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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MC메타 "두려웠다면 시국 선언 안 했다"
    힙합 아카이브/랩 창작가들 2016. 11. 30. 21:54
    MC메타 "두려웠다면 시국 선언 안 했다"
    [인터뷰] 대한민국 힙합 1세대가 말하는 시국과 힙합신
    • 최유리 기자 (cker333@newsnjoy.or.kr)
    • 2016.11.25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 힙합 1세대 '가리온' 리더이자 힙합계 큰형님 'MC메타'. 그는 11월 19일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 촛불 집회에 나와 무대에 올랐다. 시국을 비판하는 곡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를 부르고 "박근혜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촛불 집회 무대에 오르기 전 주에도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음악인 2,000여 명이 함께한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 아침 광장에 나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며 소신 있게 의견을 밝혔다.


    '큰형님'은 왜 광장으로 나오게 됐을까. 11월 23일 홍대 모처에서 MC메타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즉흥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차분히 듣고 조곤조곤 대답했다. 시국과 함께 자본주의에 물든 힙합신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답변에 인터뷰어도 무릎을 쳤다.


    인터뷰는 빅퍼즐아카데미 남오성 대표와 함께 진행했다. MC메타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MC메타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가사에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11월 17일 '영순위'와 '불한당가' 비트를 섞어서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예전부터 가사에 자본주의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왔다. 대신 이번 노래처럼 직접적으로 인물을 타깃하는 곡은 없었다. 항상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 시국을 보면서 이전과 달리 뚜렷한 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노래를 믹스한 이유는 영순위와 불한당가에 담긴 메시지가 지금 상황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영순위에는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힙합신이나 한국 사회 전체가 돈과 권력만을 쫓는 현실을 비판했다. 기존 플로우나 라임은 유지하고 내용만 현 상황에 맞춰 개사했다.


    - 가사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곡 앞부분에는 이 사태의 원인이 최순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새누리당도 공범이지 않은가. 이 일은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라 뿌리 깊게 박힌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왔다. 돈과 권력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과 친일파로부터 계속 이어져 온 일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뒷부분에 나오는 불한당가에서는 직접적으로 이 메시지를 거론했다. 친일파와 독재자가 정권을 잡았고, 어떤 종교인지도 모를 이상한 사이비가 판치는 정국이 됐다는 점을 말했다.


    - 최근 몇몇 래퍼가 시국 선언을 하니, 사람들이 다른 래퍼들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든 래퍼가 사회 비판적인 랩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럴 필요는 없다. 래퍼라고 해서 무조건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도 조금은 위험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기대하는지는 생각해 볼 만하다. 랩이라는 장르 자체가 다른 음악 분야보다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 폭이 넓다. 또 랩을 뱉는 방식이 공격적이다 보니 웅변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래퍼들이 이슈에 대해 소리를 내면 다른 장르에 비해 효과가 크다. 대중에게 그런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또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래퍼를 보면 스웨그가 넘친다. TV에 나와 강한 모습을 어필하거나 배틀을 통해 자기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는 떳떳한데 상대는 구린내가 난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약점을 공격한다. 이런 래퍼를 본 대중은 그들이 떳떳하고 두려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떳떳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시국에 소리를 내 주기를 바랄 수 있을 거 같다.


    -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랩도 했다.


    2015년 뉴스타파에서 진행한 '설파'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뉴스를 뮤직비디오 형태로 재구성하는 거다. 쇼미더머니가 갖고 있는 자극적인 요소, 대중이 힙합에 대해서 오해할 수 있는 지점들과 세월호 이야기를 했다. 퀄리티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작업 기간도 짧았고, 뉴스타파가 다뤄야 하는 내용이 있으니까 내 생각을 100% 담기가 어려웠다.



    힙합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MC메타. 말에 신에 대한 애정과 연륜이 묻어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때마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


    그렇지는 않다. 이번 곡을 쓰면서 내가 잘못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쓸 일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는 곳에 많이 찾아갔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MBC 사태, 일본 지진으로 조선학교가 무너졌을 때에도 현장에서 공연했다. 애당초 두려움이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


    -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혹시 대학 시절 운동권이었나.


