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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오왼 오바도즈, 그가 생각하는 한국힙합
    힙합 아카이브/랩 창작가들 2016. 6. 22. 23:49

    원문: http://hiphople.com/interview/7166939

     

     

    2016.5.25


    [인터뷰] 오왼 오바도즈 (Owen Ovadoz)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근 몇 달간 한국힙합 커뮤니티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래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왼 오바도즈만큼 매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단 느낌을 주는 래퍼가 몇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뉴저지(New Jersey)에서 한국으로, 이제는 메킷레인 레코즈(MKIT RAIN Records, 이하 메킷레인)과 함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는 그. 그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힙합과 본인이 생각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LE: 반갑습니다. 인터뷰 되게 자주 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힙합엘이 회원분들에게 오왼 오바도즈(이하 오왼)가 누군지, 어떻게 음악이란 걸 시작하게 됐는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릴게요.

     


    O: 그냥 음악하는 백수고요. 음악을 시작한 이유는 미국에서부터 음악이 계속 저를 따라다녔던 거 같아요. 한국은 (음악이) 의무적으로 옆에 있지 않고, 여가생활이나 취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이란 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게 미국에서 음악이 계속 따라다녔고, 그러다 한국으로 쫓겨나다시피 왔어요. 근데 제 친형이 힙합 프로듀서라는 걸 하고 있더라고요. 형의 음악에 영향을 받으면서 한국 학교에 입학했는데, 중학교 때 친구가 들려준 노래가 막 에미넴(Eminem)이고. 그런 식으로 한국에서도 음악이 따라다녔어요. 한국에 와서 대학교를 진학하려면 공부를 해야하잖아요. 근데 공부를 못해서 농구를 했어요. 한국에서 농구하는 애들은 이상한 노래를 들어요. 댄스 음악이나 막 이상한 거 듣고. (웃음) 그래서 전 체육관에 앰프 갖다 놓고 힙합 틀고 그랬어요. 근데 투팍(2Pac) 좋아하는 애가 한 명 있었거든요. 좀 깝치는 애였는데. (웃음) 아무튼, 그러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저 농구 그만두고 음악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당시 부모님이 ‘그럼 너가 대학교에 붙으면 음악 시켜주겠다.’라고 말씀하셨고, 공부해서 사범대에 가게 됐죠. 그렇게 사범대에 붙었는데… 근데 다들 사범대 갔다고 하면 사람들은 ‘학벌 좋네.’ 이렇게만 보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몰라요. 음악하기 위해 사범대를 갔다는 게…

     

     


    LE: 미국에서부터 오왼 씨를 쫓아다닌 음악이 힙합이었고, 자연스럽게 시작한 거로 봐도 되겠네요?

     


    그렇죠. 미국에 있는 좋은 학교는 보통 카페테리아가 따로 있는데, 허접한 학교, 그러니까 제 학교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없었어요. 허접했다고 표현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학교였어요. (웃음) 아무튼, 체육관에서 밥을 먹는데, 점심시간 되기 전에 3교시쯤인가, 등교하고 나선가, 아무튼 그때 종이를 나눠주면 거기에 정해진 메뉴들이 적혀있어요. 거기에 메뉴 체크하고 낸 다음에 체육관 가운데 라인에서 받아서 먹고 그랬어요. 체육관을 보면, 벽에 지붕 같은 게 붙어있어요. 점심시간이 되면 영화처럼 그 지붕 같은 게 쿵쿵 내려오고 거기에 스무 명씩 앉아서 밥을 먹어요. 그렇게 지붕 같은 게 내려오면 가운데가 비거든요. 특이한 건 거기 교장 선생님이 백인 여자 선생님이었어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마지막 보스같이 생긴 할머니였는데, 그 할머니가 힙합을 틀어주는 거예요. 막 "Lean Back" 틀고 애들 가운데 나가서 막 춤추고. 뭔가 그런 것부터가 달랐던 거 같아요.

     

     


    LE: 처음에 오왼 씨가 나왔을 때, 이름에 대해 궁금했던 분들이 많았었잖아요.

     


    제 이름 가지고 여러 사람을 실험해보는 연구실이 있어요. SNS라고 아주 좋은 매개체죠. 누가 뭘 올리면 사람들이 뭐라 댓글 달고 막 떠드는 게 보여요. 그래서 ‘왜 저렇게 반응하지?’ 하고 들어가 보면 웃긴 거나 더러운 거 올리고 있고, 그런 애들 있단 말이에요. 그런 거 보면 기쁨 비스무리한 걸 느껴요. 희열을 느낀다면 변태 같고. (웃음) 아무튼 ‘인간은 다 양면성이 있는데 왜 얘네들은 SNS라는 가면을 쓰고 자긴 아닌 척을 하려고 하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솔직히 저도 DM 몇 번 보낸 적 있거든요. 되게 야하게 생긴 애들 있길래. (웃음) 근데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요. 나 이런 거 좋아하는 데 관심 있느냐고. 그럼 얘가 관심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요. SNS니까. 그러다 갑자기 만나자는 스테이지에 왔을 때 내빼요.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가식이구나. 재미없군.’ 그렇게 된단 말이에요.

     


    저는 제가 조금 'Fucked Up'이거나 사람들이 바라보는 롤모델이 아니어도 제가 하고 싶은 말 하고, 가식 없이 행동하는 걸 굳이 그걸 증명하려고 하진 않지만 보여줘야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착한 놈일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저속한 놈일 수도 있는 거고. 근데 사람들 다 똑같잖아요? 분위기가 좋으면 안 하던 행동도 하는 거고. 원래 이게 처음 의도는 아니었지만, 일단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악하고 착하고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양면성을 갖고 있고 어디 감정에 에너지를 쏟아 넣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잡히는 거지. 그러니까 왼쪽 오른쪽이 있는 거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그걸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곤 하지만. 어떻게 그걸 모르죠? (웃음) 자꾸 아닌척하려고 하고. 그런 사람들 보면 한심해요. 아무튼, 그래서 그걸 좀 알았으면 해서 제 이름을 ‘선과 악’, ‘빛과 어둠’에서 따왔어요. 오왼은 성경에서 따온 이름이고, 과다복용은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거지만, 어쩄든 그걸 섞어서 뭔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나타내려고 만든 거죠. 근데 그걸 좀 약간 멋있게 하려고 표현을 그렇게 한 건데. 그냥 양면성이거든요. 근데 이걸 사람들이 왜 이해를 못 하지?

     

     


    LE: SNS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예전에 '긍정+Day'라고 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으시잖아요. 그건 어떤 이유로 시작한 건가요?

     


    인생이 되게 많이 힘들었어요. 안 좋은 일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제가 뭔가 계획을 하고 큰 결심을 해서 그 뭔가를 해야겠다 했는데, 제가 이걸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겠다.’ 이렇게 한 가지만 바꾸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바꿔야 할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하루 세끼 건강하게 밥으로 먹기, 담배 줄이기… 혹시 네이버(Naver)에 '오늘의 미'까지만 치면 미세 먼지 농도 뜨는 거 아세요? 그거로 미세 먼지 농도 확인하고 마스크 쓰고 다니고, 운동하고.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바꿨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매일매일 끌고 갈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SNS를 봤는데, 미국에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 배우인데 그분이 긍정 프로젝트를 하더라고요. 보고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시크릿>이란 책도 읽었었고, 거기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비슷하길래 ‘나도 이걸 맨날 세뇌하듯이 해야겠다.’, ‘매일 긍정적이란 생각을 하면 되겠다.’하고 해봤는데 되더라고요. 100일 동안 안 끊고 계속했어요. 실제로 약간 ‘오왼’에 근접한 단계까지 가봤고요. 근데 이제 와서 든 생각이기도 한데 저라는 사람의 원동력이 사실 ‘오왼’이 아니라 ‘오바도즈’인 것 같아요. 제가 성질이 개 같아 가지고. (웃음) 화라는 단계가 1에서 2가 아니라 1에서 10이에요. 욱하는 게 되게 심해요. 눌러야 하는데 못 눌러서… 아무튼 그렇습니다.

