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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긁적'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11/10 클럽 블루힐 (2)
  2. 2011/07/09 자.유.
  3. 2011/07/09 곶자왈작은학교 (4)
  4. 2011/07/09 구럼비
  5. 2010/10/24 1997-1999

클럽 블루힐

글/긁적 2011/11/10 15:23
























블루힐에 걸친
32인치의 낡은 블루진.

누구하나 내 이름을 부르지
않더라도, 바지춤 추스리며
나만의 랩을 부르지.

독백처럼 쓰고 고백처럼 달콤한
고백처럼 떫고 독백처럼 달콤한.

뒤꿈치가 닳아버린 블루진
거리 아래, 아래
블루힐.

너는 붉게 푸르르
하얀 꽃을 피워
층층히 발효해 보물이 된다.


2011년 9월 30일,
클럽 블루힐 '힙합데이' 에서
Posted by seimo

자.유.

글/긁적 2011/07/09 17:18


자신있게 말해봐, 유창하지 않아도
자부심과는 달라, 유난 떠는 건 아니고.
자동차로 유세떠는 자들과는 유별나.
자비로운 유쾌함, 자애로운 유연함
자석같이 확실한, 유성처럼 아련한
자신과의 싸움 만이 유일하다, 내 투쟁.

자신있게 말해봐, 유창하지 않아도
자신있게 춤춰봐, 유려하진 않지만
자신있게 얘기해, 유망하지 않아도
자신있게 노래해, 자유만이 내 이유.


2011년 7월 8일,
게스트하우스 '자유' 에서.

(사진 출처 http://cafe.naver.com/jejufreedom)
Posted by seimo


곶자왈. 
나의 키와 마음은 곧 자라,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 악몽도 이젠 
곱게 자라.

이곳은 내 친정집, 
모나지 않은 조약돌의 도리가
가시 돋힌 모서리를 도리어 무디게 만드는 
친히 정든 집.

목청 껏 부르지 않아도 신난다.
누구와 시합하지 않아도 신은 안다.

값 없이 주어진 비타민, 산소를 마시며
빛 아닌, 삶은 없다고 말해 주었던 넌

공자왈도 아닌 맹자왈도 아닌
곶자왈작은학교.


2011년 7월 8일,
곶자왈작은학교 개교 5주년 행사에서
회원들의 축하글을 각색
Posted by seimo

구럼비

글/긁적 2011/07/09 16:40


헤아릴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들이다.
흔적들이 단단히 쌓인 보드라운 굳은 살이다.
바다에 씻겨가는 얼굴 위로,
집을 찾아 모여든 얼굴을 봐.
잠들지 못했던 짙은 밤,
진짜 태양은 뜨지 않았어 지켜봐.
구름이 비가 되어 사라진 후에야
견디지 못할 건 뒤늦은 후회야.
묵직한 침묵과 묵묵한 숨으로
밟아선 발바닥을 감싸안는 너.


2011년 5월 28일,
강정마을 '제주평화를 위한 문화난장' 에서
Posted by seimo

1997-1999

글/긁적 2010/10/24 14:50



감 기_

아파오면 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붉게 상기된 얼굴
그렁그렁한 두 눈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와 같다

아이의 얼굴엔 욕심이 없다
하느님을 미워하지도 않고
나쁜 말을 하지도 않는다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는 내게 되묻고는
얼굴을 돌려 묻어 버린다

<1999>



민들레_

목이 아파 기침을 하면
민들레 씨앗같은 그리움이 피어 나온다
뿌리내릴 곳을 찾아 헤메이다가는
다시 나의 머리위로 내려앉을 민들레 씨앗
언젠가 그 씨앗을 흰 종이에 곱게 접어
너에게 보내야지
열어보아선 안될 판도라의 상자처럼

<1998>



내 나이 스물 하나_

나에게도 책 한권에 며칠밤이 지나가는지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내 나이 스물 하나 _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추웠다
그 새벽 옹졸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너의 꿈이 있었고
울먹이는 어린애처럼 연약했지만 그 만큼 순수했던 나의 꿈이 있었다
잠들기 전, 차가운 이불 속에서라도 따뜻한 사람들을 꿈꿔왔고
너를 그리워했던 내 나이 스물 하나
너는 아직도 그런 나를 기억하는지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은
고요한 샘물같아 눈부시구나

<1998>



붉은 바람_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너의 붉은 옷자락 끝을 따라 거리를 내달린 적이 있었다.
달려온 길을 붉게 물들이던 너의 옷자락.
손끝에 스치는 설레임
그 환각적인 증세는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너는 붉은 옷을 즐겨하는지
지금도 그 거리위를 내달리면 바람이 분다
온통
붉게 물들이는 바람이 분다

<1998>



가로등_

가로등이 흔들리고 불빛이 번진다.
그 불빛에 몰려드는 이름모를 벌레들처럼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이 몰려드는 것일까

격렬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지만
결국엔 지쳐 가벼운 바람조차 견딜 수 없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벌레들 마냥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이 몰려드는 것일까
그렇게 흩어지는 것일까

<1998> 



날 개_

모르고 있었다
나의 등뒤로 돋아나는
날개가 있었다는 것을

천사의 날개처럼 눈부시지는 않다

하지만 그 누가 천사의 날개를 보았으며
나의 날개 또한 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속 깃털 하나까지 견딜 수 없도록
숨이 가파오는 하늘 가까이에서
날갯 짓을 멈추지 않을 테니

마침내,
나의 두 날개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
사랑하는 것들을 향해 날아 다가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 일까

<1998>



여름 후_

여름이 끝나가는 건
밤이 길어지는 것
따뜻함이 더욱
소중해 지는 것 

<1998>



피 로_

나는 피곤하오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열정이기 때문이오

죽음은 휴식이오
죽음은 늘 내 숨에 맞붙어 동시에 숨쉬어 오오
그리곤 지친 몸을 스며들 듯 보듬아 주며 속삭이는 것이오

죽음은
그 속삭임은 너무나 깊어
나는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소

그래서 나는 죽음이 두렵고
한편으론 몹견디게 궁금한 것이오

어쩔 수 없이
그럴때면 나는
죽음을 골똘히 생각하며
빠르지 아니하게 연거푸_
술을 마시다가는

빈 술병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오면_
나는 다시 열정으로 가득차는 게오

결국
그대로요

나는 피곤하고
몹시 살아있어 유쾌하오

<1998>



가 시_

내 가슴
자라온 가시

조용히 뚫고나와
피로써 나를 적시네

입술이 새하얗게 떨려
다신 네게
입맞춤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온몸이 새하얗게 떨려
다신 네게
안길 수 없다 할지라도

나는
멈출 수 없네

가시는
그렇게

나를 적시네 

<1998>




단 풍_

겨울에 맞서
꽃을 피워낼 수는 없을 지라도

자신을 벗기어
색 물결을 이루어 내는 잎들을 보라

목놓아
노래 부를 수 없을 지라도

진실된 노래는
쓰라린 상처를 치유하나니
 
여기
진실된 좌절은
진정, 아름다운 희망이어라

<1998>
 


그리움_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혀진다 노래하지만 내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 있다
비에 젖은 낙엽을 밟는 깊은 허무처럼 빠져드는 그리움이
물 속에 번져가는 ink방울처럼 내 안에 번져가는 그리움이 있다
나와 그리움이 하나되는 눈물 맺힌 설레임이 있다

<1997>

Posted by sei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