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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디지, 이젠 힙합 하러 간다!
    힙합 아카이브/랩 창작가들 2012. 3. 24. 04:08



    "좋아요, 시원하게 인터뷰 한 판 할까요?" 김디지(Deegie, 본명 김원종)로부터 온 답이었다. 고백하자면 이번 인터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내가 사는 지역구도, 쟁쟁한 후보들이 격돌한 접전지역도 아니건만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내내 나의 눈은 서울 강남 갑을 향해 있었다.

    "오죽하면 앞길 창창한 녀석이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 힙합 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됐는데, 여러분 눈에는 제가 그저 이색후보일 뿐입니까"라고 반문하던 그에게 과연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줬을까. 직접 추천인명부를 받으러 다니고 후보자 등록부터 선거운동까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뛰었다는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782표는 그에게 승리일까 패배일까.

    결국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그의 미니홈피를 두드렸다. 하루 이틀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한 시간여 후 그에게 답이 왔다. 그리고 일사천리, 선거 포스터도 채 떼지 못한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김디지는

    출생: 1981년 9월 25일

    소속: 이테이블

    주요 경력: 영국 컨설팅 Firm MEG 아태지역본부 과장, 미국 Lunar Embassy 마케팅 매니저

    주요 앨범: 'INSANE DEEGIE(2001)', 'The Last Winter Story(2001)', 'Insane Deegie 2(2008)'


    - (인터뷰 전부터 그가 "전 가수인데 기사만 나가면 왜 다 정치·사회면인지 모르겠어요"라며 장난스레 하소연을 했음에도)우선 총선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힘겹게 달려온 제18대 총선이 드디어 끝났어요.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디시이용자 '단팥빵'님 외)

    디지 : 후련할 줄 알았는데 되게 불편하네요, '불편한 진실'을 보게 된 느낌이랄까. 투표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투표하는 게 밥 먹는 것보다 어려운 건지, 20대 투표율이 19%밖에 안 나왔어요.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 힙합갤러리(이하 힙갤) 이용자들을 포함에서 다른 갤러리 이용자들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면 정치와 관련해서 기사나 게시물에 댓글을 달 자격도 없다고 생각해요. 귀찮아서 안 했다? 하지 말라고 하세요. 먹고 살기도 바쁘다면 먹고 사는 데만 전념하세요, 정치에 관심 끄시고.

    - "나를 뽑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투표를 해 달라"며 그토록 열심히 외치고 다녔는데 역대 최저 투표율에 20대는 5명 중에 1명 꼴로 투표를 했다고 하니, 실망감이 크셨나 봐요.

    디지 : 시원섭섭한 거죠, 오랫동안 준비한 건데. 7년 동안 생각하고 그려놨던 계획을 드디어 이뤘으니 "내가 정말 했구나"라는 후련한 기분도 들지만 최종 투표율을 전해 듣고는 설마, 했어요. 투표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낙선요? 저 4등 했어요, 700만원 쓰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782표를 얻었어요. 정말 기분이 좋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보면 '뻘짓'을 한 꼴이잖아요. 진짜 '돌아이' 디지가 된 거죠.

    - 본인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준 1782명의 유권자, 그들은 왜 디지를 선택했을까요.

    디지 : 전 그분들의 표가 기권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우울과 좌절, 슬픔, 증오 뒤에 마지막 남는 희망에 투표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고마워요, 그분들께. 사실 300표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선전을 해서 수도권에서 출마한 무소속 후보들 중 3위에요, 놀랍죠! 가만, 이렇게 보면 또 '뻘짓'은 아니네?

    - 어쨌든 7년 전 "피선거권 행사 연령(만 25세)이 되면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드디어 실천에 옮기셨어요. 출마 이전과 지금,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디지 : 가사 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거? 아무래도 이번 출마와 관련해 디지라는 이름이 대중에 알려지다 보니 이제는 제가 하는 말들이 이전보다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잖아요. 사람들이 제 홈피에 와서 제가 쓴 글을 보고 제 음악을 듣고 무언가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사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흐르니까 점점 노련해지는데 가사를 쓰는 작업은 갈수록 더 어렵네요.