     

     


    LE: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본인은 오왼보다 오바도즈에 가까운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나오고 있는 저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부수는 작품이 나올 거예요. 사람들이 ‘와! 뭐지 이 새끼?’ 라고 할 그런 작품이요."

     

     

     

    LE: ‘오왼’에 가까워진 상태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메킷레인에 들어간 것도 ‘오왼’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요. 메킷레인은 지금 국내에서 제일 뜨거운 레이블이잖아요. 같이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그냥 제가 졸랐어요. 저도 하면 안 되냐고. (웃음) 메킷레인 시작하기 전,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그때 제가 말을 꺼냈죠. 아, 그전에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에 관련된 그런 루머를지금 정리하자면요. 사람들 얘기가 많았으니까. 오퍼를 받은 적은 없는데, 기회가 되는 쥐구멍 하나를 발견했었어요. 거길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이거 하면 잘 되겠는데?’ 하고 그런 찰나에 제가 6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LA를 방문했어요. 6월에 갔을 때였는데,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줄 사람들이 10명이나 여기 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보고 있는 청사진이나 모든 것들이 되게 제가 생각하던 것들과 비슷해서 멋있게 느꼈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10월에 다시 갔을 때 루피(Loopy) 형이랑 힙노스(Hynos) 형이 재차 확인했어요. 저의 신념과 모든 것들을요. ‘너가 들어오고 싶은 게 확실한지, 어떻게 하고 싶고,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 같은 거였죠. 저는 막 ‘난 이거 바로 하겠다, 미국 가겠다.’하면 바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저랑 달리 루피 형은 좀 더 깊게 관측하는 모습이었어요. 루피 형이 계획하고, 애들을 데려오고, 메킷레인을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고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신중하게 됐죠. 그리고 제 의지를 표출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고요.

     

     


    LE: 멤버 중에서 블루(Bloo) 씨를 라이벌로 꼽은 적이 있으세요. 어떤 의미에서 블루 씨를 라이벌로 생각하시는 것인지 궁금해요.

     


    일단 블루가 생긴 게 여자들이 좋아할 상이잖아요. 옷도 약간 그렇게 입고. 그리고 블루가 되게 말랐어요. 한국의 제임스 딘(James Dean)을 보는 것 같아요. 제임스 딘을 너무 좋아해서 롤모델로 삼고 이름도 딘(Dean)으로 지은 그 친구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진짜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친구라고 전 느꼈어요. 여성팬들을 잡으면 사실상 소비자층은 다 잡았다고 봐도 무방한데, 그게 블루라고 생각이 들었죠. 또 블루가 너무 뭐 있는 척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진짜 나쁜 남자거든요. 진짜 배드보이의 타이틀에 걸맞게요. 근데 또 식구들 생각하는 마음은 커요. 근데 진짜 정말 타고난 배드보이에요. '이놈 쉐끼 이거~' 약간 이런 느낌? (웃음) 아무튼 이러니까 여자라면 이런 매력에 안 빠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 것들에서 라이벌 의식을 느꼈죠. 랩도 물론 잘하지만 랩을 잘하고를 떠나서 저도 약간 그런 부분에 욕심이 있어서요. 스타 같은 캐릭터? 연예인은 아니고 배우 쪽 캐릭터들 있잖아요. 평생 가는… 제가 그런 부분에 욕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옷도 다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거만 사 입고요. 지금이 바지는 뉴욕 양키즈가 안 쓰여있긴 한데. (웃음) 아무튼 다 사 입고 그러죠.

     

     

     

    LE: 당연히 음악적인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대답이네요.

     


    아, 음악도 되게 좋아해요. 블루가 50센트(50 Cent)랑 지유닛(G-Unit)에 제일 영향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근데 되게 놀랐던 게 한국에서 지유닛이나 50센트 같은 '깔롱'스러운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블루의 음악을 들어보면 ‘이놈 봐라?’ 할 정도로 그 느낌을 잘 담아내요. 그리고 블루가 배드보이잖아요. 그걸 잘하고 있어요. 약간 히트될만한 후렴이나 그런 풍의 듣기 편한 노래를 계속 잘 만들어내요. 그런 걸 보면서 ‘이렇게 할 수 있으면 내가 랩을 막 쪼개고 이런 게 필요한 걸까? 블루처럼 하면 장땡인데.’ 싶기도 하고. 살도 빼고 블루처럼 머리도 기를까도 싶고. (웃음) 왜냐하면, 누구나 원하잖아요. 전 제 벌스만 부르고 나머지 애들이 다 따라 부르고 전 가만히 있고. 배드보이처럼.

     

     


    LE: 올해 초에 오피셜 믹스테입 [P.O.E.M.]을 발표하셨잖아요. EP로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오피셜 믹스테입으로 발표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일단 앨범 타이틀을 주기엔 너무나 개똥 같은 퀄리티라 앨범이란 타이틀을 소모하기엔 아쉬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맘에 안 들었어요. 사람들이 ‘그래도 나아졌네.’ 하잖아요. 근데 저는 이걸 만들 때 아무런 생각 정리 없이 작업했어요. 그때 당시엔 오버웰밍(Overwhelming)하는 그런 게 넘쳤거든요. 왜냐하면, 더콰이엇(The Quiett) 형이 같이 해보자고 하기도 했고, 뭐가 되어도 되긴 하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 그러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음악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고, 믹스테입만 막 내고 클럽씬에서만 전전긍긍하던 때인데. 그러다 보니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은 드는데, 제어가 안 되더라고요. 더콰이엇 형이 이런 것도 듣고 뉴스쿨도 한 번 섞어서 해보라 해서 했는데, 너무 짬뽕 만든 것 같단 소리도 듣고, 몇 번 짤리기도 했어요. (웃음) [P.O.E.M.]도 사실 한 5, 6번정도 엎었어요. 근데 최종 마지막 10곡 녹음하는 기간은 2개월밖에 안 걸렸거든요. 그러니까 짜증이 나더라고요. 매일매일 들을 때마다 너무 별로고. ‘근데 이걸 앨범으로 낸다고? 이건 별론데…’하다가 믹스테입으로 냈는데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죠. 예전보다 생각이나 내용이나 흐름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다는 소리도 있었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정리 안 하고 막 뱉는 게 당연한 거예요. 제 믹스테입인데 제가 시험해보고 싶은 거 해보는 거지. 누가 처음부터 완벽한 걸 만들고 ‘어때 쩔지?’라고 해요? 연습도 하는 거고. 제가 오늘 아침 7시까지 본 웹툰이 있는데요. <국수의 신>이라는 웹툰이에요. 그걸 보면 주인공이 혀가 잘려요. 친구 놈이 출세에 눈이 멀어서 주인공 혀를 자른 거죠. 그 후, 주인공은 국수의 신이 되려 하고, 끊임없이 후각에만 의존해서 국수를 만들어요. 옆에서 아내가 그 국수들을 먹어주는데 맛이 개똥 같은 거예요. 주인공은 좌절하게 되는데 그러다 아내가 어느 날 국수를 먹고 맛있다고 해줘요. 그래서 더 열심히 국수를 만들고 결국 국수의 신이 돼요. 그런 것처럼 저도 똑같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전 작품들이 무조건 실패였단 건 아니에요. 예전엔 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했었어요. 예전 믹스테입 들어보니까 ‘내가 이런 표현을 쓸 줄 안다고? 내가 이런 가사를 썼다고?’ 하고 더 좋은 가사를 발견할 때도 있는 거죠. ‘얘는 가면 갈수록 어떻네.’ 이런 의견들을 나쁘게 안 받아들이려고 하긴 해요.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정도는 신경을 써야 하는 거 같아요. 주변 형들이, 그 사람들이 얘기해 주는 건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거니 이건 값을 매길 수 없는 거고, 좀 더 신경 써서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좋아질 거라고 말해줘서 다 해봤거든요? 근데 개선은 개뿔. (웃음) 너무 의식하면 오히려 제 걸 못하는 거 같아요. 얘네가 하는 얘기가 뭔지는 알아요. ‘나 원래 이래 X신아.’하고선 속으로 ‘아, 이런 부분은 이렇구나…’ 해야지, 거기 너무 집착하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X까 X신아.’ 이러는데, 이번 작품은 좀 괜찮은 거 같아요. 사람들이 요즘 올리는 글 보면 ‘얘는 맨날 플로우가 음도 없고.’ 이러는데, 음 들을 거면 가수들 노래 듣던가. 아무튼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근데 지금 나오고 있는 저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부수는 작품이 나올 거예요. 사실 요즘 그 생각하면서 곡 만들어요. 그 작품이 나왔을 때, ‘와! 뭐지 이 새끼?’ 이러고 악플을 달아도 ‘이 새끼 할 수 있었으면서 여태껏 안 보여줬네. 양아치 새끼.’같이 어쩔 수 없이 흠잡으려는 악플들? 그런 것들 보고 웃을 것 같아요. 변태같이 막 웃을 것 같아요. ‘그래, 이 새끼야.’ 하면서. (웃음)

