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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
    글/기고문 2020. 9. 30. 23:05

    더불어숲어린이 ‘대중음악감상수업’을 마치며

     

     

    서로 다른 사연, 서로 다른 노래

     

     

     

    글. 박하재홍

     

     더불어숲 학생들이 각자의 글씨체로 종이에 또박또박 적어준 음악 목록을 다시 꺼내봅니다. ‘봄날’, ‘로스트데이즈’, ‘불타오르네 등 방탄소년단 노래가 제일 많네요. 믿기 힘들 정도로 미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뛰어난 점은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표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음악이나 사람이나 매력이 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보통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음악에 심취하는 시간이 불어나기 마련입니다. 1989, 열두 살의 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음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였습니다. 그때 제가 느꼈던 감동의 깊이가 더불어숲에서 수집한 음악 목록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죠. 강산에와 혁오밴드가 같이 부른 이구아나’, 클래식 음악을 탈출해 힙합에 매진한 창모의 마에스트로’, 까만 밤의 모닥불처럼 식어버린 시간을 위로하는 악동뮤지션의 오랜날 오랜밤 . 이 음악들의 무엇이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요? 초등학교 5학년이면 벌써 숱한 사연들이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있게 됩니다. 음악은 빽빽하게 눌러 붙은 그 감정들 사이로 순식간에 바람을 불어넣고 다채로운 색깔을 입히죠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열두 살의 푸념은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조차 자신의 삶을 색칠할 물감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유행이 아닌 예술로 이해하고, 더 좋은 음악을 발견하고 싶은 예술적 욕구가 그런 능력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주죠. 그래서 올해에도 더불어숲 학생들과 음악을 함께 감상하고 대화했습니다. 그 감상과 대화의 시간이 말라가는 저의 팔레트에 촉촉한 물감을 채워주었으니, 결국 학생보다 제가 얻은 게 많았지만요.

     

    201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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