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아카이브/랩
미국 래퍼들 사이의 디스는 랩 배틀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다 (글 강일권)
seimo
2024. 7. 7. 12:46
원문: https://www.facebook.com/share/p/MdqM5ynsTHCUrASy/?mibextid=WC7FNe
죄 없는 아이들까지 전쟁의 한복판에 끌어온 이번 켄드릭 라마 대 드레이크 디스전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 래퍼들 사이의 디스는 단순한 헐뜯기나 랩 배틀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다.
상대를 짓밟아버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디스 곡의 재료로 삼는 것이 그들이다. 그래서 역사에 남을 만큼 끝내주는 랩이 오고 간 디스전이라 해도 속을 까발려 보면 래퍼들의 잔인함에 씁쓸해지곤 한다.
투팍이 남긴 희대의 디스 명곡 "Hit'em Up"도 그렇다. 팍은 이 곡의 Outro에서 또 다른 동부 힙합의 상징적인 래퍼들인 맙 딥(Mobb Deep)을 디스하면서 이런 가사를 썼다.
‘너희 새끼들 중 하나가 겸상 적혈구 빈혈이지 않아? 허튼 짓 하면 발작이나 심장마비가 생길 거야 / Don't one of you niggas got sickle-cell or somethin'?, You're fuckin' with me, nigga, You fuck around and have a seizure or a heart attack’
이는 실제로 겸상 적혈구 빈혈을 앓았던 멤버 프로디지(Prodigy)를 지칭한다. 프로디지는 2017년 이 질환과 관련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학창 시절 "Hit'em Up"을 처음 들었을 땐 가사를 잘 알지 못해 마냥 좋아하며 들었지만, 추후 가사를 알고 나서부터는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프로디지 생각에 가슴이 아리다. 투팍은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래퍼 중 한 명이지만, 이건 정말 너무했다.
참고로 맙 딥은 투팍이 사망하기 직전에 발매한 "Drop a Gem on 'em"을 통해 반격했다. 그러나 투팍이 세상을 떠난 이후, 해당 곡은 라디오 방송국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투팍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맙 딥이 요청했기 때문이다.
202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