     

     


    LE: [P.O.E.M] 이야기 초반에 더콰이엇 씨가 앨범 믹싱, 마스터링을 해주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건 어떤 식으로 맡게 된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형이 작업을 같이하자고 이야기했었어요. 전 알겠다고 하면서 이야기 흐름을 그쪽으로 끌고 갔죠. "형이 제작해주는 거죠?"라고 하니까 더콰이엇 형이 “어, 내가 총괄 제작을 해야지.” 그러셨고, “아 그럼 믹싱이랑 마스터링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했죠. “어… 그거 내가 하면 되지.”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웃음)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도했죠.

     

     

     

    LE: 이번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오왼 씨 음악은 동부라는 느낌이 강해요. 동부라는 색채가 자리 잡은 듯한 느낌도 강하고요. 꼭 동부여야만 했던 이유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빅 엘(Big L) 샤라웃을 많이 하시던데.

     


    빅 엘 영향이 가장 컸어요. 제가 살던 곳이 뉴저지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뉴저지, 뉴욕(New York)이 서울이랑 되게 많이 비슷해요. 조금 다른 건 뉴욕은 빌딩이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그 바쁨 속에 여유가 있어요. 반면에 서울은 숨 막히고 좁고 그런 차이일 뿐인데, 한국 분들, 아니 서울 사람들이 붐뱁을 되게 좋아하잖아요. 부산 사람들은 한 번 봤는데, 음악 자체를 즐기는 느낌이었고요. 그런 걸 보면 환경적인 게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동부랑 잘 맞지 않나 싶어요. 좋아하기도 했고요. 근데 나머지 멤버들은 LA랑 서울의 바이브가 너무 다르니까 좀 힘들어하더라고요. 반면에 전 여기랑 잘 맞았던 거 같고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누가 뭐라 하면 저도 똑같이 소리 질렀거든요. 맨날 싸우면서 자라다 보니까 저 자신을 잃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면서 왔던 거 같아요. 그런 게 동부랑 이어졌던 것 같기도 해요. 결론적으로 저는 동부 쪽이 좋아서 했어요.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웃음)

     

     

     

    LE: 이번에는 동부와 트렌디함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볼게요. 동부 힙합이라고 하면 90년대 혹은 2000년대 딥셋(Dipset)에서 멈춰있는 것 같아요. 최근엔 조이 배대스(Joey Bada$$)나 비숍 네루(Bishop Nehru)가 트렌디한 동부 힙합을 이끌어가는 아티스트로 비치기도 하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트렌디한 동부 힙합은 어떤 건가요?

     

     

    음… 없어요. 조이 배대스까지도 희망이 보인다 싶었는데, 요즘 조이 배대스도 테크니컬한 모습을 자랑하려고 트랩에 랩도 하고, 붐뱁이 가진 그 단조로움에 맛을 덜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사실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 플로우, 스타일들이 90년대 동부에서 다 나와서… 그때부터 쭉 잘 이어졌으면 했는데 아쉽죠. 저도 옛날 것만 듣고 그러거든요. 좋은 건 다 옛날에 있는 것 같아요. 다 찾아보는데 이렇다 할 게 없는 것 같아요. 영국 쪽 애들이 좀 괜찮다 싶었는데, 너무 일정하다고 할까? 그런 것 때문에 질리더라고요. 제가 해야죠 그냥.

     

     


    LE: 동부 이야기를 해봤는데, “City”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웨스트 코스트의 느낌을 내려고했다.'라는 그루비룸(Groovy Room) 인터뷰도 봤었고요.

     

     

    그루비룸이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렇구나. 저는 좀 당황했던 게 그냥 만들고 회사에 "만들었어요."라고 했고, 회사에선 "괜찮네. 내자."라고 해서 낸 거였거든요. 근데 소개 글에 웨스트 코스트라고 나온 거예요. 그래서 '에?' 했죠. 왜냐하면, 처음에 제가 그루비룸 작업실 갔을 땐 스케치밖에 없었어요. 10초짜리 기타 코드만 있는 루프만. 딱 들었는데 재지하길래 "이거 루핑 좀 시켜봐."라고 하고 루핑된 거 들으면서 가녹음한 다음에 바로 뚝딱 만들었어요. 그때 기분을 살리면 약간 'Feel Good' 느낌인데, 저는 좀 더 재지한 쪽이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이게 어떻게 들려야 웨스트 코스트지… 기타 때문인가… 루프에서 기타 소리 마지막에 드랍되는 베이스가 있었으면 좀 더 웨스트 코스트스러운, 닥터드레(Dr. Dre)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LE: “City”도 그렇고, “Eung Freestyle”도 그루비룸이 프로듀서였잖아요. 굉장히 자주 함께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루비룸은 되게 팝한 팀인데, 같이 할 때 어떤 부분이 잘 맞는 것 같나요?

     


    개인적으로 그루비룸이 지금 짱인거 같아요. 아, 제가 원래 월요일에 인터뷰하기로 했었잖아요. 자랑할 건 아닌데 대충 제가 요즘 어땠는지 설명을 좀 할게요. 제가 요번에 네 가지 병이 한꺼번에 와서 좀 아팠어요. 과로랑 탈수증세랑 인후염이랑 몸살이 왔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지금 못 먹지?" 이러시더라고요. 물만 마셔도 토할 거 같고 뭐 먹으면 바로 밑으로 배출하고 그랬어요. 의사 선생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강박 같은 게 있어서 그렇게 아플 정도로 작업했던 거 같아요. 빨리빨리 다 하려 하고. 이게 왜 그랬냐면, 저는 ‘지금 이게 다 돼야 나중에 편하게 하는데.’ 라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근데 신기한 건 그루비룸도 저랑 비슷해요. 강박이 좀 있더라구요. 작업물 엄청 쌓아두고 맨날 뭐 한다고 계속 만들고 있고, 제가 가서 "나 이런 느낌 찾는데." 그러면 "아, 잠깐만요."하고 바로 들려주고 그래요. 그래서 좋았어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절 대하는 것도 좋았고요. 물론 요새 몸값이 많이 올라서… (웃음) 좀 많이 비싸더라고요. 인스타그램 봤는데 규정(그루비룸 멤버)이가 어머님한테 명품 선물해드린 걸 올렸더라고요. 나는 용돈도 못 드리고 있는데… 부럽긴 했어요. (웃음) 아무튼 잘 나가는 동생들이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동생들이기도 해요. 저흰 계속 단톡방으로 연락도 계속해요. 예전에 뭐하자 뭐하자 했던 형 중에서 연락이 돌아왔던 형들은 많이 없었어요. 제가 막 매달리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까 '이 사람이 정말 나랑 하고 싶은 건가' 생각도 들었거든요. 물론 괜찮은 사람도 있었지만요. 아무튼 그루비룸이랑은 이런 이유로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다른 얘긴데, 이번에 제가 발굴한 프로듀서 동생 한 명이 있어요. 이번 정규에 그 친구 비트를 3개 정도 사용했어요. 그 친구는 여자 래퍼랑 팀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첨엔 그 여자 래퍼가 별거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제가 한국에서 여태껏 들었던 사람 중에 드럼을 진짜 탈 줄 아는 여자는 타샤(Tasha, 윤미래) 다음으로 그 누나가 처음인 것 같아요. 드럼을 탈 줄 알고 멜로디를 사용할 줄 알고, 훅을 만들 줄 알아요. 그거 들으면서 '와, 이 누나는 잘만하면 잘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팀 앨범에 제가 참여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쉬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복수 전공한다고. (웃음) 되게 대단한 누나죠. 본받아야 해요. 무슨 방송이라도 한번 나와서 빨리 떠서 일확천금하려는 애들보다 훨씬 낫지. 전 <쇼미더머니> 방송 1분씩 방영되고 나서도 페이가 50만 원을 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직접 몸값 올렸지. 아무튼 그 누난 진짜 멋있어요. 복수 전공 요즘 누가 해요. 또 자기가 알바해서 돈 벌고, 그거로 장비 사서 집에서 녹음하고. 존나 멋있어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최고 허슬이죠.

