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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MFBTY (타이거JK, 윤미래, 비지)
    힙합 아카이브/랩 창작가들 2013. 3. 5. 17:21

    F.OUND 매거진의 인터뷰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만 발췌했습니다.
    원문 http://foundmag.co.kr/62714

     

    2000년대 초는 한국 힙합의 부흥기였어요.  세 분 모두 활동하고 있었던 때인데, 그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JK ― 좋았어요. 재밌었고. 지금보다도 앞서 갔던 것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만나면 붙었어요. 배틀을 했죠. 만나면 자연스럽게 동그라미가 만들어지고,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싸우고. 거리에서도 했었어요. 할렘을 연상시키는 문화들이 있었죠. 그러다가 그 중에 한 명이 방송에 나가면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왜냐면 “우리가 하는 걸 하니까 도와줘야 돼”라는 이상한 끈끈함이 있었어요. 만나면 싸워놓고.  
    미래 ― 그때 저는 방송 활동을 할 때여서 한국 힙합 씬에 많이 있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오빠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에 힙합 씬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오빠를 통해서 이런 MC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이런 이런 클럽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갔다가 굉장히 놀랐어요. 이런 문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비지 ― 저는 그때 듣던 음악들이 지금도 제 음악 리스트에 있어요. 음악이 식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기도 하지만 그때의 기억들을 되돌려주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거기에 다 반응을 하고, 저 역시 지금보다 혈기왕성하고 와일드했었고. 그때를 생각하면 뭔가 뜨거워지고 좋아요. 
    JK ― 재미있었던 게 미국에서 힙합이 처음 시작됐을 때처럼 실험적인 시도들이 많았어요. 구식일 수도 있지만 랩 스타일도 특이하고, 주제도 특이하고. 그리고 그때도 “우리나라에는 힙합이 없다. 최악의 상태다. 침체기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힙합 씬 자체가 이상해진 건 사실인데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진짜 많이 진화했잖아요. 힙합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오고, 어른들도 힙합이 뭔지 아시고, 물론 얕게 아시는 거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욕을 먹거나 과일이 날아오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힙합 씬에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JK ― 욕 먹을 수도 있고 꼰대라고 할 수도 있는데, 힙합이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어요. 래퍼들이 나이를 먹고 있죠. 외국이랑 우리랑 나이든 래퍼들을 바라보는 게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선배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젊은 친구들이 그들을 리스펙트하고 ‘Hall of Fame’으로 생각해요. 자신들과 다르게 랩을 하고 그 랩이 조금 구식이라고 해서 “저게 뭐야?” 그러지 않는다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너 예전처럼 랩하지? 우리가 최고야”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나이 들었으니까 대우해달라는 거냐고 하죠. 물론 MC는 위아래가 아니라 음악으로 말하는 거지만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요.

    얼마 전 엠넷에서 타이거 JK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무대 위의 히어로 타이거 JK.ing>)가 방영됐어요. 세 분 다 보셨죠?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JK ― 새로웠죠.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구나. 저런 일도 있었구나. 철없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있었구나. 절 돌아볼 수 있었고 ‘내가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다큐였어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다구요?

    JK ― 착각했던 거 같아요. 다큐를 찍어주는구나. 사람들이 일주일이나 밤을 새면서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줄 줄 알았어요. 근데 안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화가 났다는 게 아니라 ‘아,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 물 갔거나 아직 유명하지 않구나. 내가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구나. 이럴 때가 아니고 음악으로 보여줘야겠다. 혼자서 부풀어진 생각들을 망치로 깨면서 쪽팔려. 열심히 해야지. 젊은 친구들이 더 잘할 수 있게 길을 닦을 수 있는 인물이 돼야겠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한 가지 진짜 좋았던 건 비지 어머님이 다큐를 보시고 우시면서 그러셨대요. “너 괜찮은 데 있는 거 같애. 앞으로는 걱정 안 할게.” 그 얘기를 들으면서 다큐멘터리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느꼈어요.

    미래씨는 오랜 시간 동안 제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이잖아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 ― 저는 아티스트로는 레전드라고 생각해요. 아까 얘기했던 공부나 실력 없이 그냥 운만 있었다면 지금까지 못 있었을 거예요. 히트곡 한두 개, 어쩌면 앨범 몇 장은 가질 수 있었겠지만 운으로 이렇게 오래 남을 수는 없거든요. 그것도 앨범 내자마자 바로 내고 바로 낸 것도 아니고 저처럼 쉬다가 나오는데. 너무 오랫동안 쉬면 잊혀지잖아요. 근데 오빠는 그렇지도 않고, 다른 음악 스타일을 시도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어하다가도 나중에 와서 ‘아, 이런 뜻으로 했구나’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냈던 앨범들이 다 타임리스라고 생각해요.
    JK ― 제가 그런 다큐에 찍힐 만한 인물인지는 모르겠는데 열심히 한 건 사실이에요. 절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싫어하는 부류가 있어요.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타협했다”예요. 근데 저는 쭉 힙합 음악을 해왔거든요. 공식대로, 쉬운 포맷대로 가도 되는데 한 번도 그 공식대로 간 적은 없었어요. 사람들이 ‘난 널 원해’의 포맷을 좋아하는구나. 그거 다시 해야지.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 것들을 동료들이 알아주지 않는 거 같아서 쪼잔하게 혼자서 섭섭해 했는데 다큐에서 제가 좋아하는 형, 동생들이 그렇다고 말해주니까 고맙더라구요. 제가 뭐라고 전인권 선배님부터 메타 형, 후배들까지, 인터뷰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미래 ― 오빠의 랩 스타일이 본인의 스타일이든 아니든 아티스트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만약 그렇게 안 했다면 지금 많은 분들이 랩을 못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아까 얘기했던 아이돌 그룹을 보면 꼭 한 명은 랩을 하잖아요. 미안한 얘기지만 어떻게 보면 JK 오빠 잘못일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에 힙합을 알린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책임져.
    JK ― 위험한 발언인데. (웃음)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다 미래 때문이에요. 미래가 만들어줬어요.
    미래 ― 제가 음악 작업을 할 때 같이 일하기 힘든 스타일 이거든요. 마음에 안 들면 못 해요. 오빠를 리스펙트 하고 오빠가 하는 작업들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무리 사랑해도 음악적으로 안 맞으면 전 못하거든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어요?

    미래 ― 제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사무실이 잘 되든, 앨범이 한 장만 나가든 신경 하나도 쓰지 않고 지금까지 저를 좋아해주신 분들을 위해서 음악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수로서 처음 계약할 때는 애기였기 때문에 음악만 생각했었어요. 나이를 먹으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잖아요. 집도 얻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제가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으니까 열심히 음악해서 돈 많이 번 다음에 빌딩을 사든, 아파트를 사든 하고 음악은 취미처럼 하고 싶어요.
    비지 ― 형수님 말에 동감해요. 온전히 음악에만 몰두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아요.
    JK ― 꿈이 작아졌어요. 꿈이 글로벌해진 게 아니라 로컬해졌어요. 재밌는 사람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재밌게 아기자기하게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MFBTY! 다른 꿈이라면 어떤 포맷이 됐든지 표현하고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게 책이 될 수도 있고,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연기가 될 수도 있는데 요새 영상에 깊이 빠져있어요. 쉬운 일은 절대 아니겠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희 집 바로 앞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어요. 그래서 항상 애들을 봐요. 그 아이들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영상과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영상과 음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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