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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중앙 '동물복지' 인터뷰
    공지/인터뷰 2017. 10. 2. 15:18

    원문: http://news.joins.com/article/21903285



    [소년중앙] 인증 마크 확인으로 동물복지 실천 시작


    2017.09.04 


    유럽에서는 돼지를 기를 때 돼지에게 장난감을 주지 않으면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능이 높고 활달한 성격을 가진 돼지에게 지루함은 큰 고통이 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사람의 통제 아래 살아가는 동물이 최대한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규칙과 제도를 정하는 것을 동물복지라고 합니다. 동물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죠. 소중 학생기자들이 동물복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슬로비)의 저자 박하재홍 작가를 만났습니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이연후(서울 선일초 5)·이지원(서울 서래초 4)·차연수(서울 도성초 6)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 스튜디오)


     

    사람과 동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왼쪽부터) 이연후·차연수·이지원 소중 학생기자가 박하재홍(오른쪽에서 두 번째) 작가를 만나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은 어떤가요.


    “동물복지라는 개념은 유럽에서 건너왔어요. 산업화와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동물 학대의 역사도 시작됐는데, 우리나라보다 앞서 산업화가 진행된 유럽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도 먼저 생겨난 거죠.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와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의견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법이 더욱 세분화·전문화돼서 동물복지법이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을 더욱 세심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말이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처럼요.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도 동물복지에 앞장서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복지 개선이 가장 시급한 동물은 무엇인가요.


    “동물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실험동물이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죠. 실험에 쓰이는 동물의 수도 많은 데다,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는 고등 동물도 실험에 이용되고 있거든요. 농장 동물 중에서는 반달곰의 상황이 매우 처참합니다. 현재 600여 마리가 남아 있어 그 수는 많지 않지만 30년 가까이 대를 이어가며 철창에 갇혀 있어요.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반달곰을 축산동물로 수입했는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 동물로 지정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가둬두고 있는 상태에요. 또, 가장 보편적인 고기로 소비되는 돼지의 사육 환경도 문제죠. 돼지의 덩치가 크다보니 시설 개선비용이 많이 들어요. 반면 당장 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동물은 ‘산란계’에요. 닭들을 좁은 철장에 가두지 않고 풀어서 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육환경을 바꿀 수 있어서죠.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앞으로는 닭을 너무 좁은 철창에 가둬 기르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저희 같은 학생들이 동물복지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 약간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을 사 먹는 거예요. 육류는 구입할 때 사육 환경까지 일일이 따지기 어렵지만 계란은 인증 마크를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두면 좋겠죠. 친환경 인증과는 다르답니다. 또 물개쇼·코끼리쇼 같은 동물쇼는 관람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의도치 않게 관람하게 된다면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살펴봐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동물보호 단체나 활동가들을 위해 후원할 수도 있죠. 학교에서 토끼나 물고기 같은 동물을 기른다면,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료라고 생각해주세요. 토끼가 땡볕에 있는 건 아닐까, 철창이 너무 좁은 건 아닐까 걱정해주는 마음을 갖는 거죠. 친구들이 동물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내주고요. 사실 동물복지에 대해 아무리 많이 배워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동물에 대한 이야기나 뉴스 등을 관심 갖고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동물복지가 옳다는 건 알지만, 일반 계란보다 가격이 높은 동물복지 계란을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동물 사육 환경을 개선하려면 비용이 들어가고 그래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좁은 철창에 동물을 가둬 기르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처럼 집단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이 필요해요. 이러한 예산을 동물복지 농장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한다면 축산물 가격이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는 않을 거예요. 동물을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기르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도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살충제 계란’ 파동을 통해 배웠잖아요. 고기나 계란을 무조건 싼 가격에 많이 먹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적정 가격에 적당한 양만큼 먹는다면 동물 사육 환경도 나아질 수 있다고 봐요. 동물복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결국은 축산업계도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 같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동물복지 관련 직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동물행동 전문가나 동물 치료사·동물보호 활동가·동물 변호사·동물학자·수의사 등이 있죠. 하지만 꼭 동물학자나 수의사가 돼야만 동물복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패션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인조모피나 인조가죽 등의 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 식품 분야에서 육류를 대체할 식물성 고기 등 미래식품을 연구할 수도 있어요. 또 동물행동학이나 생물학을 공부한 뒤 이를 응용해서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어요. 자격증이나 전공보다는 실제로 동물을 대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기를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잘 키워달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예뻐서 데려왔다가 점차 무관심해지고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가족들이 다 같이 상의해서 반려동물과 많이 놀아주고 보살펴주도록 노력해야 해요. 당번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동물은 사람보다 금방 늙고 죽게 된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내가 동물에게 해주는 것이 이 동물에게는 삶의 전부에요.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면 내가 정말 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보길 바라요. 학년이 올라가면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고 학원도 다녀야 해서 바빠질 수 있으니까요. 만약 동물을 집에서 기르는 것이 자신 없다면 동물보호소 같은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보세요. 동물을 보살펴주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마트 등에서 사지 말고 꼭 입양을 하면 좋겠습니다.”

     



    ▶래퍼이기도 한 박하재홍 작가가 쓴 랩 가사


    "의심 없이 받아들였어 모든 동물실험은 필요악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불필요한

    고통과 실험만은 우선 사라지게 해야 해, 이제 그만."

     


    ▶박하재홍 작가는…


    ‘동물에게 친절한 인류를 꿈꾸는 래퍼’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스물네 살 때 채식를 시도하며 관련 책을 읽게 되면서 공장식 축산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 동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물보호 모임과 환경단체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했다.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했고, ‘침팬지의 어머니’로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이끄는 전 세계 환경 모임 ‘뿌리와새싹’ 한국 지부 설립을 도왔다. 지은 책으로는 『랩으로 인문학 하기』와 『10대처럼 들어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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