     

     

     

    LE: 그랬군요. 얘기를 조금 넘어와서, “City”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화제였잖아요. 많은 팬이 영상을 보내줬고, 해외 팬도 많았고요.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어떻게 생각하게 된건가요?

     

     

    트왱스타(Twangsta) 형이랑 힙노스 형이 "이번 뮤비는 이런 식으로 찍어볼래?" 했는데, 진짜 순식간에 "네." 하고 진행하고 끝났던 거 같아요. 너무 감사한 게 제작비가 부담이 없어서 (웃음) 제 정규앨범 뮤직비디오 이렇게 한번 찍어볼까 싶고. (웃음) ‘대학교 미디어 전공하는 친구들 모집해서 제일 잘 찍은 영상을 채택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 근데 이건 너무 양아치다. (웃음) 근데 뭔가 진짜 이번에 팬들이랑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되게 좋았죠.

     

     

     

    LE: 그 정도로 많이 영상을 보낼 거라 예상은 하셨나요?

     


    "형 근데 이거 백 명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것도 안 오면 어떡하죠?" 이랬는데, 힙노스형이 중간에 문자를 줬어요. "오왼아 큰일 났어. 100명 넘어갔어."라고요. 잘돼서 진짜 기뻤어요. 이렇게 관심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죠. 근데 팬을 어느 선까지 대해야 하는지는 좀 힘들더라고요. 저는 항상 메시지 오는 것도 “오빠 사랑해요.” 같이 답장 보내기 애매한 건 하트 하나만 날려주고 그러고, 길게 메시지 오면 저도 성의있게 길게 보내주고 그러거든요. ‘잘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거 말고 너 지금 그딴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하면서 되게 냉철하게 답변했었거든요. 근데 하나하나 다해주니까 느낀 건데, 제가 메시지를 보내주면 이 사람들의 앞길에 쥐똥만큼이라도 도움이 돼서 영향이 생기길 바랬는데, 그게 아니라 친구들한테 '나 답장받았다.’ 이런 반응이 늘더라고요. 원래 DM 별로 안 왔어요. 전 원래 사진도 잘 안 찍고 그냥 웃긴 거 올리고 그러니까. 근데 답장 다 해주니까 이게 퍼진 거예요. 메시지도 갑자기 많이 오고… 그래도 저도 곤조가 있으니까 하나하나 답장해줬는데 회사에서 나중에 말리더라고요. 아티스트와 팬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웃긴 게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싸가지없게 굴고. 몇몇 X신들이 많았었는데 그냥 넘어갈게요. 어차피 앞에서 만나면 찍소리 못할 X신인 거 아니까. 현실에서도 꼽주면 걔네들은 어디서 살아요. 아무튼 그래서 이제는 답을 잘 안 하고 있는데, 그래도 1호 팬분들 있잖아요. 그분들은 되게 고마워요.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이 내 음악이 좋아서 나를 서포트해주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입는 옷이 좋아서 그런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옷 물어보는 애들 진짜 많거든요. 다 받거나 구제 샵에서 건진 건데. 그런 것들 때문에 답답하더라고요. '난 음악을 하는데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야?' 싶기도 하고. 제가 연예인은 아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 하는 건데. 답답한 거 같아요.

     

     

     

    LE: 이번 질문은 좀 <해피투게더> 스타일인데, "City" 뮤직비디오에 도움을 주신 팬들에게 감사 인사 한 번 해주세요.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길에서 마주쳤을 때 음악으로 관심을 표현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그게 아닌 나머지 분들은… X신아, 평생 너가 날 싫어해 봐라. 난 잘 먹고 잘사니까. 너네가 싫어해 주는 관심조차도 다 돈이 되는 거거든. 근데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은 정말 감사하고 항상 더 좋은 걸 가져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선하고 멋있는 걸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얘기가 퍼지고, 감동하는 일이 많을 테니까요. 그런 걸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LE: 오왼 씨는 많은 작업을 하셨는데, 웍스 크루(Worxx Crew)에는 소속되어 있으신 건가요?

     

     

    아, 웍스 크루요? 웍스 크루 형들 스튜디오가 신사동에 있는데 거기에 키밤(Keebomb) 형이랑 죠 리(Joe Rhee) 형이랑 24란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 형이랑 동훈이 형이랑 DY라는 형이랑 상호 형이랑… 원래 이렇게 많았나? (웃음) 아무튼 웍스 크루는 그 형들 크루고, 저는 그때 스튜디오를 같이 쉐어했을 뿐, 같은 크루는 아니에요. 한 번 제안도 있었는데 거절했죠. 비슷한 일 때문에 골치 아픈 적도 있었는데, 오디비(ODB)할 때였어요. 데비(Debi) 형이 그라운드 킹즈(Ground Kingz) 크루 소속인데, 의류는 베이스크림(Basecream) 소속이니까, 음악은 그라운드 킹즈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제가 거절하다가, 삼고초려 하길래 "아, 그럼 베이스크림이랑 얘기해볼게요." 했다가 순식간에 멤버가 되고, 그라운드 킹즈 문구를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어찌저찌 하다가 쓰게 됐는데, 이거 때문에 베이스크림 형들이랑 문제가 있던 적도 있었어요. 여하튼 소속감이라는 게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박쥐 같은 게 아니잖아요. 전 베이스크림에만 있었어요. 웍스 크루 때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웍스 크루 형들은 워낙 절 사람으로서 잘대해줘서 그런 이야기 나왔을 때도 농담하면서 오히려 짓궂게 괴롭혔어요. "우리 싫어서 그러네, 스튜디오 같이 못 쓰겠다." 이러고. (웃음) 요즘도 자주 만나요. 같은 크루는 아니지만 어쨌든 웍스 크루 형들 엄청 좋은 사람들이에요.

     

     

     


    LE: 죠 리 씨과는 같이 음악도 발표했었잖아요. 그때 이야기도 한 번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때가 제 개인적인 프로젝트 녹음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 컨디션이 제일 좋은 곳이 거기였어요. 근데 무전취식을 할 수 없잖아요. 때마침 죠 리 형이 "이런 거 있는데 도와볼래?" 하길래 노래도 괜찮고 좋아서 '형 개인 프로젝트인가보다.' 하고 도왔었어요. 근데 다음 주에 보니까 앨범으로 나왔더라고요. 많이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좋은 거긴 한데… (웃음) 웃긴 건, [OJ] 때문에 여자 팬들이 꽤 많이 생겼어요. 그거 약간 쌍년들 이야기하는 건데. (웃음) ‘아, 그래? 그럼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 좀 해야겠다.’ 싶었죠.