    - 선거 로고송으로도 사용됐던 '김디지를 국회로'는 선거에 뛰어들어 마주치는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혹시 총선이 끝난 후 지금 느끼는 생각들, 감정들을 새로운 곡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디시이용자 '백선생'님 외)

    디지 : 지금 작업 중에 있는데 '1782'라는 제목의 곡을 써보려고요. 제 득표수죠. 근데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사 쓰는 게 쉽지 않네요.

    - 가사에 메시지를 많이 담는 편이시잖아요. 오죽하면 별명이 '힙합계의 PD수첩'이에요.

    디지 : 반드시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필요는 없거든요? 하지만 누군가 하나는 해야 하니까. 작년에 미얀마에서 벌어진 반정부시위를 촬영하다 현장에서 사망한 일본 사진기자의 신조가 그거였대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하는 거라고. 전 그런 생각을 굉장히 신봉해요.

    - 원래 정치나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겨우 20살 무렵에 일본대사관과 조선일보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남들은 학점관리에 바쁜 7년 전에 이미 정치 참여를 선언하셨던 것을 보면 말예요.

    디지 : 제가 귀가 얇아요, 팔랑팔랑, 진짜 정신병인가 봐요, 하하. 사실 전 '스타(스타 크래프트)'나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온라인게임을 전혀 못해요. 그래서 인터넷을 켜면 하는 게 '눈팅'이죠. 제가 했던 일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실적이 나올 수 없는 분야이기도 했고요. 어릴 때도 게임보다는 그런 게 더 재밌었어요.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제가 9살 때 "후세인은 사전에 경고를 하고 전쟁을 일으킨 반면 김일성은 일방적으로 공격했으니 역사적으로 평가했을 때 김일성이 더 나쁜 사람이지 않나요?"라고 물었대요. 물론 후세인도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어린 생각에 그렇게 판단했나 봐요. 아버지는 제가 그 말을 했을 때 진짜 '돌아이' 같았대요, 확 가죠? 하하.

    - 9살 때 이미 그런 얘기를 했다면 부모님께서 이번 총선 출마도 충분히 이해해 주셨겠어요.

    디지 : 부모님의 친구분들도 모두 당연한 결과라고, 너가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부모님께선 "돈은 끌어다 쓸 생각하지 말라"고 아주 무거운(?) 메시지를 주셨죠. (웃음) 금배지를 탐내는 추한 모습 보이지 말라고도 하셨고요. 주변 친구들도 제가 출마한다고 했을 때 그냥 너 답다, 라고만 했어요.

    - 여자친구도 출마를 지지해줬나요? (디시이용자 '양혜선'님 외)

    디지 : 하지 말라고 하던대요? 재산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다 공개되니까. (웃음)

    -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디지 : 제 역할모델이세요. 한마디로 '개미'에요, 월급의 70%를 저축해서 지금까지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오셨죠. (이 때 자신을 '저질 기획자'라고 소개했던 정도용 팀장이 선거 포스터에 등장했던 금배지를 형상화한 목걸이와 벨트를 들고 나왔다)

    - 와아, 저 이거 정말 궁금했어요, 어떤 모양일까. 굉장히 크고 무겁네요. 직접 디자인하신 건가요?

    디지 : 공예디자이너 이소영 씨와 미술작가 황현호 씨가 저를 위해 디자인하고 제작해주신 거예요. '간지'지 않아요? 여기 보세요, 뒤집힌 태극기와 탄핵 당시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모습이 들어갔죠? 요걸 개인적으로 최연희 국회의원 당선자께 선물하고 싶네요. 야, 이 XX야, 너 때문에 내가 가사 썼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당선이 되냐.

