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과학

리듬 타면 난독증·발달장애 극복할 수 있다

seimo 2020. 10.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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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즐겁게 리듬 타면 난독증·발달장애 극복할 수 있다 - 청년의사

#. 미국의 촉망받는 여성정치인이었던 가브리엘 기퍼즈(Gabrielle Giffords)는 2011년 한 쇼핑몰에서 연설을 하던 중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총알이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왼쪽 뇌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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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리듬 타면 난독증·발달장애 극복할 수 있다

    • 이혜선 기자 / 2018.06.01 

해외선 뇌 훈련 및 어린이 발달장애에 청각훈련 활용…국내선 인식 미미·전문가도 부족

#. 미국의 촉망받는 여성정치인이었던 가브리엘 기퍼즈(Gabrielle Giffords)는 2011년 한 쇼핑몰에서 연설을 하던 중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총알이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왼쪽 뇌를 관통한 그녀는 목숨은 건졌지만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뿐만아니라 걷기, 쓰기능력도 상실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다양한 재활훈련과 피나는 노력 끝에 그녀는 해당 능력들을 회복하고 현재는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가브리엘 기퍼즈가 회복하는 과정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뇌를 다쳐 단어를 말하지 못했던 그녀가 노래는 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선 기퍼즈와 함께 또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재활치료사다. 이 영상은 음악치료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됐다.

2000년대 초부터 신경과학분야에서 음악이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알려지며 음악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선 음악을 이용해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됐고, 국내에서도 음악을 이용한 청각훈련을 도입 또는 시도하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130여명의 의사, 발달장애 아동치료전문가 등이 지난 27일 일요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음악과 학습의 뇌과학-임상의사와 신경과학자의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한 이유도 같은 이유다.

이 강연회는 국내 청각훈련 분야 최고 전문가인 스카이청소년과의원·SKY두뇌세움클리닉 박세근 원장이 음악을 이용한 청각훈련의 효과에 대한 실제 임상사례와 최신 연구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청각훈련으로 어떻게 난독증 아이들을 치료했는지 실제 사례를 발표했고, 신경과학연구를 하는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이경면 교수는 두뇌가 어떻게 청각정보를 인지하고 청각정보가 어떻게 두뇌를 발달시키는지에 대해, 오하이오주립대학 언어청각과학부(Speech and Hearing Science) 이윤상 교수는  음악과 언어능력이 어떻게 관련있는지를 밝혀낸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공유했다. 

특히 최근 음악치료에서 각광받고 있는 ‘리듬’이 어떻게 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는지가 핵심 내용이었다.  음악의 3요소(리듬, 멜로디, 하모니) 중 하나인 리듬은 규칙적으로 반복될 때의 소리 혹은 일정한 박자에서 길고 짧은 음표의 배열을 의미한다. 

청각훈련 볼모지 한국, 이젠 달라져야
박 원장은 국내에 청각훈련의 중요성이 대두되기도 전부터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10년 간 난독증 환자들에게 적용해왔다. 

실제로 실제로 박 원장이 치료한 아이들 중에는 전교 꼴찌에서 전교 1등이 된 사례도 있고, 현재 의대에 진학한 이도 있다. 

박 원장은 “2009년까지는 청각훈련의 효과에 의문이 있었지만 2012년부터는 청각훈련이 효과적이라는 게 밝혀졌다”며 “두뇌에서 소리정보처리능력이 발달과 학습 및 적응에 필수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청각정보 처리는 청각계에 영향을 주지만 자기조절, 정서, 기억, 언어, 인지적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음악과 언어는 유사성이 있다. 또한 이 둘을 처리하는 두뇌회로가 공통적이다. 두뇌에서 소리정보에 대한 정확한 인지능력이 발달돼야 언어에서 음운인식능력도 좋아진다”며 “리듬과 타이밍 훈련을 통해 뉴런의 기능을 향상시키면 소리의 정확한 인지를 돕고 음운인식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평생 청각훈련된 음악가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분야를 연구 중인 이경면 교수는 “소리정보처리는 ‘청각·시각·운동’의 연합훈련”이라고 했다.

음악훈련의 경우 청각, 시각, 운동영역이 연합한 훈련이기 때문에 뇌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하게 한다. 음악훈련이 난독증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도 눈으로 글자를 보고, 소리를 상상하고, 발음하는 근육의 움직임이라는 3요소를 동시에 훈련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음악을 통해 훈련된 소리처리경로가 언어를 처리할 때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리듬에 맞춰 소리로 정보를 전달하면 신경뉴런들의 처리효율성이 올라가며,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대뇌뿐만 아니라 중뇌반응도 달라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음악훈련, 파킨슨병 호전에도 도움"
이윤상 교수는 다트머스대학에서 뇌인지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노화 및 실어증 등 뇌손상, 파킨슨병 등 언어장애와 음악 간에 상관관계를 연구 중이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행동연구실험도 실시했는데, 문법적으로 차이를 준 그룹과 소리(리듬)에 차이를 준 그룹을 비교한 결과, 리듬의 차이를 잘 구분하는 아이들이 문법적 오류가 적었고 언어능력이 더 좋았다고 했다. 

리듬을 구분하는 능력과 언어이해능력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실어증 환자에게 노래를 부르며 손을 잡고 책상을 치도록 한 것만으로도 언어능력이 개선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술자리에서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현재 ‘Thera Beat’라는 이름의 리듬(드럼)을 이용한 재활훈련을 개발 중인데 실제 드럼을 치거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언어능력을 높이는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스카이소아청소년과 박세근 원장, 오하이오주립대학 이윤상 교수, 카이스트 이경면 교수

청각훈련에 대한 중요성, 놓치지 말아야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 즐겁게 할 수도, 슬프게 할 수도 있고, 차분하게 만들수도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해졌고, 이제는 난독증, ADHD, 발달장애, 뇌졸중 등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물론 아직 연구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훈련해야 하고, 유지기간이 어느정도 되는지까지 입증되진 않았다. 하지만 리듬을 이용한 청각훈련은 귀가 아닌 뇌를 훈련시킨다는 점은 여러 연구결과로 입증돼있다. 

때문에 미국의 경우, 미국작업치료학회에서 청각훈련교육을 보수교육과정으로 인정하는 등 청각훈련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 청각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진 게 겨우 3년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에는 약 15개 가량의 청각훈련 프로그램 제공업체가 있지만 국내에는 미국에서 공식수입한 TLP(The Listening Program®), In Time을 제공하는 의료기기전문업체 하스피 등 서너군데 업체만 청각훈련에 관심을 기울인다. 

의료계에서는 박 원장이 선두주자다. 지난 10여년 간 열심히 활동하고 청각훈련에 대해 알린 덕분에 최근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도 청각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청각훈련은 전문의와 발달장애치료사, 상담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SKY두뇌세움클리닉에서 작은 세미나를 열며 청각훈련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청각훈련을 위한 치료도구와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치료활동을 하는 곳도 소아청소년과가 주축이다. 그 외 정신건강의학과, 언어치료사 등이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lhs@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