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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사냐 멜로디냐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대중음악아카이브/음악지식 2015. 5. 8. 11:20

    원문: http://plug.hani.co.kr/appsong/2127683


    <가사냐 멜로디냐> 2015.03.04


    만약 음악의 신이 꿈속에 홀연히 나타나 멜로디는 보통이되 가사가 훌륭한 음악과 좋은 멜로디이지만 그냥 그런 가사의 음악 중에 하나만 골라 평생 즐기며 살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과연 어떤 음악을 고르게 될까요?


    한국갤럽이 작년 10월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애창곡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답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엿보입니다.





    조사결과를 보면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박상철의 ‘무조건’, 장윤정의 ‘어머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김수희의 ‘남행열차’ 등 트로트 노래들이 상위 5위권을 장악했고, 5~10위는 이선희의 ‘인연’, 신유의 '시계바늘', 엑소의 '으르렁',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진성의 ‘안동역에서'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아이돌의 노래는 엑소의 ‘으르렁’ 한 곡만이 10위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띄죠.


    화려한 댄스와 사운드를 강조하는 아이돌의 음악보다는, 아기자기한 사랑의 줄거리를 가진 가사와 트로트 특유의 리듬과 비트,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고 즐겨불렀다는 얘기인데요.


    여기에 다른 10위권 곡들인 이선희의 ‘인연’과 같은 국악풍의 음계를 사용한 노래나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같은 전형적 발라드 등을 포함해서 따져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창곡을 선택하는 데 있어 멜로디 만큼이나 가사 내용을 상당히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발라드와 트로트를 즐겨듣는 사람들의 경우 그 가사에 담긴 슬프거나 감동적인, 때론 재치 있고 애교 넘치는 사랑 얘기들에 공감해서 듣고 따라 부르게 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발라드나 트로트 작사가들은 톡톡 튀는, 그러면서도 대중들의 감정이입이 쉬운 가사 비중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에는 컨트리 음악에서 가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가사의 내용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I (으뜸 화음)-V(딸림 화음)-VI(으뜸 화음의 대리화음)-IV(버금 딸림화음), 가장 쉬운 기본 코드들을 가진 C키(다장조)로 따지면 C(도,미,솔)-G(솔, 시, 레)-Am(라,도,미)-F(파,라,도), 이렇게 네 개 정도의 코드를 가지고 진행을 단순하게 하여 듣는 사람이 가사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죠. 코드 4개만 알면 컨트리 곡의 50%를 연주할 수 있다고 하는 얘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같은 컨트리 팝 경우에도 대부분 G, Em, D, C와 같은 단순한 코드들만을 사용하여 기타 반주를 합니다. 때문에 “거의 천국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 / 푸르른 리즈 산맥 / 쉐난도어 강 / 그 곳의 삶은 오래됐어요 / 하지만 산보다는 어리죠 / 산들바람처럼 자라고 있어요 / 나를 시골길 집으로 데려다 줘요 / 내가 있어야할 그 곳으로 / 웨스트 버지니아 엄마 같은 산 / 집으로 데려다 줘요 시골길로 / 나의 모든 추억들은 그녀 곁을 맴돌고 있어요..(하략)” 흡사 아름다운 시와도 같은 가사 내용들이 귓가에서 눈부시도록 반짝거리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포크 음악도 마찬가지인 데요.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가야 / 백사장에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 포탄들이 얼마나 많이 날아가야 / 그것들이 영원히 금지될까 / 그 답은, 친구여, 바람만이 대답해줄 수 있다네”라고 노래하는 밥 딜런의 ‘블로잉 인더 윈드’ 같은 곡들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을 시의 운율로 노래하기 때문에 반주와 곡의 구성 또한 그 가사가 돋보이도록 적절히 조율되는 것이죠


    두운, 각운 등의 라임을 넣어 가사에 힘을 주는 랩 음악의 경우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 선호도에 있어 가사가 가장 중요한지, 아니면 그밖의 음악적 요소들이 더 중요한지에 관한 재미있는 과학적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는 데요.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실험심리학, 청각인지신경학, 음악신경미학 연구를 하고있는 엘비라 브라티코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슬픈 노래의 경우 가사의 내용이 그 음악을 듣는 청취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슬픈 노래를 듣는 청취자들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살펴보니, 가사를 뺀 같은 노래를 들었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뇌의 여러 부분들, 즉 기억을 부호화 하고 복원하기도 하는 해마곁이랑, 동기와 학습과 감정에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 소리정보를 처리하는 청각피질, 말하는 기능을 지배하는 브로카 영역을 포함한 뇌 앞쪽 피질 주름의 중간과 뒤쪽 부분이 특이한 활동 모습을 보이더란 것입니다.


    반면 즐거운 음악을 듣는 청취자들에게는 가사보다는 소리의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가사가 있는 노래와 비교했을 때, 밝은 음색과 빠른 템포, 신나는 리듬의 악기 소리들이 들어간 음악들이 감정과 관련된 뇌의 변연계의 활동을 촉발시켰다는 것이죠.


    그동안 그냥 감으로만 느꼈던 가사의 영향력 범위를 물질적으로도 확인하게 된 셈입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려 노력한 학문인 현상학의 거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는 데요. 어떤 노래들은 찬찬히 음미하며 듣다보면 그 가사의 아름다운 온기 때문에 마치 따뜻한 집 아랫목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아래의 노래를 가사와 함께 흥얼거리며 듣다보면 그것이 아주 뜬금 없는 감정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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