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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굿 & 바이'
    글/일기장 2011. 2. 24. 02:17

    다음 날 아침은 일찍 부지런을 떨어야 했지만, 새벽 한 시 브라운관에서 펼쳐지기 시작한 이 영화를 본 시선은 두 시간 동안 잠들 수 없었다. 우연히 장의사가 된 첼로 연주자의 숭고하고 지적인 손 길, 포기했던 첼로 연주는 시신과의 교감에서 새롭게 피어난다. 예술은 역시 개인의 내면을 향한 울림으로 우선 가치를 지닌다. 그가 연주할 오케스트라는 없을지라도, 그에게 더 깊은 존재가치를 선사하는 낡고 키작은 첼로처럼. 주인공 배우가 시신의 굳어진 양 손을 조심히 들어 올려 깍지를 끼우고, 두 손으로 부드럽게 잡아 바깥에서 안쪽으로 두 번 회전시킨 다음 배 위쪽에 살포시 올려 놓는 장면에선 여러 번 눈물이 난다. 매혹적이고, 죽음에 이르러 드디어 안식에 도달한 인간의 나약함. 동양의 선이란 저런 것이지, 아마 다른 인종의 배우가 같은 식으로 연출을 했다 하더라도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6살 때 젊은 여자와 바람이나 자신과 어머니를 떠난 후 30년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는 아버지를 무덤덤하게 증오하지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자신의 손에 쥐어 주었던 큼직한 돌멩이를 쉽게 버리진 못한다. 마침내 시신으로 만난 아버지의 손에서 발견한 작은 돌멩이. 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시요, 용서를 가능하게 하는 불완전한 인간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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