    - 안 그래도 물어보려 했는데, '김디지를 국회로'에 등장하는 가사 '국회의원 폭탄주에 성추행은 장난 아니고 정치냐?'가 노골적으로 최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셨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디지 : 맥이 딱 풀리던데요? 말이 안되죠, 자신의 지역구도 아니고. 사실 성추행이라는 것이 다소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나이를 먹은 분이, 그것도 국회의원이라는 위치에서 그런 소문이 불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정말 '쪽팔리는 일'이죠. 주성용 의원도 마찬가지예요. 샷잔을 뺐으니 폭탄주가 아니다? 그럼 콘돔을 끼고 섹스를 했기 때문에 진정한 성행위는 아니었다, 라는 것과 같은 말이거든요? 사실 정말 훌륭한 국회의원들도 많아요. 순기능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제가 통역 자원봉사할 때 뵀던 분들 중에 엄청난 양의 서류를 가지고 오셔서 제가 그걸 다 통역하지 못해 혼내신 분이 있어요, 공부 안 하고 왔느냐고. IMF 관련 세미나였는데 땀 꽤나 흘렸었죠. 299명의 국회의원 모두가 쓰레기는 아니에요.

    -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디지 : 디시인들이 그리 좋아하는 인물들은 아니죠, 하하. 그러니까 내가 투표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뭐, 이렇게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겠죠. 그런 희망, 기대를 또 가져보는 거예요.

    - 아까 어머니 얘기를 하다 잠시 정치로 빠졌는데, 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 아무래도 강남 지역구에서 출마했다는 사실 때문에 김디지 씨의 배경을 두고 소문이 많아요.

    디지 : (잠시 망설이다)디시니까 솔직히 말할게요. 저희 아버지는 28년째 부도 상황이에요. (웃음) 이번 저의 출마를 두고 엄청난 재산을 가진 재력가의 막내 아들이 사고를 친 것이다, 라는 아주 긍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안타깝게도 전혀 사실이 아니랍니다. 부자라고 해주면 나야 좋지, 하하.

    - 흔히들 강남을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로 생각하잖아요.

    디지 : 사실 유권자들은 굉장히 세련됐어요, 후보자들의 공약도 꼼꼼하게 챙기고요. 제 친구들 중 하나는 제가 선거에 나왔어도 지지하는 공약이 달라서 다른 후보자에게 투표했어요. 학연·혈연·지연에 상관없이 진정한 투표를 한 거죠. 선거운동을 할 때도 제가 랩으로 공약을 읊으면 다들 굉장히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중간에 '옳소!'라며 호응도 보내주시고요.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제 메시지에 귀 기울여 주시는 모습은 개인적으로도 조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후보자 합동연설 당시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반대한 것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표를 잃는 발언일 수도 있었어요.

    디지 :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것 같은데 이번에 우리가 뽑은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강남 잘 살게 하자는 구의원이 아니에요. 총선이잖아요, 총선. 강남구청장이면 모를까, 종부세·양도세 폐지 공약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요? 이건 강남에 담을 치자는 것과 뭐가 달라요? 2~3년 사이에 1억인 아파트가 6억이 됐는데 세금을 내지 말자는 게 말이 돼요? 그리고 자기 빼고 국회의원 298명 중 2/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강남구 국회의원만 국회의원인가, 실효성이 없는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거죠. 저 역시 강남 주민이에요. 세금 안내면 좋죠. 근데 말이 안 되잖아요. 제가 연설 중에 울컥해서 책상을 쾅쾅 쳤는데, 앞에서 (다른 후보자들이) 졸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 들으라고 한 얘긴데. 하지만 이런 부분도 있어요. 제가 현재 모 중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심리상담 교사를 하고 있는데 강남 한복판에 있는 그 학교에도 결식아동이 있어요. 믿기세요? 강남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그렇게 심해요. 전 이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겉에서만 보는 강남에 대한 막연한 환상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 병역과 관련된 소문도 많았어요.

    디지 : 저도 질문 올라온 거 봤는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국회의원 후보자들 병역사항부터 재산까지 모두 공개돼 있어요. 그거 보시면 돼요. 제가 왜 의병제대를 했냐고요? '킹왕짱' 미쳐서염, 킬킬킬.

