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와 언더그라운드
<랩으로 인문학하기> 본문 중에서
인디와 언더그라운드
글 박하재홍
인디(indie) 는 ‘독립적인’을 뜻하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의 줄임말로 방송 중심의 대형 음악 시장에서의 ‘독립’을 의미한다.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을 최우선 목적으로 두는 음악은 짧은 기간 안에 큰 이익을 내야하므로 유행에 민감하고 획일화되기 쉽다. 인디 음악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 흥행은 그 다음 목적이다. ‘인디밴드’와 ‘인디 음악가’,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돕고 이익을 나누는 ‘라이브 클럽’과 ‘인디 기획사’ 모두 인디의 테두리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인디밴드와 인디 음악가는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인디 기획사를 통해 음반을 제작한다. (인디 기획사를 겸하는 라이브 클럽도 있다.) 집에서 홀로 음원이나 음반을 제작해 개인적으로 유포하는 방식 또한 인디의 영역이다.
누가 인디인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방송과 상관없이 음악활동을 즐기며 지속적으로 팬들을 양산해내는 인물이라면 일단 인디답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표적인 인디밴드다. 인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을 뿐이지, 방송 출연에 연연하지 않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초기 활동을 지원한 곳은 인디 기획사 ‘붕가붕가 레코드’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표어는 ‘지속 가능한 딴따라 질’. 딱 인디답다. 방송섭외가 끊기더라도 지금처럼 인디에서 활동하면 된다. 대중에게 잊혀진 것 같다며 방송계 주변을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창작의 원동력을 흥행에서 찾으려는 순간, 인디에서 이탈한다.
우리나라에서 인디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정착된 다음에 나왔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사람들이 합심하여 음반을 제작하고 스스로 판매 유통망과 소규모 홍보 매체를 구축하면서, ‘인디’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된 것. 여전히, 인디는 음악 중심의 개념이다. 독립 영화가 ‘인디 영화’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 외에 아직 뚜렷한 확대 징조는 없다. 반면 언더그라운드의 개념은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험적인 미술, 만화, 영화, 무용 등 비주류 성향의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용어로 쓰인다. 즉 언더그라운드는 확실한 ‘비주류 성향과 태도’를 의미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누군가 ‘나는 언더그라운드야.’라고 말한다면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와도 출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음악 부분에 있어서만은 언더그라운드의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언더그라운드라 불리던 대부분의 클럽들이 인디 클럽으로 시대적 전환을 했고, 언더그라운드의 무거운 느낌은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인디는 발음도 경쾌하고 언더그라운드의 개념을 상당 부분 포괄한다. 또, 지하가 아닌 지상에 문을 여는 클럽도 많이 생겼다. 1층이나 2층에 자리한 클럽 이름 앞에 언더그라운드를 붙이는 건 심히 어색하다. 그렇다면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인디 음악의 옛말로 시대를 마감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지하의 라이브 클럽’과 그 안에서의 음악 공동체를 중시 여기는 사람이라면, 아직 언더그라운드에 애착을 가진다.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인디에 비해, 언더그라운드는 문자 그대로 ‘지하 클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공동체적 온기가 느껴진다.
여기에서 혼선이 생긴다. 힙합에서 말하는 언더그라운드는 무엇인가? 비주류 성향과 태도는 아니다. 최소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선 인디 이상의 비주류 성향을 발견할 수 없다. 언더그라운드라 불리는 래퍼들의 많은 수가 보다 화려한 무대, 직업적인 성공을 꿈꾸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힙합 라이브 클럽이 사라져 더욱 그렇다. 그 자리에 힙합음악을 즐겨 트는 사교적인 ‘파티클럽’만 잔뜩 늘어났다. 이 둘을 같은 ‘힙합클럽’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즉 지금 상황에선 언더그라운드가 라이브 클럽을 내포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성격상 인디다. 방송 중심의 대형 음악시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창작물을 내놓는 힙합 음악계. 이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2012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