    운동권은 아니었는데 데모는 했다. 고등학교 때는 데모가 싫었다. 학교가 대구 중심가에 있었다. 당시에는 데모할 때 최루탄을 쐈다. 가스가 바람을 타고 교실까지 들어왔다. 눈물, 콧물을 쏟으니 대학생들을 싫어했다.


    대학교 1학년 말까지만 해도 집회를 피해 다녔다. 그러다 학교에서 문제가 터졌다. 학생들이 낸 돈으로 비리를 저지른다는 말이 나왔다. 한 학생이 "등록금은 해마다 인상하는데 약속은 지키지 않고, 이게 부모님 등골 빼먹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울컥했다. 거기서 분노했다. 그때부터 시위에 참여했다. 화염병을 받았는데 던지는 법을 모르니까 내 몸에 불이 붙기도 했고, 그런 에피소드가 많다.


    - 유독 MC메타, 가리온의 음악은 비판적이다.


    맞다. 가리온 음악은 비판적인 곡이 다수다. 맨 처음 낸 곡이 '거짓'이란 노래다. 나찰이 랩하는 부분에 "하늘에 비행기가 떠다닌다고 하면 믿겠어? 바다에 통통배가 떠다닌다고 하면 믿겠어? 대통령이 깨끗하면 믿겠어!"라는 가사가 있다. 세상이 거짓됐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음원 없이 라이브에서만 하는 곡들도 다 비판적이다. '너무 사랑해'라는 곡은 원래 돈을 너무 사랑하는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를 꼬집었다.


    불합리함을 느꼈던 거 같다. 음악신에서 힙합은 음악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엄청 유행하고 있는 장르라고 말해도 통하지 않았다. 다른 분야처럼 악보로 담기지 않는다는 것을 조롱했다. 비트도 없는데 랩해 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례한 거 아닌가. 랩을 음악이 아닌 말 빨리하는 기예나 차력쯤으로 본 거다.


    언더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도 한몫했다. 사람들은 언더 음악을 메인 필드로 가기 위해 머무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다.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주변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는 걸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그게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든 것 같다.



    MC메타 곡에서는 종종 성경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시국 선언으로 부른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에도 "회칠한 무덤에 묻힌 자"라는 가사가 있다. 사진 제공 한량사

    - 현재 힙합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힙합을 주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졌는데.


    문화로 성장하지 못한 거 같다. 물론 '쇼미더머니'로 힙합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공연 나가 보면 나이 어린 여성분이 많다. 가리온이 결성된 해인 98년생들도 있다. 음악계에서 여성이 많은 곳은 현재 히트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힙합 시장도 파이가 커졌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현상이 탐탁지는 않다. 성장이 없다. 판은 커진 것 같지만 정작 래퍼들이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없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이 만든 일부 스타들을 좇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 공연장이나 클럽을 대관해 기획 공연을 하지만 '힙합 전용 클럽'은 하나도 없다. 랩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으니 래퍼들이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성장하기 어려워졌다. 공연을 하더라도 이슈가 되는 래퍼가 한둘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 힙합이 늘 10대에만 머물러 있다. 20대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20대지만, 30대 때는 30대 힙합을, 40대 때는 40대 힙합을 하겠다고. 그런데 여전히 40대로서 10대 앞에서 랩한다. 우리 꿈은 고희 힙합이다. 70대에 랩을 하면, 비슷한 연배의 관객이 와서 그루브 타는 걸 보고 싶다.


    - 기독교적인 가사도 종종 보인다. ('퇴진의 영순위와 도둑놈패'에는 "죄가 있냐고 묻지만, 이미 회칠한 무덤에 묻힌 자"라는 가사가 있다. - 기자 주)


    기독교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잘 알지 못한다.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셨고, 어릴 때 나도 다녀 본 적이 있다. 지금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성경은 많이 읽었다.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신의 존재를 떠올린다. 가사에서 "신은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때로 기대거나 힘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릴 때 영향이 있는 거 같다. 믿음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고, 신에 대한 인식은 있는 거 같다. 믿음이든 인식이든 아니면 그냥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든, 그런 생각이 소중한 것이라 느낀다. 교회 안에서 이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게 생기면 좋겠다. 갈수록 누군가를 믿고 싶어지는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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