    - 선거기간 중에 인터뷰도 많이 하셨죠? '조선대첩'으로 불렸던 안티 조선일보 시위도 했었는데 이번에 해당 언론과도 인터뷰 하셨나요?

    디지 : 네, 30분인가 했어요. 근데 제가 기자님께 "아마 데스크에서 까이실 걸요?"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안 나갔어요. (웃음) 아, 그래도 '김원종 후보'라는 이름으로 8글자인가 나갔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행위죠, 하하. 사실 전 조선일보의 폐간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구독률 50%의 막강한 언론인만큼 제 역할을 잘해 달라고 요구하는 거죠. 할 말은 하는 신문이 돼 달라고 그렇게 '깽판'을 쳤건만. 이건 뭐, 디지가 출마한 것도 노무현 때문이야, 응?

    - 미니홈피였나요, 노 전 대통령의 퇴임에 즈음해서 나름의 평가를 적어놓은 글을 봤어요.

    디지 : 앞으로 노 전 대통령 같은 슈퍼스타는 다시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가 됐든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 전 무조건 지지해요.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정부이고 정부는 결국 국민이잖아요. 국민이 지지해주지 않으면 대통령은 그 역할이 사라지는 거예요, 미워하든 사랑하든. 어우, 이 말 좀 멋있는데? 이 말 좀 '간지'나죠? 다음에 또 써먹어야겠어. 킬킬킬.

    - 언론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번 앨범에 시사주간지 '시사IN'과 관련해 곡을 쓰셨더라고요. '내 주파수를 돌려줘'였죠, 아마?

    디지 : 네, 그 곡은 '시사IN'에 바치는 노래에요.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헌정할 생각도 가지고 있고요. '시사저널'은 쓰레기에요. 언론은 제5권력이잖아요,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광고에 따라 움직이다니. 굳이 그 곡에 오케스트라를 쓴 것도 맞는 대우를 해주려고요.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얘기, 권력의 얘기, 좀 웅장한 스케일로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결국은 돈이 제일 많이 든 곡이죠, 하하. 내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을 줄이야, 사실 그 곡은 헝가리에서 샘플을 스케치한 것을 다시 리샘플링한 거예요. 결국 그림만 남은 거죠. 그래도 다음 앨범에서는 제대로 오케스트레이션을 해볼 거예요. 샘플링이 나쁜 것은 아닌데 전 형이잖아요, 형에게 맞는 역할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재즈형 힙합음악을 처음으로 시도했으니 이젠 또 다른 화두를 던져줘야죠. 비록 '이센스'보다 랩을 못하고 '사이먼 도미닉'보다 못생기고 '버벌진트'처럼 '간지'나게 랩은 못하지만. (웃음)

    - 이번 앨범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지만 잠시 미뤄두고 정치 얘기 조금만 더 할게요. 처음부터 무소속을 생각하셨던 건가요?

    디지 : 사실 진보적인 성격을 가진 정당에 가서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그쪽이 더 보수적이더라고요. 굉장히 정략적이고요. 물론 그쪽을 욕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결국 진정한 진보는 어디에, 생각하다 무소속을 선택한 거죠. 한나라당 공천받았으면 됐을 텐데, 킬킬킬.

    - 국회의원 후보자로서 내세웠던 공약들, 얼마나 실천했나요?

    디지 : 일단 선거의 축제화와 최소비용으로 선거를 마치겠다고 했던 약속은 지켰고요, 제가 매니페스토(Manifesto, 참공약 실천)운동을 지지하고 강조했는데 이 부분은 당선자들도 동의하셨어요. 댓글을 보니까 '공약이나 제대로 챙기삼'이란 지적도 있던데,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의 80%가 공약이 없거나 남의 공약을 그대로 베꼈더라고요. 하지만 중앙선관위 측에서 제 공약을 보고는 매니페스토 운동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게, 재정지원까지 분석한 가장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했다고 평가하셨어요.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저희는 선거법 위반 사례 0건, 가장 깨끗하고 정직하게 운동을 했어요. (이 때 끼어든 정 팀장 "선관위 분들이 고생하셨죠, 저희가 하루에 1시간씩 매일 찾아갔거든요. 선거법을 잘 모르니까 하나를 하더라도 다 물어보고 했거든요.")