     

     

     

    LE: 소속돼있는 크루는 베이스크림이 유일한 거죠?

     

     

    그렇죠.

     

     

     

    LE: 베이스크림 관련 질문인데, 원더걸스(Wonder Girls) 관련해서 사실 해프닝이 있었잖아요. 밴드 형식에 관련된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게 생각하진 않아요. 일단 원더걸스 팬덤이…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을 시작하면 없던 이유도 만들고, 아닌 것도 맞게 만들고… 그렇더라고요. 그때 전 메킷레인과 함께 하기로 했던 상황이고, 메킷레인에서도 말렸고, 저도 메킷레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고. 그래서 그냥 사과글 올리고 끝낸 거였어요.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전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알아요. 그때 기사도 났었거든요.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김오왼, 원더걸스 디스하다.’ 이런 식으로. 근데 그래서 밴드 콘셉트 잘됐어요? 망했잖아요. 저는 예견을 했을 뿐이지, 없는 이야기는 안 해요. 그리고 유빈 씨가 티저 영상에서 드럼 치다가 모션을 취하고 그러잖아요. 평소 안 하던 그런 밴드 & 연기를 봤을 때, 어색함이 느껴지니까 웃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 주변에는 3, 4년 전에 관객들 10명도 없는 곳에서 공연했던 (오)혁이가 있잖아요. 그걸 아는 저는 그런 영상을 보고 'ㅋ'하고 웃을 수 있잖아요. 근데 그걸 원더걸스 팬이 보더니 "이건 아닌 거 같네요. 이건 이래서 아닌 거 같네요."하고 단정 짓듯이 말을 하더라고요. ‘이건 뭔 소리야?’ 했죠. '이건 이렇게 하셨던데 혹시 이런 의도였나요?’하고 의문문으로 말해줘야지. 마침표로 단정 짓듯이 계속 말하는 거예요. 처음엔 계속 설명을 해줬어요. 퉁명스럽게 하긴 했지만. 그렇게 얘기하다가 이제 그쪽에서 논리가 없는 상태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도 그러다 화가 나서 욕을 했어요. 근데 그것만 편집해서 일베, 디씨 인사이드(DC Insie) 이런 커뮤니티에 다 올린 거예요. 거기 다 올라갔대요. 기사 찾아보니까 다 뜨더라고요. 거기 올렸다는 건 거기 회원이면서 원더걸스 팬인 거잖아요. 좀 미친 것 같았어요. 악마의 편집하고 마녀사냥하고.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이야기도 안 하고. 그때 제가 진짜 기도했어요. ‘한국 총기소지 빨리 합법화돼서 내가 만든 갱이랑 찾아가서 다 총으로 쏘게 해주세요, 아멘.’ 이렇게요. 그때 일주일을 못 잤어요. 슬프고 그런 게 아니라 억울해서요. ‘내가 왜 당해야 돼.’ 이랬죠. 밖에 나갔을 때도 누가 쳐다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왜요? 왜요?" 이러고 좀 난장판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잊었어요. 지금은 잘 먹고 살고 있고. 그래도 이해는 안 돼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집단인가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제 팬이라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뭐, 그런 해프닝이었죠.

     

     


     
    LE: 그랬군요. 이제 곧 리믹스테입이 나오잖아요. 리믹스테입은 어떤 느낌인가요?

     


    그건 그냥 재미로 만들었는데, 힙노스 형이 너무 좋다고 하길래 내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제가 믹스테입을 너무 많이 냈잖아요. 1월에 낸 것도 믹스테입이었으니까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공연 보는 사람 한정으로 CD를 주는 걸 떠올렸어요. 되게 재미있게 작업했고요. 원곡 자체가 우선 너무 좋았거든요. 5곡이 될 것 같고, 팬들에게 공짜로 주는 식이죠. 그걸 받은 팬들이 인터넷에 막 유포했으면 좋겠어요. 그걸 의도하고 만든 거거든요.

     

     

     


    LE: 공연이라면, 6월에 열리는 단독공연인가요?

     


    네. 맞습니다.

     

     

     


    LE: 단독공연은 처음이시잖아요. 메킷레인 공연이 정말 잘 되기도 했고요. 공연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부담은 시간이 촉박한 것 외에는 없어요. 개개인이 해야 하는 게 너무 많고, 저희가 대기업이 아니니깐 인원도 적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 명이 여러 프로젝트를 맡은 게 많아서 시간이 촉박해요. 그렇다 보니 제가 담당자한테 재촉하기도 어렵고요. 완성도에 있어서 제가 생각한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도의 걱정이 있을 뿐인데, 잘 풀리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건 뮤지컬 같은 공연을 하는 거였고, 아이디어를 다 정리해놨었거든요. 근데 그 정도까지는 이번엔 어려울 것 같고, 무대 미술이 들어가고, 조명 쏘는 거랑 빔프로젝터로 새로운 뭔가를 보여줄 거예요. 흥행보다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본 적 없는 공연을 보여주는 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런 신선하고 멋있는 걸 보여줘야 몇 명 안 와도 얘기가 퍼지고, 감동하는 일이 많을 테니까요. 그런 걸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LE: 아까도 말했지만, 오왼 씨는 활동량이 엄청 많잖아요. 웬만한 곳에 이름이 다 있고요. 보통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아는 사람이 많은지, 먼저 연락이 오는지에 대해서요.

     

     

    그거 전부 다예요. 연락 오는 것도 하고, 제가 연락 먼저 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이랑도 하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하고. 제가 욕심이 많다 보니까… 일을 벌리기만 하고 정리 못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뭐 있으면 그거 먼저 해요. 가사를 생각보다 빨리 쓰는 편이라 한꺼번에 타타타타 써놓고. 신사동 스튜디오에 있을 당시에는 거기서 자고 일어나니깐 그날 저녁까지 녹음하고, 자고, 형들이 아침에 깨워주면 또 작업하고. 그러다 보니 작업 진행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그래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매일 녹음만 하니까요.

     

     

     

     

    LE: 작업량이 많다 보니까 인맥힙합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아, 그래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에요. 왜냐하면, 저는 인맥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한 건데 사람들은 꼭 그렇게 보죠.

     

     

     


    LE: 당연히 들어보셨을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네요. (웃음) 인맥힙합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맥힙합이든 아니든 그건 제 능력이니까요. 뭐라 할 것도 없죠. 사람들이 부러워서 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안 좋은, 쓴 소리 하는 사람들 중에 제가 실수를 해서 쓴 소리하는 사람들은 저를 신경 써주는 사람들이고, 제가 잘하고 있는데 쓴 소리 하는 사람들은 저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게만 받아들이고 있어서 전혀 신경 안 써요. 한국에서의 힙합은 문화보다는 유행의 흐름이잖아요. 또, <쇼미더머니>로 힙합이 유행이 된 게 아니예요. 래퍼가 유행이 된 거죠.

     

     


    LE: 어떻게 보면 그런 의견들에 대한 태도가 메시지라든지, 플로우가 비슷하단 이야기에도 통용이 되겠네요.

     

     

    그렇죠. 제가 비슷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갑자기 2집에서 스타일이 확 변하든가, 안 보여준 걸 보여줄 수도 있는 건데. 저는 제가 지금 좋아하는 걸 하는 거잖아요. 크게 신경 안 써요. 그리고 대단하다고 느끼는게 뭐냐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열정이 그거예요. 거기서 쾌락을 얻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제 상상으로는 직장인인데 퇴근하고 집에 와서 '와, 퇴근이다!' 하면서 샤워하고 나와서 핑거 푸드들 디핑 존나 해서 먹으면서, "어, 저 개 같은 년 맨날 벗고, 걸레 같은 년." 하고서 엔터, 아니면 "이 새끼는 변하는 게 없어? 맨날 똑같아. 병신아 쯧쯧쯧" 엔터.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니까 그러고 있죠. 그 취미를 가진 건 존중해요. 그 사람들 직업이잖아요. 돈은 다른 곳에서 벌어도 열정은 거기에 쏟고 있으니까요. 열심히 하세요. 저는 뭐 잘 먹고 잘사니깐.

