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10대 문화, 로큰롤 음악의 탄생 (글 최진근)
* 원문: http://fi.co.kr/mobile/view.asp?idx=50730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 속에서 미국에는 소련과의 핵전쟁이라는 위협이 존재했고, 마녀사냥식 매카시선풍으로 사회 분위기도 매우 경직됐다.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는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부모에게 자녀들이 반항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갈등과 반항으로 무언가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 백인 10대들, 흑인의 리듬엔블루스에 빠지다
백인 10대들은 점차 자기들의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기존질서와 권위에 비판적으로 되어가면서 젊은 세대들은 저항, 반항이라는 생각에 하나로 묶이게 된다. 그들은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부모들이 듣던 부드러운 멜로디 위주의 스탠다드 팝을 듣지 않고 그들만의 음악을 찾기 시작했고, 흑인동네에 찾아가서 흑인음악인 리듬앤블루스 레코드를 사서 들었다. 1950년대는 미국인에게는 풍요로운 황금시기였다.
그런데 이때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들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보수적인 백인 중산층 부모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흑인의 밑바닥 문화였는데, 10대들은 부모가 싫어하는 흑인들의 음악인 리듬앤블루스 음악을 자기들의 음악으로 선택했다. 기존의 블루스에 빠른 리듬과 격렬한 비트를 추가한 새로운 블루스가 리듬앤블루스다. 1940년대 후반에 흑인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하여 1950년대 전반에 높은 인기를 얻었고 레이 찰스, 샘 쿡, 드리프터즈 등 흑인스타들이 있었다.
당시 흑인 중에서도 엘리트들은 재즈를 했고, 하위층은 리듬앤블루스를 즐겼다. 리듬앤블루스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단순한 악기편성으로 연주도 3개 코드 정도로 재즈에 비해 단순했다. 그리고 가사도 저속하고 음란한 것까지도 다루었기 때문에 백인중산층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 음악을 듣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 무렵에 일부 백인가수들은 흑인의 인기있는 리듬앤블루스 곡을 백인 취향으로 소화해 리메이크하여 히트를 치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흑인들의 리듬앤블루스(Rhythm & Blues, R&B)에 백인들의 컨트리 음악이 섞이면서 태어난 새로운 음악이 바로 로큰롤이다.
◇ 엘비스 프레슬리, 로큰롤 시대 열다
1955년 백인인 빌 헤일리가 만든 로큰롤인 'Rock around the Clock'이 대히트를 치고 10대들은 손뼉을 치며 춤을 추게 만들어주는 이 리듬에 푹 빠져들었다. 전기기타와 드럼으로 연주되는 이 노래는 로큰롤 시대를 열었으며 1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8주간 빌보드차트 1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빌 헤일리는 이미 40대여서 10대들의 우상이 될 수가 없었다.
한편 미국 남부의 작은도시 멤피스에서 선레코드라는 조그만 레코드회사의 사장인 샘 필립스는 로큰롤의 본질인 블루스 창법으로 로큰롤을 백인이 부른다면 완전 대박일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인 중에는 흑인들같이 블루스나 가스펠창법으로 부를 수 있는 가수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의 회사에 트럭운전수인 19살 백인청년이 어머니 생일선물로 줄 노래를 녹음하러 왔다.
그 청년이 녹음한 곡을 들은 샘 필립스는 그 청년이 바로 그가 애타게 찾던 백인가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청년은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를 뿐 아니라 흑인의 노래창법까지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그가 바로 로큰롤의 황제라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엘비스는 백인중에서도 하층에 속했기 때문에 그의 집은 흑인거주지와 가깝게 살았다.
그래서 그는 흑인들과 자주 어울려 노래도 하고 춤도 같이 추면서 놀기도하고 주일에는 흑인교회에 가서 가스펠 합창단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보니 엘비스는 흑인의 블루스창법이나 가스펠창법이 몸에 배여있었던 것이다. 엘비스는 선레코드에서 1954년 'That's all right, Mama'를 발표하여 멤피스에서 큰 인기를 모은다.
그러다가 RCA레코드에서 21살에 1956년 1월 발표한 'Heartbreak Hotel'이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하며 히트를 치면서 로큰롤을 대대적으로 유행시켰다. 흑인의 목소리와 감성을 지닌 가난한 남부의 시골청년 엘비스 프레슬리는 흑인들과 어울리면서 얻어진 육감적인 목소리와 관능적인 허리율동으로 기성세대의 지탄과 젊은이들의 열광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등장하기 전에는 전기기타와 드럼으로 연주되는 로큰롤은 보편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Heartbreak Hotel'이란 곡으로 로큰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최진근 큐리언스 대표
jinkeun.choi@curi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