    - 아까 잠깐 이야기했지만 총 선거비용이 공탁금 1500만원을 제외하고 700만원을 쓰셨다고요?

    디지 :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는데 그 정도 돼요. 선거 유세차량 아시죠? 그거 하루 끄는데 400만원이 들어요. 거기에 일당 7만 원짜리 운동원들까지 데리고 다니려면 하루에 1000만원은 쉽게 깨지죠. 그래서 선거완주가 힘든 거예요. 모두들 완주할 수 있겠느냐, 버틸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건 그런 이유죠. 저희는 용달차 빌려서 4일을 끌었는데 나중엔 오히려 아저씨가 더 흥분하셔서 "빨리 선거운동 안 하고 뭐하느냐"고 저희를 닥달하셨어요. (옆에서 정 팀장이 "그 아저씨가 저희 선대위원장이셨죠"라며 거든다) 정말 선대위원장이 돼 주셨어요. 말도 안 되는 금액에 해주셨거든요. 따지고 보면 그 분은 저희를 위해 4일을 그냥 포기하신 거예요. 지역구에 붙은 현수막들도 직접 제가 달았어요. 오죽하면 저 운동하는 모습 찍으러 오셨던 방송국 카메라맨이 사다리 붙잡아주시며 촬영하셨겠어요. 후원금을 주시겠다는 분들도 주변에 있었지만 한 푼도 안 받았어요. 물론 후원금은 굉장히 좋은 일이에요, 저 역시 일정액을 매년 정치 후원금으로 내고 있고요. 하지만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결국 돈 안 받고도 4등 했잖아요?

    - 그래도 나이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에요. 아깝지 않으세요?

    디지 : 사실 그 돈이면 결혼도 할 수 있고(그는 경제적인 여건 탓에 여자친구와의 결혼도 미룬 상태라고 한다) 신혼여행도 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1782명의 너무도 소중한 지지를 얻었고 정치 현실을 경험했으니까, 라고 멋있게 말하고 싶지만 속은 쓰리죠, 2500만원이면 아휴. 그러니까 미친놈이죠. (웃음)

    - 선거운동 기간 중에 국회 앞에서 진행된 뮤직비디오 촬영도 화제가 됐어요. (디시이용자 '쎈스'님 외)

    디지 : 그 부분에 대해 오해가 많은 것 같은데 국회에 허가서 다 받아서 진행된 뮤직비디오 촬영이었고요, 시위도 아니고 촬영인데, 그건 관할 경찰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어요. 연행, 입건, 다 오보에요. 다만 그 쪽에서 분위기가 조금 과열된다고 판단하셔서 조금 당황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미란다 원칙도 고지 안 하고 무작정 차로 끌고 가셨던 거죠.

    -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건데, 그렇게 끌려간 차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디지 : 되게 험하게 끌려갔는데 결국은 물 한잔 마시고 나왔죠, 뭐. 사실 전경들이 저와 나이가 같거나 어리잖아요. 차 문이 닫히니까 어떤 전경이 "앨범 언제 나와요?" 그러는 거예요, 하하. 다른 분은 "디지 1집 있는데 가지고 나올걸" 그러고요. 아, 무엇보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진정한 주인공은 제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시던 전경이죠. (웃음) 재밌었어요, 전. 다만 저 때문에 뒤에 가서 혼났을 전경 친구들을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죠.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마음 전할게요.

    - 지난 대선 당시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화제가 됐는데 이번 총선에선 김디지 씨가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함께 비교되곤 했어요.

