 키보디스트 머니 마크(본명 : MarkNishita) 또한 지난 해 말에 앨범「Mark's Keyboard Repair」를 발매하여 서서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토시 앤 쿠도, 맷 듀카스(Mat Ducasse)와 함께 스카이랩(Skylab) 을 구성하여 모웩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위 비(Howie B)는 (말많은) U2의 새 앨범「Pop」의 제작에 깊숙이 관여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3.특징

    일반적으로 장르라고 부르려면 장으 내부의 아티스트들 간의 특징이란 것이 있게 마련이다. '트립합'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로 일부 평론가들이 브리스톨 출신의 아티스트들과 모웩스아티스트들을 하나의 장르로 묶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이미 그들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 리가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있다.

    이들의 음악의 분위기에 대해서 우선 살펴보자. 가지고 있는 어떤 앨범이라도 좋으니 소위 '트립합' 앨범을 두 장 꺼내서 들어보라. 비슷한 느낌이 오는가.사실 한 두 번 들어서는 포티쉐드와 트리키, 그리고 모웩스의「Headz」컴필레이션에 들어있는 아티스트들의 음악 간의 어떠한 공통점도 딱 집어서 말하기 힘들다. 먼저 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려면 이들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비트를 들어봐야 한다.

    예외가 없는 것도 아니나, 대개 헐렁하고 느린 힙합(집) 비트의 변형이다. 쉽게 말하면 트립합이란 변형된 힙합 비트에 테크노/덥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얹은 것이다. 우리가 얼핏 듣기에는 비트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보컬이나 각종의 음향효과, 그리고 멜로디 같은 것들이 우선적으로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평론가들이'트립합'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아티스트들 간에 어떠한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트립합이란 극단적으로 말해서 애시드 재즈 및 힙합과 덥, 그리고 테크노/앰비언트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부류를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전형적'인 트립합 사운드는 어떤 '분위기'를 연출해낸다는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앰비언트/덥의 영향이다). 대개 그러한 느낌은 명칭이 시사하듯 '몽환적(trippy)'이다.결국 트립합이란 '몽환(또는 실험)적인 분위기의 힙합' 정도라고 정의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뭔가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전형적인' 트립합의 요소들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변형된 힙합 비트 (대개 느리면서도 끊기지 않음)
    ② 엄청나게 퍼지는 저음의 베이스
    ③ 레어 그루브적인 과거 펑크(Funk)/소울 음악, 여타 음악 샘플링의 덥적인 사용
    ④ 음악 외적 요소들의 첨가(영화대사나 생활의 소음들)
    ⑤ 너무 부각되지 않는 보컬이나 읊조리는 듯한 래핑
    ⑥ (가사가 있는 경우에는) 사회 관계, 인간 관계가 주는 좌절과 관련된 가사

    하지만 이것이 전부 모웩스 쪽의 뮤지션들이나 브리스톨 뮤지션들에 공통적으로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보여진다.
    특히 모웩스는 전형적인 '연주곡'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레어 그루브나 정통적인 소울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지 않고 보다 실험적인 면을 가지는 반면에, 브리스톨의 아티스트들은 훨씬 소울의 흐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베스 기븐스(Beth Gibbons : Potishead)나 모치바 (Morcheeba)같은 경우만 보아도 그러하다. 브리스톨 아티스트들의 곡들은 통상적인 '팝송'에 가까운 형태가 많은 셈이다. 이들을 하나의 분류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음악 외의 측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브리스톨 사운드나 모웩스 사운드는 모두 DJ와 프로듀서의 역할 증가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샘플러의 비약적인 발달은 단지 보컬을 돋보이기 위한 위치에 머무르던 DJ에게 다시금 음악적인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주었다. 보컬이 없이도 트립합의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분위기'를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샘플러와 샘플링 기술의 발달은 DJ로 하여금 샘플러를 '기타'와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샘플러의 발달은 동시에 밴드 인원의 최소화를 의미한다. 모웩스 레이블에서는 '밴드'라고 부를만한 아티스트를 찾기가 힘들다. 브리스톨에서도 보컬이 밴드 내에 존재하는 것은 포티쉐드 뿐이다. 이것은 더 이상 악기를 다룰 인원이 밴드 내에 다수 공존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립합'의 움직임은 '정글'의 그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정글이 본질적으로 클럽 및 춤을추기 위한 것이라면, 트립합은 소란스러운 다운타운 보다는 교외의 침실에서 헤드폰을 듣고 즐기기에 알맞은 음악이다. 트립합은 춤이나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 감상을 위하여 만들어진 음악인 것이다.

    4. 결론 - 상업적 음모?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트립합'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생각해 볼 차례이다. 이상에서는 '트립합'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설명을 했다. 하지만 정작 '트립합'을 한다고 알려진 아티스트들에게 '단신 트립합 아티스트냐'고 물으면 아마도 100% 이것을 부정할 것이다 . (이것은 과거 애시드 재즈 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lternative Press와의 인터뷰에서 디제이 크러쉬는 "나는 단지 힙합을 할 뿐인데 왜 사람들은 나를 어떤 다른 것으로 분류하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고 말한 바 있다.

    또 포티쉐드의 베스 기븐스는 영국의 유력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들은 우리들의 음악이 트리키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공통점을 모르겠다"고 하였다. '트립합'이라는 말이 음반업계의 상술로 비난받은 것은 지난 해에 그를 실버피쉬(Silverfish)의 멤버 루비(본명 : Leslie Rankine)가 솔로 앨범인「Salt Peter」를 발매하여 상당한 주목을 끄는 것으로 절정을 이루었다(물론 루비도 자신이 트립합으로 분류되는 사실에 격분하였다).〈Paraffin〉과〈Tiny Meat〉이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히트한 가운데, 트립합이라는 조어에 거부감을 느끼던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예로 들며서 '업계의 상술'을 들먹거렸다.

    당시까시 트립합으로 분류되던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비교할 때 그다지 주의깊게 듣지 않아도 상당히 다른 면이 발견되는 앨범이었다(그래서 일부 업자들은 궁여지책으로 이 앨범이 '인더스트리얼+트립합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트립합을 둘러싼 논쟁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도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무엇보다도 아티스트 자신들이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트립합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 것은 무엇보다도 트립합이라는 것의 기원이 너무나도 다양하고,또한 한 두 가지 장르의 접합으로 일어난 흐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심지어는 트립합의 시조로 너바나의〈Something In The Way〉를 드는 사람도 있다). 대개 어떤 흐름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아티스트간의 공통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그 기원도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트립합의 경우에는 다소 작위적으로 급조된 장르라는 느낌이 강한것도 사실이다. 본인 또한 여기서 트립합이란 것이 존재하느냐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을 유보하겠다.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들에게 붙이는 꼬리표(tag)가 아니고, 음악 그 자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결론을 대신하겠다.


    ※ 하이텔 박미선(buzzme)님이 갈무리한 글을 전재한 글입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하이텔 박미선(buzz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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