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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1999
    글/시 또는 긁적 2010. 10. 24. 23:50



    감 기_

    아파오면 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붉게 상기된 얼굴
    그렁그렁한 두 눈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와 같다

    아이의 얼굴엔 욕심이 없다
    하느님을 미워하지도 않고
    나쁜 말을 하지도 않는다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는 내게 되묻고는
    얼굴을 돌려 묻어 버린다

    <1999>



    민들레_

    목이 아파 기침을 하면
    민들레 씨앗같은 그리움이 피어 나온다
    뿌리내릴 곳을 찾아 헤메이다가는
    다시 나의 머리위로 내려앉을 민들레 씨앗
    언젠가 그 씨앗을 흰 종이에 곱게 접어
    너에게 보내야지
    열어보아선 안될 판도라의 상자처럼

    <1998>



    내 나이 스물 하나_

    나에게도 책 한권에 며칠밤이 지나가는지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내 나이 스물 하나 _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추웠다
    그 새벽 옹졸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너의 꿈이 있었고
    울먹이는 어린애처럼 연약했지만 그 만큼 순수했던 나의 꿈이 있었다
    잠들기 전, 차가운 이불 속에서라도 따뜻한 사람들을 꿈꿔왔고
    너를 그리워했던 내 나이 스물 하나
    너는 아직도 그런 나를 기억하는지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은
    고요한 샘물같아 눈부시구나

    <1998>



    붉은 바람_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너의 붉은 옷자락 끝을 따라 거리를 내달린 적이 있었다.
    달려온 길을 붉게 물들이던 너의 옷자락.
    손끝에 스치는 설레임
    그 환각적인 증세는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너는 붉은 옷을 즐겨하는지
    지금도 그 거리위를 내달리면 바람이 분다
    온통
    붉게 물들이는 바람이 분다

    <1998>



    가로등_

    가로등이 흔들리고 불빛이 번진다.
    그 불빛에 몰려드는 이름모를 벌레들처럼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이 몰려드는 것일까

    격렬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지만
    결국엔 지쳐 가벼운 바람조차 견딜 수 없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벌레들 마냥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이 몰려드는 것일까
    그렇게 흩어지는 것일까

    <1998> 



    날 개_

    모르고 있었다
    나의 등뒤로 돋아나는
    날개가 있었다는 것을

    천사의 날개처럼 눈부시지는 않다

    하지만 그 누가 천사의 날개를 보았으며
    나의 날개 또한 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속 깃털 하나까지 견딜 수 없도록
    숨이 가파오는 하늘 가까이에서
    날갯 짓을 멈추지 않을 테니

    마침내,
    나의 두 날개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
    사랑하는 것들을 향해 날아 다가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 일까

    <1998>



    여름 후_

    여름이 끝나가는 건
    밤이 길어지는 것
    따뜻함이 더욱
    소중해 지는 것 

    <1998>



    피 로_

    나는 피곤하오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열정이기 때문이오

    죽음은 휴식이오
    죽음은 늘 내 숨에 맞붙어 동시에 숨쉬어 오오
    그리곤 지친 몸을 스며들 듯 보듬아 주며 속삭이는 것이오

    죽음은
    그 속삭임은 너무나 깊어
    나는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소

    그래서 나는 죽음이 두렵고
    한편으론 몹견디게 궁금한 것이오

    어쩔 수 없이
    그럴때면 나는
    죽음을 골똘히 생각하며
    빠르지 아니하게 연거푸_
    술을 마시다가는

    빈 술병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오면_
    나는 다시 열정으로 가득차는 게오

    결국
    그대로요

    나는 피곤하고
    몹시 살아있어 유쾌하오

    <1998>



    가 시_

    내 가슴
    자라온 가시

    조용히 뚫고나와
    피로써 나를 적시네

    입술이 새하얗게 떨려
    다신 네게
    입맞춤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온몸이 새하얗게 떨려
    다신 네게
    안길 수 없다 할지라도

    나는
    멈출 수 없네

    가시는
    그렇게

    나를 적시네 

    <1998>




    단 풍_

    겨울에 맞서
    꽃을 피워낼 수는 없을 지라도

    자신을 벗기어
    색 물결을 이루어 내는 잎들을 보라

    목놓아
    노래 부를 수 없을 지라도

    진실된 노래는
    쓰라린 상처를 치유하나니
     
    여기
    진실된 좌절은
    진정, 아름다운 희망이어라

    <1998>
     


    그리움_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진다 노래하지만 내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 있다
    비에 젖은 낙엽을 밟는 깊은 허무처럼 빠져드는 그리움이
    물 속에 번져가는 ink방울처럼 내 안에 번져가는 그리움이 있다
    나와 그리움이 하나되는 눈물 맺힌 설레임이 있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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