    디지 : 그거 '낚시' 헤드라인일 뿐이에요. '허 본좌'요? 전 아이큐가 430이 안돼서 그 분을 이해 못하겠어요. 분명히 그분도 진지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대선이 장난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자신을 선택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사실 넌센스잖아요? 축지법? 그래요,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에잇, 저도 한번 해볼까요? (웃음)

    - 선거 끝나고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디지 : 그냥, 잘 했어, 또 '뻘짓'하지 마잉? (웃음)

    - 다시 한번 정치에 도전하실 생각은 있으세요? (디시이용자 '장성필'님 외)

    디지 :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데요? 랩하는 국회의원 후보, 욕하는 국회의원 후보, 이번이 끝이었음 좋겠어요. 만약 할 수 있다면 훌륭한 정치인의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음악가로서.

    - 이제 앨범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 앨범이 총선 출마와 때를 같이하면서 일종의 홍보전략이다, 라는 말이 많았어요. (디시이용자 '그래도웃자'님 외)

    디지 : 맞아요, 전략적인 홍보. 그런데요, 출마 선언하자마자 각 포털사이트에서 제 앨범이 순위에서 삭제되고 판매도 금지됐어요. 문제는 선관위 권고사항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했다는 거예요. 알아서 기는 거죠. 항의를 하면 뭐해요,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렇게 하겠다는데. 음모론 같아요. (웃음) 솔직히 저 '듣보잡'이에요. 지하철 타고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고, 제 바로 앞에서 "이번에 랩 하는 국회의원 후보 나왔다는데 미친놈 아냐?" 그래요. 그런 제가 뭘 얼마나 홍보하겠다고, 참. 차라리 제대로 팔 거면 누구처럼 디지털 싱글을 내죠. 그래도 총선 출마해서 좋아진 것이 있다면 힙갤 이용자들이 정치 얘기 하잖아요. 전 그걸 의도한 거예요. 그 친구들이 당장 다음 대선과 총선의 유권자들일 거라고요.

    - 이참에 '힙합당'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ㅁㄴㅇㄹ'님 외)

    디지 : 안 그래도 힙합 하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그런 얘기 해요. '간지'나게 '붓다 베이비' 가서 연정 제안도 하고, 응?

    - 오랜만에 발표한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어떤가요?

    디지 : 소위 음악을 하는 '선수'들끼리는 "힙합 음반이 이렇게 나올 수도 있느냐"며 놀라워 해요. "아주 돈으로 싸고 발랐구나" 그러죠. 남는 것도 없는데. (웃음) 마스터링만 3번 했어요. 오랜만에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정말 애정을 쏟았죠. 이번 앨범 나오고 어떤 분이 "덕분에 4년 만에 앨범을 사러 갑니다"라는 글을 남기셨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 김디지 씨의 앨범은 처음부터 하나 하나 이야기처럼 연결된다는 말을 많이 해요. 이번 앨범 역시 그 이야기의 연장 선상인가요?

    디지 : 그럼요. 재밌어요, '해리포터'의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팬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팬들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는 거. 지금까지 제 앨범들을 놓고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데 이번 앨범은 그 연장 선상이자 자체적으로도 제 살아온 얘기를 담고 있어요. 앨범에 수록된 순서대로 보자면 '연설'과 '프로파간다', '김디지를 국회로'는 20살의 치기, 사회에 대한 불평, 불만을 담고 있죠. 그리고 힙합을 통해 무언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김디지 씨의 이야기가 '음악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 '힙합 스타일'이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김 대리로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과 사랑,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힘을 내요, 김 대리님',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1리터의 눈물'이에요. 하지만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내 자신만큼은 변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내 주파수를 돌려줘'고요.

    - 정말 한 편의 이야기가 되네요. 아마 그 다음은 '1782'가 되겠죠? (웃음) 보통 가사는 언제 쓰세요?

    디지 : 가장 좋은 때는 잠들기 전요. 전 어느 한 곡도 제 이야기가 아닌 곡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일기 같은 거죠.