     

     


    LE: 그럼 피처링 제의가 왔을 때, 수락하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한 세 개 정도? 정말 멋있거나, 페이를 정말 많이 주거나, 저랑 방향이나 스타일이 맞거나. 그러면 했어요.

     

     

     

    LE: 최근 곡 중 가장 만족스럽거나, 애착이 가는 곡은 뭔가요?

     

     

    앤덥(Andup)이랑 같이 했던 "굿". 그거 되게 재밌게 했거든요. 메시지 같은 부분에서도 앤덥이 멋있는 말 하길래 '음, 난 더 멋있게 해야지.' 이랬죠. 약간 트랩 느낌이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안 보여주던 걸 보여주고 싶어서 되게 재밌게 했어요. 근데 최근에 너무 많이 해가지고. 최신 차트에 제 이름 있는 게 막 4개 이랬거든요. 그 땐 한꺼번에 다 같이 나와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작년에 했던 것도 있고요.

     

     



    LE: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패션 관련해서 오왼 씨 이야기가 되게 자주 나오잖아요. 옷을 잘 입는 래퍼 중 한 명으로요.

     


    제가요? 참 희한한 일이네. (전원 웃음) 옷은 T나 나플라(Nafla), 블루, 루피 형이 잘 입죠. 저는 옷 못입어요.

     

     

     


    LE: 뭐, 저희 의견은 일단 아니니까요. (웃음) 뉴욕 양키즈 옷도 되게 자주 입으시는데, 댓글 중에 빨래 자주 하느냐는 의견이 있었어요. 매번 비슷한 옷을 입는다고요.

     

     

    빨래 자주 안 해요. 그냥 입었던 거 입고, 빨래 절대 안 해요. 아, 최근에 한 번 드라이클리닝 해서 되게 깨끗해지긴 했어요. 근데 평소엔 잘 안 해요. 퀘퀘한 냄새 나는 게 좋아서요. 저는 옷을 잘 입는 거로 유명해진 게 아니라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안 입는 특이한 걸 입어서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LE: 헤어밴드 같은 것도 자주 쓰시는데.

     


    그건 제가 농구를 했었으니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반삭을 해왔는데, 농구를 하다 보면 땀이 눈에 막 들어가고 그래요. 근데 헤어밴드를 하고, 팔목 아대까지 하면 좀 나아요. 헤어밴드가 너무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르면 아대로 닦고. 이런 용도로 많이 썼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된 거죠. 사람들은 패션이라고 보지만요.

     

     

     

     

    LE: 그런 식으로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오왼 오바도즈 에센셜'처럼요.

     

     

    지금 보여드리는 게 제 전부는 아니고, 제가 떠돌이 생활을 해서 집이 되게 많아요. 망원동에 한 곳, 신사동 스튜디오, 본가, 나플라 집, 힙노스 형 집. 이렇게 제 짐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금은 힙노스 형 집에 있는 것만 가져온 거예요. 흩어진 거 다 합치면 엄청나게 많아요. 여기엔 제 애장품들도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할만한 것도 있고. 브라운 브레스(Brown Breath)에서 가져가라고 준 것도 있는데, 제가 브라운 브레스를 자주 안 입어서요. 테니스 선수들이 자주 쓰는 헤어밴드도 있는데, 이게 얇고 넓어서 잘만 쓰면 되게 예뻐요. 완삭했을 때 써야 예뻐요. 머리가 아예 없을 때 딱 달라붙어서 예쁜데, 머리 있을 때 쓰면 별로고요. 여기 있는 애들은 한 번씩 다 빤 거예요. (웃음) 제가 한창 흰색 헤어밴드를 쓰고 다녔어요. 조던 부분만 빨갛게 되어있는 거거든요. 그거 쓰고 다니다가 DC 트라이브(DC Tribe) 루프탑 공연할 때, 팬분이 헤어밴드를 다섯 개를 주셨어요. 선물을 주셔서 번갈아가며 쓰기도 했고요. <쇼미더머니> 나갔을 때 쓴 헤어밴드도 있는데, 쓰고 나간 뒤에 보니까 빡빡이들이 다 헤어밴드를 쓰고 있더라고요. 그거랑 뭐, DJ 스킵(DJ Skip) 형이 주신 헤어밴드도 있는데, 그걸 쓰면 강제로 그 스쿼드가 되는 것 같아서 자주 안 썼고요. 조던은 뭐 농구 할 때 많이 써요. 농구 할 때 쓰면 멋있잖아요. 나머지 하나는 일본에 있는 친구가 쓰고 있던 건데, 걔한테 제가 "야, 이런 건 내가 써야지. 계집애가 무슨 이런 걸" 하고 써보니까 걔가 진심으로 잘 어울린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뺏었어요.

     

     

     

     

    LE: 메킷레인 목걸이도 걸고 계시네요.

     


    이게 전부 금으로 나오거든요. 회사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 저는 프로토타입으로 백금으로 맞춰줬어요. 근데 저만 다른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안 맞추고 이것만 쓰고 있어요.

     

     

     

     

    LE: 가격 부분은 뺄게요. (전원 웃음) 예전에 다른 잡지에서 한국에는 힙합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떤 의미에서 하신 말씀인가요?

     

     

    문화에 관해 얘기를 했어요. 대한민국에선 문화보다는 유행의 흐름으로 가잖아요. 또, 깊이가 없기 때문에. 제가 최근에 쓴 가사 중에 '양키즈 모자를 쓰고, 양키즈 옷을 입고, 신상이 아니어도 나는 내 취향을 확인해서 옷을 산다. 겹치는 스타일이 없고 나만 혼자 예외고, 나머지는 전부 색맹.'이란 내용이 있어요. 색맹이라는 게 자기 색이 없단 비유인 거죠. 없잖아요 보통. 홍대 가면 오혁 한 10명 보이고, 그런 느낌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게 정말 제가 알던 홍대가 아니라고 느끼는 게, 제가 2005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2008년이나 2009년까지만 해도 제가 더 빡세게 입었어요. 그때 입은 거 지금 입으면 사람들이 놀라요. 딕키즈(Dickies)에 치카노 입고, 반다나 하고 수염 기르고 다녔거든요. 제가 그렇게 다닐 수 있었던 게 홍대 큰 형들이 다 그렇게 입고 다녔거든요. 실제로 지금도 그러는 형들도 있고요. 놀이터에서 수공예품도 팔고요. 근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잖아요. 문화가 썩어가고 있어요. 놀이터 앞은 부킹, 만남의 장소가 돼버리고, 고삐리들 화장 떡칠하고 나와서 앉아있고. 좀 그렇죠. 문화가… 글쎄요. 여기에 한 번이라도 있었나?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에 문화가 없는 게 어쨌든 모방이잖아요. 무슨 한국에서 할 거면 한국힙합 하라고 그러는데, 가사에 한글 섞어 쓰면 한국 랩 아니야? 미국에서 보고 자라고, 영향을 받고, 제가 해온 힙합을, 알고 있는 걸 가져와서 그 행색을 하면서 거기에 한글을 섞어써주면 가장 근접한 한국 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걸 다 욕하잖아요. '저 새끼는 영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미국병 걸려서 옷을 저렇게 입고, 미국 정서 때문에 개념이 없다고 막 그러잖아요. 전혀 안 그렇거든요. 저 군대도 다녀왔고, 제가 나았으면 훨씬 나은 사람이거든요. 근데… 없어요. 이걸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힙합이 없단 이야기를 했죠. 래퍼들마저도. 존경하는 몇몇 형들은 그걸 위해서 싸우고 열심히 했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뭐 때문에 저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 게토가 있었고, 총기 소지가 가능했다면 과연 저런 소리를 입 밖에 내고, 디스전을 스포츠처럼 다루고 그랬을까요. 디스전은 진짜 'Do or Die'거든요.
     

