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청소년이 추천하는 대중음악
    글/기고문 2014. 12. 12. 17:41


    글 박하재홍


      두고두고 들어도 결코 지겨워지지 않는 음악이 있다. 지금 머릿속으로 3곡만 떠올려 보자. 그런 음악들은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보물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마르고 닳도록 진한 위로와 깊은 향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비트잇 (Beat it: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멀리 비키라는 뜻)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십대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여름에 방문한 제주도의 한 남중학교에선 비틀즈의 렛잇비 (Let it be)를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이 렛잇고(Let it go)를 선택한 학생보다 더 많았다. 십대라는 시절은 그렇다. ‘좋은 음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각을 지니고 있다. 좋은 음악은 감정을 변환시킨다. 슬픔을 아름답게, 화를 도전적인 힘으로, 신나는 기분을 정신적인 기쁨으로 변환시켜 주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 반대의 음악은 감정을 ‘자극’할 뿐, 감정을 변환시키지 못한다. 


      음악을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눈다면 어떨까? 유럽의 고전 클래식 음악, 민족의 정서가 담긴 전통음악, 그리고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대중음악’이 있다. 클래식과 전통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은 보통 희귀하다. 어릴 때부터 줄기차게 배우는 건 클래식과 전통음악인데도, 대중들은 대중음악을 더 사랑한다. 대중음악가가 되기 위해선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없다. 대중음악가 대부분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음악을 한다. 서태지 씨는 최근 한 방송프로에서 이런 말을 했다. “초졸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중졸이라서 애매해요. 친한 사람 중에 초졸도 여러 명 있거든요.” 물론, 장기하 씨처럼 일류대를 다니는 음악인도 있지만, 장기하 씨 또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최근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 신해철 씨는 20년간 한국 대중음악계에 짙은 영향을 끼쳤다. 그 역시 스스로 음악을 공부했다. 대중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남과 경쟁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며 배워가는 법을 알게 된다. 방송에선 반대로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늘 경쟁구도를 응용한다. 사람들은 뇌 속 깊이 경쟁의 노예기 때문이다.

      발전을 위해 경쟁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우선이 되어야 좋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삶은 얼마나 피곤한가? 사회 속 ‘갑’과 ‘을’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예술과 문화 속에서나마 순간순간이라도 자유를 느끼고 정신적인 기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으니 길거리엔 수많은 음주가무 유흥업소들이 들끓고 있다. 그 자리에 좋은 음악을 고심해서 틀어주는 가게들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힘겨운 고개를 넘어 어른이 되어봤자,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이란 건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척박할 뿐이다. 하지만, 위센터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때 마다 나는 새 기운을 얻는다. 청소년 대부분 내가 전하는 대중음악 역사, 철학, 인문성에 대해 눈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지성’을 발견할 때마다 심장이 뛴다. 청소년의 눈빛이 어리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성은 이상주의를 품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찌든 어른보다는 청소년의 지성이 훨씬 위대할 수 있다. 지성은 평범한 삶에 깃들어 있는 낭만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준다. 반면,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는 자주 이렇게 얘기한다. “평범한 삶은 패배한 거야.” 남보다 뛰어나고 화려해야 좋다는 강박증에 시달리지 말자. 나는 단 한 명의 중학생이 내 앞에 앉아 있어도, 수많은 대중이 앞에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평범한 삶 속에 예술과 낭만이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근래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는 ‘인디음악가’ 혹은 ‘자립음악가’ 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범한 삶 속의 예술과 낭만을 증명하고 있다. 그 음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해괴한 유흥업소의 확산을 방해한다. 사회와 문화를 변환시킨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는 십대들이 늘 그 역할을 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늘 십대여야 하고, 십대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청소년에게 묻는다. “두고두고 들을 만한 좋은 음악 좀 추천 해주세요.”


    2014.12.12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