    - '디스(Diss, '상대방을 깔보다'는 의미의 Disrespect의 약자)'를 많이 하는 래퍼로도 유명해요. 예전에 '디스 미 이프 유 캔(Diss me if you can)'이라는 이벤트를 벌인 적도 있고요.

    디지 : 제가 그 유명한 '문 보살'도 깠잖아요? 하하. 지금도 그 생각은 똑같아요. 엔터테이너로서 문희준 씨는 좋아하지만 음악가로서는 물음표를 남겨놓고 싶네요. 제 앨범, 제 노래에 들어간 주장과 의견에는 책임을 져야죠. 어느 날 갑자기 "희준오빠, 짱이에요!"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음악적인 변화는 있어도 메시지에 있어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디스'를 많이 하다 보니 피처링 섭외가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부분에선 '무브먼트' 식구들이 많이 도와줘요. 그리고 남을 비판하는 만큼 제 자신에 대한 비판에도 언제나 열려 있어요. 악플, 환영해요. 다만 지난번 신해철 씨 사건처럼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악플은 선처 없어요. 끝까지 쫓아갈 거예요. 이번 인터뷰도 마찬가지에요, 정당한 비판은 무조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댓글 적는 X같은 악플러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예요.

    - 예전에 모 힙합 관련 커뮤니티에서 직접 악플러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잖아요. 그 때 두 분 중에 한 분은 안 오셨던 걸로 아는데. (디시이용자 '난널알아'님 외)

    디지 : 결국 두 분 다 봤어요. 그 때 안 왔던 분은 나중에 공연할 때 찾아와서 "제가 누군지 아시죠?"라며 악수하고 갔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더라고요. 공연도 다 보고 가던데요? 둘 다 워낙 유명한 악플러였는데, 그래, 앉아, 한번 얘기나 해보자, 하니까 제대로 말도 못해요. 어떤 XX는 음악 관련 사이트에 "디지 음반 사지 말아라"라고 적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불법 다운로드 받은 걸로 이런 저런 평가의 글을 적은 거예요. 정작 본인도 음악 하는 XX였는데. 그래요, 나도 MC 스나이퍼 깠어요. 하지만 같이 음악을 하는 동료끼리 그건 아니잖아요. 영업방해죠. 난 오히려 스나이퍼 음반 사라고 하는데?

    - 그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스나이퍼 '디스' 이후 둘의 관계는 어떤지 말예요. (디시이용자 'Zbrahimovic'님 외)

    디지 : 사실 스나이퍼는 제가 정말로 인정하는 래퍼 중의 하나에요. 실력이나 캐릭터나. 다만 그 이외의 부분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했을 뿐이에요. 가사에 적혀 있는 게 다라고 보시면 돼요. 사적인 자리에서도 인사는 해요. 얼마 전에도 마주친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에요. 그래도 둘이서 술은 안 마실래요. (웃음) 아, 조만간 뭔가 있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 MC 스나이퍼와요? 긍정적인 방향인가요?

    디지 : 물~음표!

    - 어떤 '사고'를 또 치시려는 건지 궁금한데요? (웃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힙합 크루 '오버클래스(Overcalss)'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있었어요.

    디지 : 오버클래스는요, 제가 얘기 안 할래요. 왜냐면요, 제가 얘기하면 네임밸류 생기거든요, 킬킬킬.

    -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메시지가 강한 가사 때문인지 김디지의 음악만을 좋아하는 팬층이 단단한 것 같아요.