     

    그냥 좀 우스웠죠. 제가 그 사람들을 좆밥으로 보고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보고 자라온 게 그거니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MBC 뉴스 보는 것처럼 폭스 채널 뉴스가 나와요. 제가 뉴욕 바로 옆에 살았잖아요. 거긴 이틀에 한 번꼴로 총격이나 살인 사건 기사가 떠요. 아침에 맨날 보는 뉴스가 그거예요. 그렇게 살다가 여기 오니까, 애들 하는 거나 태도가, 어떤 애는 심지어 아레나 힙합 라운지에서 여자 꼬시려고 놀러 온 짱구 같은 애가요. 힙돌이 패션 있잖아요. 머리 내려가지고, 안경 쓰고, 뉴에라 눌러 쓰고, 티셔츠 어울리지도 않게 짧고 바지는 스키니진 입고. 걔가 "어우, 여기 다 병신이야. 이 새끼들 힙합 좆도 몰라." 이러는 거예요. 제가 그래서 "네?" 했어요. 마이크 잡고 놀고 있었거든요. 제가 마이크 들고 있으니까 뭐, 여기서 일하는 놈이거나, 다른 존재로 보지 않을까 하는 맘에 "뭐라고 했어요?" 그랬죠. 그러니까 여기 있는 애들 힙합 모른다고, 병신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저 알아요?" 하니까, "누구신데요." 하고, "저 오왼이요.", "몰라요." 그러길래 그냥 됐다고 하고 말았죠. 말 안하려고, 귀찮아서요. 그러니까 걔가 뭐라 그랬더라? "아, 진짜 여기 병신이에요. 저 매드홀릭(Madholic) 출신인데." 막 이러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창피하더라고요. 창피해요. 얘기 안 했으면 좋겠어요. 힙합 안다는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데. 왜냐하면, 힙합이라는 건 랩보다 더 큰 거거든요. 더 큰 문화고, 그것 때문에 죽어 나간 사람들이 있고, 역사적으로 위인으로 칭송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투팍이나 투팍 어머니인 아페니 사커(Afeni Shakur)도 있고, 블랙팬서(Black Panther)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몰라요 사람들이. 미국에서 흑인이 판소리 하는 거 보면서 "야, 이게 뭐야. 얘네 다 좆밥이야. 부채 들고 흐에에엥 하는 게 무슨 노래야. 내가 노래하는 걸 보여줄게. 이게 존나 소울이지." 이러면 한국 사람들 화 안 나겠어요? 역사가 담겨있는 건데? 막 한국 사람들 병신 취급하고, "일본한테 마루타 실험 당하고 그랬잖아." 그러면 가만히 있어요? 아니잖아요. 그렇게 우리 찌를 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른 거 얘기해주면 반응도 안 하고요.

     

     

     


    LE: 사실 최근 한국힙합은 <쇼미더머니>로 집약되는 것 같기도 해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미디어가 그렇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스윙스(Swings) 씨 우승 이후로 기성 래퍼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인생이 변하니까요. 아무도 모르는 무명이었다가, 유명해지고 막 연예인이랑 노는 그런 래퍼가 되니까요.

     

     


    LE: 오왼 씨도 그 행렬에 참가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요. 그 당시 나갔던 이유는 뭔가요?'

     

     

    다 설명했었는데, <쇼미더머니 3> 때는 전역 후 경연이 바로 시작되어서 참가를 고민했어요. 당시엔 작업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가도 될까 싶었는데,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무런 의도도 계획도 없이 순전히 가보고 싶단 마음으로 간 건데 화가 많이 났어요. 저는 전역을 했고, 어떻게 먹고 살지 정해야 하잖아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던 상태에서 음악으로 가고 싶어서 거길 나간 거예요. 제 수준을 가늠해보고 계속해보려고. 근데 어떤 애는 학생인데, 수능 문제집을 보고 있는 거예요. 그거 보고 뭐냐고 물어보니까 시험 기간이래요. "그럼 왜 나왔어요?" 그랬죠. 그런거 보면서 화가 나더라고요. 난 이걸 목숨 걸고 하는 건데, 얘네는 뭐하는 건가 싶어서요.

     


    나중에는 이해가 되던 게, <쇼미더머니> 때문에 래퍼가 유행이 된 거지, 힙합이 유행이 된 건 아니더라고요. 당시에는 몰랐으니까요. 전역을 막 했고, 사회에 다시 발을 들여서 들떠있었으니까요. <쇼미더머니 4> 때는 엄청 열심히 했었어요. 누가 뭐라고 못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작업물 엄청 내고, 공연도 많이 하고요. ODB 파티 할 때는 루시드림(Lucidream)이랑 소울 트리(Soultree), 조그만 클럽에서 600명 채우고 그랬었거든요. 메킷레인 공연 때 대박이었잖아요. 그 땐 안전상 정원 450명 채웠는데, 루시드림에서는 600명을 채웠었어요. 유투브에 영상이 있어요. 자리가 없어서 무대까지 사람들이 올라올 정도였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결심을 한 게,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어요. 콕재즈(Coke Jazz) 형도 만나고 그러면서 되게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도와준다고 했었고요. 근데 정작 도와달라 하니까 안 도와주더라고요. '뭐지? 이 사람들은 할 만큼 하고, 돈 벌 만큼 벌었고, 올라갈 만큼 올라가고, 방송도 나오는데 왜 안 도와주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는 지금 가장 열심히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인데 생각보다 관심이 없더라구요. 그러니까 화가 난 거예요. 우리밖에 없고, 단합하고, 정치하면 안 된다던 사람들이 저한테 정치를 또는 무시를 한 거잖아요.

     

    화가 나서 <쇼미더머니 4> 나가서 이야길 했어요. 3라운드였나? 그땐 다 같이 있잖아요. 심사위원이 전이랑 비슷했으니까 왜 나왔냐고 묻더라고요. "밖에서 사적으로 뵈었던 분도 있고, 필요하면 도움을 주실 줄 알았는데, 형님들이 욕심 있고, 재능 있는 동생들 끌어줄 줄 알았는데 먹고 살기 바쁘고 본인들도 개인 프로젝트나 회사 일에 정신이 없어 보여서, 총대를 내가 메려고 나왔다."고 말했죠. 솔직히 <쇼미더머니 4> 때는 오기가 있었어요. 오기로라도 다 X까고 제가 우승해야겠다고 이야길 했거든요. 제가 더 많이 알려지고, 동생들 더 도와주고 싶어서 나왔다고요. 그게 엄청 컸거든요. 근데 그게 다 통편집됐거든요. 1라운드만 나왔어요. 제가 탈락하고 나서 스포일러도 했고요. PD랑 사이가 되게 안 좋았어요. 막 "오왼 씨, 이건 왜 하고 나온 거예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런 걸 물어보는데, 그냥 제가 좋아서 입는 거라고. 왜 자꾸 물어보냐고 그랬었고, 스태프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요. 내가 해온 대로 할 건데요?" 계속 그랬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싫었을 거고, 통편집했겠죠. 스포일러한 게 가장 컸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나갔었어요. 그러니 다들 눈에 보이는대로, "넌 힙합이니 어쩌니 하더니 <쇼미더머니> 두 번이나 나갔냐."고 하는 거겠죠. 어쩌라고? 난 두 번이나 나가서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알게 된 건 이 판은 제가 우승하려면 처음 각본에 껴있어야 한단 거였죠. 어디 회사랑 손잡고 하는 얘기를 저는 다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얘길 듣고 나니깐 'X발, 내가 자위한 거네?' 싶었어요. 근데 이거 이 인터뷰에서 굳이 이렇게 설명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거예요. 걔네는 보고 싶은 거만 보이는 거니까요. 근데 알 사람들은 알아요. 그리고 저는 더 멀리 갈 거고, 더 멋있는 걸 하고, 더 멋있는 움직임을 보여줄 거니까. 앞으로의 행보가 보여줄 걸 알기 때문에 조용히 있으려고요. 욱하는 성질이 큰 저로서는 거슬리긴 하죠. 댓글 남기고 싶죠. 예전에는 장난스럽게 남겼었어요. 근데 참는 거예요. 맨날 오왼이 '무브더컬처, 무브더컬처'하는데 뭐했냐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모르면 좀 닥치고 있으라고. 그 힙합엘이 유저중에 팀버랜드인가 하는 새끼 있어요. 누군지 알죠? 걔가 맨날 오왼이 뭐했냐고 그래요. 제가 뭐 했는지 자기가 모르는 걸 왜 남들한테 뭐했냐고 계속 묻고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그 새끼 한 번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제가 뭘 했는지 하나씩 읊어주고 싶어요. 제가 화가 너무 넘쳐가지고. 어휴… 그거 일일히 말하면 에너지 소비가 너무 커요. 그래도 팔로알토(Paloalto) 형이랑 더콰이엇 형이 이후에 많이 도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LE: <쇼미더머니>랑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는 게 또 랩 레슨이잖아요. 인터뷰에서 F&C 아카데미(F&C Academy)를 다니신 적도 있다고 하셨고. 그 생각도 궁금해요. 한국에 힙합이란 게 정착이 잘 안된 탓인가 싶기도 하거든요.

