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아카이브/한국힙합 랩

힙합과 중2병의 관계 (글 김봉현)

seimo 2020. 2. 12. 20:18

원문보기: http://bitly.kr/s4kfL0ib

 

[다모임 특집] 왜 중학생일까? 힙합과 중2병의 관계

다모임은 총 4곡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중2병’은 전통적인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환영받을 만한 곡이다. 물론 이 노래를 가리켜 90년대 뉴욕에서 튀어나왔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

maedi.kr

2020.2.10

 

다모임은 총 4곡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2은 전통적인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환영받을 만한 곡이다. 물론 이 노래를 가리켜 90년대 뉴욕에서 튀어나왔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요즘힙합을 탐탁치 않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을만한 곡임은 확실하다.

 

재미있는 건 이 노래가 아마두의 대척점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다모임 멤버들이 아마두를 부르고 싶었던 건 맞지만 동시에 그들은 아마두의 천사 이미지로만 비치길 원하지 않았다. 착한 면도 있지만 착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발표한 곡이 2이다. 다모임이 나에게 직접 해준 말이다.

 

아마두가 아마두 팝에 가까운 노래라면 앞서 말했듯 2은 전통적인 힙합과 닮은 노래다. 그렇다면 왜 하필 중2병일까. 2병과 힙합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일단 이 노래를 들어보면 익숙한 구절이 곳곳에서 귀에 들어온다. 언타이틀의 돕자’, 김진표의 진표생각 1’, 그리고 와이지패밀리(YG Family) 우리는 YG Family' 등이 노래에 인용되었다. 다모임 멤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듣던 노래들을 다시 소환한 것이다. 미안. 인용된 건 맞지만 장난 반으로 한 말이다.

 

나에게 중2병과 힙합은 서로 많이 닮아 있다. 힙합의 고유한 태도와 화법은 태생적으로 10대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고등래퍼>의 출연자 90%는 사실 고2, 아니 중2병에 걸려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이뤄낸 것도 없으면서 이미 이뤄낸 것처럼 굴고, 매사를 예언자처럼 호언장담했다. 랩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자기보다 뾰족하지 않은 어른은 모두 비겁하고 변질됐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감도 늘 500% 모드였다. 윤병호의 말이 생각난다. “제 음악 들어보신 분들 다 알 거예요. 제가 한국에서 랩 제일 잘합니다.”

 

10대를 벗어난 후에도 래퍼들은 사실 중2병에 계속 걸려 있다. 자신감 가득하고, 자기를 가장 사랑하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말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같은 걸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하고, 염따는 입고 싶은 거 있으면 남들 눈에 좀 과해도 다 입고 다니고.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모습에 반해 힙합에 매료되고 누군가는 허세나 철없는 짓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철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실은 철든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는 걸.

 

도끼가 언젠가 나에게 동심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다. 동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자기는 늘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도끼가 말하는 동심은 다모임이 말하는 중2병과 통하는 것 같다.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믿으며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몰입해야 비로소 현실 안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리고 다모임 멤버들은 한국에서 힙합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고 말하던 시절부터 시작해 결국은 성공을 이뤄낸 이들이다. 36살들이 외치는 중2병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다.

 

Written by 김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