    디지 : 앨범이 나오면 고정적으로 구입하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언더에선 나름 많은 편이죠. 제 팬들은 다른 가수들의 팬들과 달라요. 보통 '아웃사이더' 같은 친구가 무대에 올라가서 "Say Yo~" 하면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마련인데 전 거의 남자들이에요. 굉장히 시니컬하고요. 공연장에서는 미친 듯이 놀아도 밖에서 만나면 정중하게 악수하고 서먹서먹해하고, 하하. 아, 재밌는 건 제가 만난 팬들이 주신 명함을 보면 모 기업의 전략기획실, 다 그래요. 결론은 디지 음악을 들으면 취업이 잘 된다? (웃음) 한창 공부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 제 음악을 들으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대요.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대신 해주니까. 제 1집은 온통 섹스 얘기잖아요? 금기된 것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니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웃긴 건, 1집은 청소년 구입 불가였는데 들었다는 거야~

    - 아까 '무브먼트'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소속 가수들 대부분이 오버로 진출했어요. 본인은 오버 무대에 대한 욕심이 없으세요? (디시이용자 '나찰'님 외)

    디지 : 흔히 언더 음악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이야기하는 줄 아는데 전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유행을 안 타는 음악'을 언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전 언더 지향적인 음악을 하고 있는 거고요. 자기만의 스타일,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음악 말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리쌍도 언더에요. 리쌍의 음악을 들으면 딱 알잖아요.

    - 아무래도 오버와 언더를 상업성의 기준으로 나누는 경가 많죠.

    디지 :솔직히 저도 상업적이고 싶어요. 앨범 팔아서 먹고 살기 진짜 힘들거든요? 제 앨범 좀 사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예능프로그램 나가서 MC몽 보다 웃길 자신은 없거든요, 사람이 비방용인데. 전 아무리 웃긴 얘기를 해도 시사 프로그램이 되잖아요. (웃음) 모르겠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 이번 선거 때 본명을 사용하긴 했지만 디지, 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디지 : 제 영어이름의 줄임말인데요,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디지가 됐네요.

    - 어감이 좀 독특해요.

    디지 : 뒤질랜드? (옆에서 정 팀장이 "원래 홈페이지 이름을 '뒤질랜드'라고 할까 했어요"라고 고백한다) 저질 기획자! 시대에 편승하는!

    - 힙갤, 자주 보세요? (디시이용자 'BAWOO'님 외)

    디지 : 네, 자주 가요, 눈팅 다 해요. 생각보다 저 시간 많아요. 알고 보면 우리 사무실 사람들 다 '찌질이'에요. 열 받는 댓글 보면 쫓아가고. 저와 관련된 기사에 "어, 내 기사네? 신기해~"라고 적고 캡쳐해두고. 하하. 저 소녀시대 갤러리도 자주 들어가요. 합성사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재밌던데요?

    - 본인이 생각하는 래퍼 디지, 어떤 사람인가요?

    디지 : 악동이에요, 미운 오리새끼. 한 마리 미꾸라지.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싶어하고, 뭐, 지금까지 그래 왔고요. (후배들에게) 형이 방패가 돼줄게, 하하.

    - 앞으로 어떤 래퍼 김디지로 남아주실 건가요?

    디지 : IBM요. International Big Mouth. (웃음)

    -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에게 인사말을 남겨 주세요.

    총선 이후 밀려든 인터뷰 요청 중에도 디시와의 인터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그는 "요즘 인터뷰를 너무 많이 했더니 자꾸 착해지는 것 같아서 안 되겠다"며 작정한 듯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대운하요? X같지 않아요?"라고 대꾸한다. 그것이 겉으로 보여지는 디지다. 부당한 현실에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거침 없는 욕설과 비난을 퍼부어대고 심지어 그 대상에는 함께 음악을 하는 동료들도 예외가 없다.

    그러나 곧 그는 왜 대운하 건설이 X같은지, 그저 대규모 건설사업으로만 여겨지는 대운하 계획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서민들의 은행 잔고에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자신만의 논리를 덧붙인다. 그것이 실제로 만난 디지다. 대중에게는 그저 한 차례 이벤트처럼 등장한 래퍼 국회의원 후보였을지 몰라도 그는 지난 7년 동안 대한민국의 희망을 꿈꾸고 준비했다.

    이제 이색 국회의원 후보가 아닌 음악하는 디지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합당한 격려와 이유 있는 비판을 해주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대한민국의 미래와 맞바꾼 그의 열정에 답하는 우리의 몫일 듯 싶다.

    디시뉴스 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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