     


    그때는 군대 가기 전에, 어릴 때였어요. 저는 딱히 악감정은 없어요. 근데 직접 다녀본 결과, 학원이 랩 레슨 한 번, 프로듀싱 한 번 해서 두 번 있거든요. 저는 일주일 내내 나갔어요. 개인 방에서 연습하고. 근데 거기에 박재선 선생님이라고, 프로듀서 선생님이 있어요. 그 선생님이 저보고 여기 있을 애가 아니라고 그랬거든요. 저도 두 달 정도 다녀보니 느낀 게, 배우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관뒀죠. 뭘 배울 수 있을까 하고 왔는데, 해보니까 '이런 걸 돈 내고 배운다고?'란 느낌이 들었죠. 처음엔 재밌었어요. 사람들 만나고, 래퍼들 실제로 만나니까요. 근데 래퍼들 보고 싶어서 등록한 애도 많잖아요. 하다 보니 아무것도 없고, 래퍼 타이틀로 돈 버는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근데 나쁘다곤 생각은 안 해요. 왜냐하면, 애들이 정말 몰라서, 정말 무지함 때문에 끄나풀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가서 배운다고 생각하거든요. 끄나풀이 있긴 있어요.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LE: 이번에는 오왼 씨의 랩에 담긴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여태까진 전혀 안 했죠. 이거는 사람들이, 팀버랜드가 '무브더컬처, 무브더컬처'라고 하면서 뭐 했는진 모르겠단 이야기는 뺨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억울한데, 메시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단 건 저도 동감해요. 제가 정리 하나도 안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만 뱉었었어요. 근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정규 1집 들으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제가 믹스테입으로 장난쳐왔다는 걸 알 거예요. 그건 확신해요. 그래서 메시지를 좀 더 내세울 수 있는 순간이 그때일 것 같아요. 저는 계속 이야기했거든요. 이제야 출발선에 서있다고. 근데 맨날 컨셔스 래퍼, 메시지 래퍼 계속 그래요. 저는 아직 믹스테입밖에 안 냈잖아요. 이제야 그나마 래퍼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LE: 비슷한 이야기를 한 래퍼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오왼 씨가 앞으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요?

     


    정규 1집 제목은 'Campfire'인데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있으면 대화를 나누잖아요. 캠프파이어에서 동그랗게 앉아 있으면, 그 불이 되게 노랗고 예쁘잖아요. 그 순간의 감정과 색, 모든 게 끈끈하고 아름답더라고요. 모두를 이어주고, 이야기하고, 열정도 담겨 있고, 모든 게 있길래 앨범 제목으로 정했어요. 여기서는 뻔한 거 얘기할 것 같아요. 사진첩에 비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SNS로 보는 게 아니라, 정말 인화되어서 액자에 쭉 모아놓는 그런 사진첩이요. 여자 이야기를 하는 곡도 있고요. 앨범의 주된 주제는 살아오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이에요. 제 이야기긴 하지만요. 다른 곡에서는 대단하진 않지만, 갑자기 생긴 유명세나 사람들의 태세 변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제 지갑은 비어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한국이 21세기에서 가장 미디어에 지배 당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담은 곡도 있어요. 그 외에 여러 곡이 있어요. 몇 곡이 될진 모르겠어요. 20곡이 될 수도 있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LE: 활동 예정을 물어보려 했는데, 다 말씀해주셨네요. 정리만 한 번 부탁드릴게요.

     


    6월 공연 때 리믹스테입을 같이 내고요. 정규 앨범은 솔직히 12곡 중에 추슬러서 내도 되는데, 나머지 멤버들 순서가 있어서요. 제가 마지막으로 밀려있거든요. 그게 9, 10월쯤이에요. 10월 13일이 제 생일이라 맞춰 내고 싶은데, 잘 될진 모르겠어요. 그 뒤에 조그만 EP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Campfire] 이후에 [Ashes]란 앨범을 낼 거예요. 캠프파이어 끝나면 재가 남듯이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Untitled Unmastered] 냈듯이, 제가 아예 안 하던 스타일의 곡을 모아둘 거예요. 되게 신기한 음악들인데, 그런 거로만 앨범을 갑자기 낼 거예요. 사람들이 놀랄 것 같기도 하고. 그거 낸 뒤 2집 앨범을 또 생각 중이에요. 제목은 이미 정해놨고, 구상 중이거든요. 제가 원하는 클라우디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갈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Feel Good'으로요. 거기까지만 생각해놨어요.

     

     


    LE: 되게 멀리까지 준비중이시네요.

     


    네. 저는 막 42집까지 내고 싶어요. 42 애들 대표해서 정규 42집까지.

     

     

     

     

    LE: 프린스(Prince)가 생각나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오왼 오바도즈에게 청사진이란?

     

     

    와… 이럴수가. 갑자기 쑥 들어오네요?

     

     

     


    LE: 네. 라디오스타처럼. (웃음)

     


    제가 되게 자주 쓰는 단어라서… 이렇게 들어올 줄은 몰랐네. 여태까지, 여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저를 만들어나간 단어이자 추상적인 그림이지 않나 싶어요. 그걸 딱 믹스테입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할까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앨범을 내고 하다가 망상에 빠져서 건물을 막 그리고, 5층짜리 건물에, 1층엔 카페 2층엔 집, 3층엔 스튜디오, 4층엔 식당, 5층엔 헬스장, 지하엔 클럽 만들어놓고… (다 그려놓고 보니까) '와, X되겠다.' 싶더라고요. 당시 그린 것 중 다 이뤄지진 않았지만 2개 정도는 된 것 같아요. 그 청사진 덕분에 온 거잖아요. 이루면 욕심이 더 생겨요. 약간 스테로이드처럼 역할처럼요.

     

     


    LE: 오왼 오바도즈에게 청사진이란 스테로이드다?

     


    제가 이름까지 오바도즈인데,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약간 약쟁이처럼 보일 것 같아서… 촉진제 정도로 해주세요. (웃음)

     

     

     

    LE: 인터뷰가 막바지인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으신가요?


    정말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저한테 똥 댓글 달고, 탁상공론할 거면 그러지 말고 저에게 DM을 하거나, 제가 SNS에 장소를 올릴테니까 와서 얼굴 보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제가 이야기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사람들이랑 친구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소통? 화? 오해 같은 게 있으면 좀 바로잡고 싶어요.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서요.

     

     

     


    LE: 인터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글|GDB, Loner

    사진|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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